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등촬영은 보호관찰법상 성폭력에 포함 안돼 정준영 최종훈 전자발찌 부착 면해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의 정준영. 사진=박정훈 기자
불행하게도 성범죄에 연루되는 연예인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특히 올 한 해 급격히 늘었다. 최근 가수 정준영 최종훈, 배우 강지환 등이 성범죄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실형을 선고받았고 강지환은 집행유예다. 모두 전자발찌는 차지 않는다. 사실 성범죄는 징역형 등 처벌만큼이나 재범 방지 등을 목적으로 하는 보안처분도 매우 중요하다. 전자발찌 부착을 비롯해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취업제한 등이 바로 보안처분이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자칫 전자발찌까지 찰 뻔했다. 11월 13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준영에게 징역 7년, 최종훈에게 징역 5년을 각각 구형했다. 또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와 신상정보 고지, 10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의 취업 제한 등의 보안처분을 요청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했다. 이미 결심공판까지 끝났지만 검찰이 11월 21일 정준영과 최종훈 등에게 5년 동안의 보호관찰명령을 청구한 것. 이에 따라 법원은 선고 공판이 예정됐던 11월 27일 검찰의 보호관찰명령 청구에 대한 심리를 재개했다. 법원이 보호관찰명령을 받아들일 경우 정준영과 최종훈은 전자발찌를 찰 수도 있게 된다. 그렇지만 11월 29일에 열린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는 검찰의 보호관찰명령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고 공판에서 법원은 정준영에게 징역 6년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선고했다. 또한 최종훈에게는 징역 5년과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선고했다.
신상정보 고지와 보호관찰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비교적 가벼운 보안처분만 내려졌다.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8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도 물론 가벼운 처분은 아니다. 그렇지만 신상정보가 등록되거나 고지되는 상황은 피했고 전자발찌 부착도 면했다. 물론 정준영과 최종훈이 항소한 만큼 2심 재판부가 어떤 판결을 내릴지 더 지켜봐야 한다.
전자장치(발찌) 부착 명령은 2회 이상 성폭력을 범하고 성폭력 습벽이 있거나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경우에 내려진다. 적어도 이들의 재판을 담당한 1심 재판부는 정준영과 최종훈, 그리고 강지환이 여기에 해당된다고는 판단하지 않았다. 정준영과 최종훈의 경우 검찰이 재범의 우려가 높다며 결심공판까지 끝난 상황에서 보호관찰명령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들의 1심 판결을 두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서울지방경찰청 출석 당시의 최종훈. 사진=고성준 기자
재판부는 정준영과 최종훈에게 성폭력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으며 이번 사건에서도 성폭력 범죄는 각 1회씩에 불과하다고 봤다. 정준영의 경우 ‘카메라등이용촬영’과 ‘특수준강간’ 등 두 가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 혐의에서 모두 유죄를 받았다. 그럼에도 1회에 불과하다고 본 까닭은 ‘카메라등이용촬영’은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성폭력 범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사회적인 공분을 산 성관계 몰카를 찍어 단체 카톡방에 올린 행위는 전자발찌 부착과 무관한 범죄 행위였던 셈이다.
또한 재판부는 징역형, 신상정보 등록, 이수 명령 및 취업제한 명령만으로도 재범 방지와 성행(성품과 행실) 교정에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정준영과 최종훈이 장래에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는 이유로 법원은 검찰의 보호관찰명령 청구를 기각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법의 맹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카메라등이용촬영’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14조에 규정돼 있다. 카메라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기능을 갖춘 기계장치를 이용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거나 그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촬영 당시에는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도 사후에 그 의사에 반하여 촬영물을 반포·판매·임대·제공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 영리를 목적으로 정보통신망을 이용하여 유포한 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과거에는 지하철 몰카 등이 더 문제였다면 요즘에는 성관계 동영상을 몰래 촬영하는 몰카나 합의 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이지만 헤어진 뒤 협박 또는 유포하는 소위 ‘리벤지 포르노’가 더욱 심각하다.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사안이지만 이는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에서 규정하는 ‘성폭력 범죄’에 포함되지 않는다. 최근 화제가 된 대구 스타강사 사건의 경우 수년간 알고 지낸 여성 10여 명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처럼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수차례 몰카를 촬영했을지라도 성관계 자체에 강간 등의 불법 요소가 없다면 전자발찌 부착 대상이 아니다.
전동선 프리랜서
서환한 객원기자
실형은 물론 신상정보 공개 위기도 넘긴 강지환 12월 5일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형사부(최창훈 부장판사)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강지환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한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치료감호 40시간, 취업제한 3년을 명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는 강지환. 사진=임준선 기자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3년을 구형하며 취업제한명령 5년,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신상정보 공개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이 구형한 보안처분 가운데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명령, 신상정보 공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대신 법원은 사회봉사 120시간, 성폭력치료감호 40시간을 명했다. 강지환의 경우 검찰이 구형한 보호처분 가운데 보호관찰명령 청구는 없었지만 신상정보 공개가 포함돼 있다. 신상정보 공개 역시 연예인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사안이다. 기본적으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성범죄자가 되면 신상정보를 등록하게 된다. 정준영, 최종훈, 강지환 등은 모두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모두 신상정보 등록 대상이 된다. 문제는 신상정보 공개부터다. 수사기관에 자신의 신상정보를 등록하기만 하면 되는 신상정보 등록과 달리 신상정보 공개는 일반인도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정보를 조회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신상정보 고지는 성범죄 신상공개 대상자가 거주하는 읍, 면, 동의 아동, 청소년 보호가구, 어린이집 원장, 유치원장, 초중등학교 교장, 청소년 수련시설 등에 신상정보를 우편물 등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신상정보 공개 및 고지 5년의 보안처분을 받은 고영욱의 경우 2020년 7월까지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신상정보를 조회할 수 있으며 거주지 인근에 신상정보가 우편물 등으로 고지된다. 강지환 역시 검찰 구형에는 신상정보 공개가 포함돼 있었지만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지환의 신상정보 역시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조회될 뻔했지만 그런 상황까지는 가지 않게 됐다. 전동선 프리랜서 |
‘동종 전과’ 유리 친오빠 징역 4년에 보호관찰 3년 11월 29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성폭력 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소녀시대 유리의 친오빠 권 아무개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제한 5년을 명했다. 그리고 정준영 최종훈과 달리 권 씨에 대한 검찰의 보호관찰명령 청구가 받아들여져 보호관찰 3년이 나왔다. 애초 검찰 구형에서 권 씨는 징역 10년으로 가장 높은 형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그렇지만 징역 4년으로 실형은 크게 줄었다. 징역 7년과 5년을 구형받은 정준영과 최종훈이 징역 6년과 5년의 실형을 선고 받은 것과는 차이가 크다. 반면 권 씨는 정준영과 최종훈이 피해 간 보호관찰 청구가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성폭력범죄자들 범행의 수법, 범죄 전력, 범행 동기, 피고인들의 환경, 성행 등을 종합하면 성폭력 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며 보호관찰 명령을 내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권 씨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정상으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동종 전과가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검찰이 징역 10년을 구형한 것도 같은 이유로 보인다. 반면 재판부는 이 사건 각 죄가 판결이 확정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죄와 형법 제37조 후단 경합범 관계에 있어 동시에 판결할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은 유리한 정상으로 봤다. 법원이 권 씨에게 보호관찰 3년을 명했지만 전자발찌를 차는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피해자들의 명시적인 동의 없이 피해자들에게 연락하거나 접근하지 말 것과 보호관찰소에서 실시하는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80시간 이수, 그 밖에 재범방지와 성행교정을 위한 보호관찰관의 조치에 따를 것 등을 보호관찰에 따른 준수사항으로 부과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