‘전초전’격 골드글로브 수상이 관건…지금까진 예비후보 오른 ‘버닝’이 최고 성과
올해는 다르다. 2020년 2월 9일 개최 예정인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 한국 영화 출품작으로 선정된 ‘기생충’은 최종 후보 선정이 유력하고 수상 가능성도 높다. 외국어영화상은 물론이고 작품상까지 노리고 있다.
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수상의 영예를 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2019년 초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부문 한국 영화 출품작으로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한 한국영화 출품작은 ‘버닝’이었다. 이창동 감독 입장에선 세 번째 도전이었다. 당시 한국 영화계에선 ‘이번만큼은 최종 후보 선정까지는 갈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기대치가 높았고 한국 영화 최초로 예비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되기도 했다. 그러나 최종 후보엔 들지 못했다.
이창동 감독은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많이 아카데미에 도전한 감독’이다. 2003년 ‘오아시스’ 2008년 ‘밀양’, 그리고 2019년 ‘버닝’까지 세 번이나 도전했지만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제5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신인배우상과 특별 감독상을 받은 ‘오아시스’와 60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작 ‘밀양’도 아카데미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91회 아카데미영화상 외국어영화부문 출품작 ‘버닝’은 한국 영화 최초로 예비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됐지만 최종후보엔 오르지 못했다. 영화 ‘버닝’ 영문 포스터.
그나마 ‘버닝’의 예비후보 선정은 큰 성과였다.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 수상식에 도전한 지 55년 만에 처음으로 예비후보 명단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올해 최종 후보 선정을 물론이고 수상까지 유력해 보이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다. 2010년 8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마더’를 출품했지만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기생충’은 이미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그렇지만 ‘오아시스’와 ‘밀양’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 3대 국제영화제에서의 수상이 아카데미 후보 선정 및 수상과 큰 연관관계를 갖진 않는다. 제69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역시 2013년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선 최종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김기덕 감독은 2004년에도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으로 7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출품했지만 최종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
‘크로싱’ ‘맨발의 꿈’의 김태균 감독, ‘고지전’ ‘택시운전사’의 장훈 감독, ‘왕의 남자’ ‘사도’의 이준익 감독도 두 번씩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을 두드렸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번 ‘기생충’은 한국 영화가 아카데미에 28번째 도전하는 작품이다. 현재까지 ‘기생충’의 기세는 매우 좋다. 이미 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기생충’은 내년 1월 5일 열리는 제77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감독상 각본상 외국어영화상 등 3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한국영화 최초다. 골든글로브는 아카데미와 함께 미국을 대표하는 시상식으로 ‘아카데미 전초전’이라 불린다. 골든글로브의 경우 ‘작품상 후보작은 영어 대사가 최소 50% 이상이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 ‘기생충’은 작품상 후보에는 오르지 못했다. 반면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이런 규정이 없어 ‘기생충’은 유력한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로도 언급되고 있다.
올해는 한국 영화가 100주년을 맞이한 해다. 100년 동안 27번이나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을 두드린 한국 영화가 101년째 되는 해 28번째 도전에서는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외국어영화부문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만 해도 큰 성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최종 후보 선정을 넘어 수상의 영광까지, 그것도 외국어영화상은 물론이고 작품상까지 노리고 있다. 내년 2월 한국 영화계가 아카데미로부터 ‘101년째 프레젠트’를 받을 수 있을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출품 한국 영화 1963년 35회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1965년 37회 신상옥 감독의 ‘벙어리 삼룡’ 1969년 41회 유현목 감독의 ‘카인의 후예’ 1970년 42회 최하원 감독의 ‘독짓는 늙은이’ 1974년 46회 변장호 감독의 ‘비련의 벙어리 삼룡’ 1985년 57회 이두용 감독의 ‘물레야 물레야’ 1986년 58회 이장호 감독의 ‘어우동’ 1991년 63회 신상옥 감독의 ‘마유미’ 1995년 67회 정지영 감독의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2001년 73회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 2003년 75회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 2004년 76회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2005년 77회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2006년 78회 박광현 감독의 ‘웰컴투 동막골’ 2007년 79회 이준익 감독의 ‘왕의 남자’ 2008년 80회 이창동 감독의 ‘밀양’ 2009년 81회 김태균 감독의 ‘크로싱’ 2010년 82회 봉준호 감독의 ‘마더’ 2011년 83회 김태균 감독의 ‘맨발의 꿈’ 2012년 84회 장 훈 감독의 ‘고지전’ 2013년 85회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 2014년 86회 강이관 감독의 ‘범죄소년’ 2015년 87회 심성보 감독의 ‘해무’ 2016년 88회 이준익 감독의 ‘사도’ 2017년 89회 김지운 감독의 ‘밀정’ 2018년 90회 장 훈 감독의 ‘택시운전사’ 2019년 91회 이창동 감독의 ‘버닝’ 2020년 92회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