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택&큐리텔은 지난 연말 선발 업체들이 10만 화소급 카메라폰을 내놨을 때 33만 화소급으로 시장을 공략했 다. 한 모델이 팬택&큐리텔의 카메라폰을 선보이고 있다. | ||
그리고 올 상반기에 팬택은 카메라폰 시장에서 LG를 제치고 2위 자리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팬택의 주장에 따르면 올 1월부터 5월까지 국내 시장에서 팔린 내장형 카메라폰은 1백2만 대. 이중 삼성전자 제품이 55만2천여 대. 팬택앤큐리텔이 23만여 대, KTFT가 14만3천여 대, LG전자가 9만8천여 대를 공급했다는 것.
카메라폰 시장에서만은 팬택앤큐리텔이 업계 2위라는 얘기다. 이는 팬택앤큐리텔의 국내 시장 진입이 단시간 내에 성과를 보이고 있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물론 과거 팬택앤큐리텔의 전신인 큐리텔도 내수시장에서 잘나갈 때는 10%대의 점유율을 보이기도 했다.
팬택쪽에서도 카메라폰을 포함한 전체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라고 주장한다. 아직까지는 과거 큐리텔의 점유율을 능가하고 있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재진입 6개월 만에 간판 상품인 카메라폰에서 거둔 성과인 만큼 휴대폰 업계의 마케팅 전쟁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하고 있다.
사실 이미 전쟁은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카메라폰 시장에서 대응 시점이 잠시 늦어졌던 LG텔레콤은 이달 들어 35만 화소급의 내장카메라폰(팬택앤큐리텔은 33만 화소급)을 일본 카시오사로부터 들여오고 있다. 그동안 외장 카메라폰만 만들던 SK텔레콤 계열의 SK텔레텍도 다음달부터 고해상도의 카메라가 내장된 모델을 시판할 예정이다.
팬택앤큐리텔이 치고 들어간 지점은 카메라폰이다. 지난해와 올 상반기 휴대폰 시장의 화두는 카메라 기능이었다. 선발 휴대폰 업체들이 10만 화소급 이하의 제품을 내놨을 때 팬택은 지난해 처음 33만 화소급의 제품을 내놓았다. 삼성과 LG는 지난 3월에서야 같은 급의 제품을 내놨을 뿐이다.
게다가 선발 휴대폰 업체들이 카메라 기능 따로, 지도보기 기능(GPS), 동영상 기술 구현(EV-DO) 따로 등 부대 기능을 모델별로 다 따로 내놨을 때 팬택에선 이들 기능을 모두 한 휴대폰에 내장시킨 모델을 40만원대에 내놓는 승부수를 던진 것.
삼성의 첨단 휴대폰 가격이 50만원대인 점에 비추어보면 ‘값은 삼성보다 싸게, 기능은 삼성보다 한 가지 더’라는 전략을 취한 것. 이런 전략이 맞아 들어간 셈이다.
그렇다면 LG는 왜 대응이 늦어지고 있는 것일까. LG전자의 경우 휴대전화 서비스업체인 SK텔레콤이나 KTF에서 제공하는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을 구현하는 휴대전화 모델을 삼성전자에 비해 최소한 6개월 이상 늦게 출시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를 들어 LG의 기술 대응력이 경쟁사보다 떨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 주목할 만한 것은 지난 3월 LG전자와 팬택간의 연구인력 스카우트를 둘러싼 소송전. LG에선 팬택이 자사의 연구인력을 빼돌렸다며 법원에 팬택으로 간 직원들이 1년간 해당 분야에서 일하지 못하도록 요구하는 소송(전직금지 가처분)을 냈다.
업계에선 LG가 팬택을 상대로 연구인력 스카우트를 놓고 소송을 낼 만큼 LG전자의 연구인력 유출이 우려할 만한 단계라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최근 1~2년 사이 LG전자의 연구인력이 빠져나간 것만 백명 단위가 훨씬 넘는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LG쪽에선 “과장된 것”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또 ‘팬택의 2등 주장’에 대해서도 “특정 모델에 국한된 것일 뿐 전체 휴대폰 시장 판도에 비하면 무의미한 수치”라고 밝혔다. LG가 국내 휴대폰 시장에서 점유율 24%를 차지하고 있는 확실한 2등이라는 것.
그렇다고 국내 내수 시장에서 팬택의 약진을 쉽게 넘겨버릴 일은 아니다. 국내 시장에서 통하면 외국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게 정보통신 단말기 업체들의 공통적인 경험담이기 때문이다.
팬택의 박병엽 부회장은 무선 호출기로 출발해 ‘삐삐 3총사’로 불리며 정보통신 단말기 업계에 이름을 올렸다. 무선호출기 시장이 사그라지면서 삐삐 3총사는 휴대폰으로 말을 갈아탔다.
▲ 삼성의 카메라폰(왼쪽), LG의 카메라폰 | ||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중국에서 중저가 양산모델이 쏟아져 나오면서 벤처형 후발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숨통은 조여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박 부회장에게 큐리텔 인수와 국내 내수 시장 진출은 선택의 여지가 없는 길이었다. 외국업체에 인수된 모 업체의 사장은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중국 시장에 의존했던 후발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수익성이 자꾸 떨어져서 위험하다는 얘기가 나돌고 있는 게 최근 상황인 것.
자기 간판을 달고 국내 시장에서 살아남지 않으면 자기 상표 확보도, 해외 수출도 출구가 안 보이는 상황으로 휴대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팬택의 박 부회장이 “생존을 위해 국내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는 얘기가 진지하게 들리는 대목이다. 큐리텔을 인수한 팬택은 1년여간의 준비 끝에 한 단계 수준을 높인 카메라폰으로 이슈를 선점하며 선발 휴대폰 제조사들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팬택앤큐리텔은 여세를 몰아 거래소 시장에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팬택앤큐리텔의 성공담이 거래소 상장을 의식해 ‘과장된 것’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때문에 팬택의 시장 흔들기가 성공적이었느냐는 3~4분기가 지나봐야 알 수 있다는 시각도 힘을 얻고 있다. 팬택이 지난해에 비해 마케팅을 강화했던 올 들어 영업이익률이 지난해보다 최소한 2% 정도 떨어진 것. 광고비 등 늘어난 마케팅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지속적인 매출 신장과 과거 큐리텔의 시장 점유율을 능가하는 성과(12%대 이상)를 3~4분기 내에 실현할지 주목된다.
국내 시장의 확실한 1등이지만 최근 신제품 모델에서 리콜 소동을 벌여 구설수에 오른 삼성전자, ‘타도 애니콜’을 외쳤지만 준이나 핌의 실시간 동영상 모델을 제때에 납품하지 못해 망신살이 뻗친 LG전자.
팬택앤큐리텔은 앞서가고 있는 두 거인에게 가벼운 몸놀림으로 카메라폰 시장을 통해 시장 점유란에 팬택이 ‘기타’업체로 집계될 존재가 아님을 알리는데 성공했다. 최대 황금시장으로 부상한 휴대폰시장을 둔 국내 메이저 3강의 삼국전쟁이 열전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