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약 제의조차 안해 의문…원활한 윈터미팅 위해? 그보단 몸값 때문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조쉬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을 체결했다. 사진=연합뉴스
린드블럼은 밀워키와 계약이 알려지기 전 한국을 방문, 지난 9일 열린 KBO리그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했다. 시상식 전날 기자를 만난 린드블럼은 빅리그 계약을 암시하며 더 이상 한국 무대에서 뛸 수 없는 사실에 서글픔과 함께 새로운 도전을 향한 기대를 전하기도 했다.
린드블럼은 KBO리그 5시즌(2017시즌 전반기는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소속) 동안 130경기 선발 출장 823.1이닝 63승 34패 평균자책점 3.55를 기록했고, 2018년과 2019년 골든글러브 수상, 2019년 시즌 MVP, 리그 다승왕, 리그 탈삼진왕, 리그 승률왕, 2018·2019 최동원상 수상 등 화려한 이력을 자랑한다. 성적만 놓고 보면 두산과 재계약이 당연시 됐던 상황.
그러나 두산은 린드블럼에게 재계약 제안을 하지 않았다. 더욱이 두산은 린드블럼의 보류권까지 풀어줬다. 메이저리그행에 나서는 선수한테 보류권을 풀어준 두산의 행보에 대부분 야구 관계자들은 의문을 가졌다. 린드블럼의 에이전트조차 기자에게 “왜 두산이 보류권을 풀어줬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을 정도.
이에 대해 김태룡 두산 단장은 “린드블럼 측이 메이저리그 윈터미팅 때 팀을 결정하겠다고 해서 우리도 편하게 보류권을 풀어주고 가자고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팀들이 린드블럼의 신분조회를 할 때마다 두산의 보류 선수로 나왔고, 서로 원활한 방향으로 일을 진행하기 위해 보류권을 풀어줬다는 의미다.
만약 린드블럼이 KBO리그로 돌아온다면 두산을 포함한 10개 구단과 모두 협상할 수 있지만 돌아온 첫 해에는 외국인 선수 영입 총액 상한선인 100만 달러 이하로만 계약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두산이 이를 의식해서 결정한 게 아니냐고 하지만 린드블럼이 국내로 돌아올 가능성이 희박한 터라 납득할 만한 내용은 아니다.
또 두산은 리그 MVP인 린드블럼에게 왜 재계약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을까. 린드블럼은 메이저리그행 여부와 상관없이 두산이 자신에게 재계약을 제안하지 않은 것과 관련해서 약간의 서운함을 갖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한 구단 관계자는 린드블럼의 몸값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 두산에서 170만 달러(약 20억 원)를 받은 린드블럼의 몸값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두산이 재계약보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영입을 선택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 8일 새로운 외국인 선수인 크리스 프렉센과 총액 100만 달러에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내년 시즌 두산은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다. 린드블럼과 함께 2년 동안 62승(린드블럼 35승, 후랭코프 27승)을 합작한 세스 후랭코프와 결별했고, 야수에서는 김재환마저 메이저리그 포스팅 시스템 공시에 나선 터라 전력 감소가 눈에 띄는 상황이다. 화수분 야구를 대표하는 두산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