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보 문건, 누군가 취합한 것…심각한 헌정질서 농단”
청와대 등 하명 수사와 선거 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5일 경찰 수사로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떨어졌다고 주장하는 김기현(60) 전 울산시장을 불러 조사 중이다. 사진=일요신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김태은 부장검사)는 이날 오후 2시 김 전 시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지난해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찰이 벌인 측근들 비리 의혹 수사 전반에 대해 묻고 있다.
김 전 시장은 검찰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황운하 청장이 울산에 부임하고 몇 달 안 지나 김기현을 뒷조사한다는 소문이 계속 들리더라”며 “청와대 오더(지시)가 있었다는 얘기가 많이 들렸다”고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청와대가 자기 주변 비리 의혹들을 경찰에 이첩했다는 문건에 대해 의도적으로 취합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첩보가 자연적으로 접수됐다면 하나하나 그대로 넘겨야지 리스트를 왜 만드느냐”며 “당사자가 모두 다른 사건이기 때문에 누군가 일부러 취합하지 않고는 리스트가 만들어질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3·15 부정선거에 비견되는 매우 심각한 헌정질서 농단 사건”이라며 “책임자가 누군지, 배후의 몸통은 누군지 반드시 밝혀야 다시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를 짓밟는 행위가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2017년 12월 29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하달 받은 첩보 등을 토대로 김 전 실장 비서실장 박기성(50)씨의 레미콘 업체 밀어주기 의혹, 동생의 아파트 시행사업 이권개입 의혹 등을 수사했다. 이어 지방선거를 3달가량 앞둔 2018년 3월 김 전 시장의 비서실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김 전 시장 측은 선거를 앞두고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 낙선하는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첩보 하달 이후 경찰 출신의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김 전 시장 동생 사건 수사팀에서 배제된 경찰관에게 전화를 걸어 인사 불만 등 동향을 파악한 포착됐다. 뿐만 아니라 청와대가 경찰로부터 울산시청 압수수색 등 수사 상황을 9차례 보고받으면서 사건을 챙긴 것으로 검찰은 의심한다.
황운하(57) 당시 울산경찰청장(현 대전경찰청장)은 고발장 접수 직후 김 전 시장의 신분을 참고인으로 전환해 소환 조사도 하지 않았고, 청와대에서 첩보가 하달된 사실은 최근 언론 보도로 알았다며 하명 수사·선거 개입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