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한 후 위조…검찰, 영장 기각 등 ‘봐주기’ 논란이 일기도
부산지법 형사항소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13일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 윤 아무개 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윤 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6월에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선고유예는 범죄 정황이 경미할 때 일정기간 형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간 사고 없이 지내면 형의 선고를 면해주는 제도다.
부산지법 형사항소3부(남재현 부장판사)는 13일 공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전직 검사 윤 아무개 씨의 항소심 공판에서 윤 씨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징역 6월에 선고유예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부산지법 전경. 사진=연합뉴스
재판부는 “원심과 같이 문제의 서류에 대해 작성 권한이 있다거나, 권한이 부여됐다 생각할만한 합리적 상황 아니었다. 원심의 판단이 적정했다”며 “양형 역시 원심의 판결이 양형재량 범위를 넘지 않았다. 양형이 지나치게 가볍다는 검찰의 주장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고소장을 분실한 실수를 만회하려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며 원심과 같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구형했다. 반면 윤 씨 변호인 측은 “고소장 작성에 대한 검찰 내부 규정이나 지침이 없다”며 “고소장을 분실해 복구한 차원일 뿐 위조가 아니다”라고 무죄를 주장했다.
윤 씨는 2015년 12월 부산지검 검사 재직 시절 고소인이 낸 고소장을 분실하자 고소인이 이전에 제출한 다른 사건 고소장을 복사, 실무관을 시켜 고소장 표지를 만든 뒤 상급자 도장을 임의로 찍어 위조한 혐의를 받았다. 윤 씨는 위조한 고소장을 바탕으로 각하 처분을 내리고 상부 결재까지 받았지만 이후 고소인이 문제를 제기하면서 사실관계가 드러났다.
검찰 내부에서 논란이 불거지자 윤 씨는 이듬해 6월 고소장 분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고, 부산지검은 감찰이나 징계위원회 없이 윤 씨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하지만 윤 씨 사건은 한 시민단체의 고발로 수사가 재개됐다. 이에 윤 씨는 검사직을 물러난 지 2년여 만에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윤 씨는 이날 선고 기일에 직접 출석했다. 재판부의 판결 이후 윤 씨는 ‘아직도 무죄라고 생각하느냐’ ‘상고할 계획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닫은 채 굳은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갔다.
한편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윤 씨의 공문서위조 혐의를 묵인했다며 김수남 전 검찰총장, 김주현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 황철규 부산고검장, 조기룡 서울고검 부장검사 등 4명을 지난 4월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고발을 접수한 서울지방경찰청은 수사를 위해 윤 씨의 공문서 위조 사건이 발생한 부산지검을 상대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두 차례나 반려하면서 ‘봐주기’ 논란이 일기도 했다.
부산=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