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사 사내이사 이름 올려 경영 복귀 수순…회사 측 “출소 몰랐다”
100억 원이 넘는 거액의 수임료로 화제가 됐다가, 검사장 출신 홍만표 전 변호사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까지 수사가 확대되며 ‘정운호 게이트’를 열었던 정운호 전 대표. 그는 이미 출소를 앞두고 경영 복귀 움직임을 보여 왔다. 계열사에 사내 이사로 이름을 올린 것(관련기사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줄줄이 청산? 정운호 옥중 사내이사 등기 내막).
출소 여부 등을 묻는 일요신문의 질문에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대표님이 출소한 일정을 알지 못했다”며 공식적으로는 말을 아꼈지만, 정 전 대표를 잘 아는 관계자는 “이미 회사는 궤도에 올라 잘 운영되고 있다. 정 전 대표가 복귀하게 되면 경영에 더 탄력을 붙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1년 8월 일본 사이타마현 오미야 소닉시티홀에서 열린 ‘일본 론칭 기념 고객감사 이벤트’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정운호 전 대표. 사진=연합뉴스
#상습도박 사건이…법조계 뒤흔들었던 ‘게이트’
정운호 전 대표가 처음 검찰의 수사를 받은 것은 상습도박 혐의 때문이다. 2015년 9월 30일,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네이처리퍼블릭 정운호 당시 대표를 상습도박 혐의로 소환한다. 조직폭력배 출신 브로커를 낀 국내 기업인들의 해외 원정도박 사건을 수사하던 중 정 대표의 연루 정황을 포착한 것. 성공한 기업가의 작은 사건이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정 전 대표가 마카오,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 일대의 고급호텔 카지노 VIP룸에서 수십억 원의 판돈을 걸고 수시로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그렇게 언론에서도 잊혀가는 듯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했다. 정운호 전 대표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비상식적’인 변호사 수임료를 내고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 최유정 씨를 선임했는데, 갈등이 불거진 것. 항소심 변호사 선임료로 20억 원을, 1억 원짜리 수표로 직접 받았고, 성공보수 30억 원도 예치금 형태로 받았을 정도로 거액이 오고 갔다. 허나 정 대표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둘의 갈등이 발생했다. 그리고 이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면서 정운호 게이트는 서막이 열렸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변론을 맡았던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까지 수사 대상은 확대됐다.
정 대표가 2014년부터 2018년 사이 상습도박 혐의로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받을 당시 변론을 맡았는데, 검찰이 2차례 무혐의 처분을 내린 과정이 문제가 됐다. 브로커를 낀 채로 선임계를 제출하지 않은 몰래 변론 정황이 드러났고, 개업 2년여 만에 200억 원에 달하는 홍만표 변호사의 연수입도 알려졌다.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00억 원 가까운 소득을 신고했는데 당시 국내 개인 사업자 소득 랭킹 15위, 법조계 소득 1위였다. 서초동 일대 변호사 시장 전체가 들썩인 엄청난 사건이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이원석 부장검사)가 수사를 담당해 최유정 변호사는 징역 5년 6개월의 형이 확정됐고, 징역 2년이 확정됐던 홍만표 변호사는 2018년 만기 출소했다. 이 과정에서 추가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 받은 정운호 전 대표는 상습 도박 혐의로 받은 8개월까지 합쳐, 4년 4개월의 수감 생활을 끝내고 자유의 몸이 됐다.
#경영 복귀 수순? 내년 상장 재추진 가능성 언급도
올해 들어 이미 경영 복귀의 움직임은 포착된 바 있다. 정 전 대표는 최근 관계사 2곳의 사내이사로 선임됐다. 회사 측은 “법인 청산 절차를 밟기 위한 수순”이라고 설명했지만, 복귀를 위한 시동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정 전 대표는 올해 7월 말, 네이처리퍼블릭 관계사인 세계프라임과 오성씨엔씨의 사내이사에 선임됐다. 이로써 이미 사내이사도 등재됐던 △세계프라임개발 △에스케이월드 △쿠지코스메틱 △네이처리퍼블릭온라인판매까지, 네이처리퍼블릭 계열사 6곳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보고서 캡처
게이트와 함께 대표이사에서도 물러났지만, 여전히 가족을 통해 회사를 실질적으로 경영했다. 네이처리퍼블릭이 올해 11월 공개한 공시 자료에 따르면 정 전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 지분 75.3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재 네이처리퍼블릭 이사회 의장은 정 전 대표의 부인인 정숙진 씨다. 친인척 정 아무개 씨가 해외사업부문장 이사, 다른 친인척 정 아무개 씨가 직영매장 운영담당 이사를 맡고 있다.
네이처리퍼블릭 측은 정운호 전 대표의 만기 출소와 경영 복귀에 대해 “개인적인 내용이라 알지 못한다”는 원칙적인 답변만 내놓았다. 그렇지만 관련 업계에선 정 전 대표가 예상보다 빠르게 경영에 복귀해 재상장 등을 추진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실제 네이처리퍼블릭은 2017년 2285억 원(영업손실 38억 원), 2018년 2350억 원(영업손실 190억 원)을 기록했던 매출이, 올해는 3분기까지 1440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국내 소비 트렌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부침을 겪던 1세대 로드숍들이 공통적으로 보인 양상이기도 하다. 결국 활로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서 정 전 대표의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정 전 대표와 가까운 한 관계자는 “네이처리퍼블릭이 정 전 대표가 없을 때도 비교적 잘 운영이 됐지만, 정 전 대표가 강하게 사업을 추진하면 또 한 단계 성장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2014~2015년 당시 상장을 추진하던 점을 언급한다. 정 전 대표가 지분 75%로 대부분을 가지고 있는 점, 이미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상태로 해외 진출을 통해 새로운 시장 확대 여부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에서 상장을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평이다.
시장 흐름이 밝은 법조계 관계자도 “처음 상습도박 수사 때 수십억 원을 선임료로 준 것도 얼른 풀려나서 상장하려는 욕심 때문이라는 소문 아니었겠느냐”며 “지금 다시 상장을 추진해도 이상할 게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풀려난 홍만표는요? 변호사 제명 후 기업 고문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할 당시의 홍만표 변호사. 사진=최준필 기자 그런 홍만표 변호사가 최근 화제가 된 것은 한 기업에 고문으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부터다. 한류AI센터는 홍만표 전 검사장을 올해 2월 고문으로 영입했는데, 홍 변호사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와는 성균관대 법대 선후배 사이로 알려지면서 갑작스런 상승세를 탔다. 10월 말까지 370원대에 거래되던 주가는 11월 25일, 장 중 2075원까지 오르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징역 5년 6개월이 확정된 최유정 변호사는 여전히 수감 생활 중인데, 한때 동료였던 법조인들과 가끔 마주쳐 여전히 서초동에서 회자되는 이름이다. 최 변호사를 면회 장소에서 우연히 봤다는 변호사는 “의뢰인 면회를 갔는데 옆에 최 변호사가 있어서 잠시 눈인사를 했다”며 “사건과 별개로 개인적 인연 때문에 안타까웠는데, 얘기를 해보니 그렇게 생각하는 변호사들이 다소 있는 것 같더라”고 설명했다. 서환한 객원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