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들 예비후보에 접근해 은밀한 거래…언론사 차려 ‘대세론’ 만들기도
선거 유세 장면으로 기사와 특정 내용과 관련없음. 사진=박은숙 기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제20대 총선 당시 활동한 여론조사업체 186곳 중 96곳(52%)은 선거 6개월 전 만들어진 속칭 ‘떴다방’인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조사협회와 한국정치조사협회에 가입하지 않은 영세업체도 154곳에 달했다. 이들이 총선 여론조사를 한 비율은 전체 64.4%였다. 이 중 ‘페이퍼 컴퍼니(물리적 실체가 없이 서류 형태의 회사)’도 존재했다.
중앙선관위는 ‘깡통 여론조사업체’가 논란이 되자, 지난해 6·13 지방선거 때 ‘선거여론조사기관 등록제’를 처음 도입했다. 비전문 여론조사기관의 난립을 방지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등록 요건이 △3명 이상 상근직원(분석전문인력 1명 포함) △여론조사 실적 10회 이상(단, 설립 1년 미만은 3회) 또는 최근 1년간 여론조사 매출액 5000만 원 이상 등에 한정, 실효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영세 여론조사업체가 타깃으로 삼는 이들은 ‘정치 초짜’인 예비후보자들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구력이 오래된 예비후보자들은 여론조사업체만 봐도 공신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지만, 정치 초보들은 이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판에도 이른바 ‘호갱(호구+고객의 합성어)’은 존재한다는 얘기다.
이들의 ‘은밀한 거래’ 방식은 이렇다. 선거철이 되면 깡통 여론조사업체는 ‘정치 초짜’ 예비후보에게 접근한다. 당내 경선 등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여론조사를 해주겠다며 ‘수백만 원 이상’의 돈을 요구한다. ‘지지도 00% 상승’ 등을 미끼로 딜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들의 검은 거래가 성사되면, 여론조사 실무 교육도 받지 않은 깡통 여론조사업체 직원은 ‘표본의 대표성’이 불명확한 전화번호로 조사를 시작한다. 여론조사 하청을 맡기는 업체도 더러 있다. 일부 깡통 여론조사업체는 언론사를 따로 차려 기사를 간접적으로 인용, 특정 후보의 대세론을 만든다.
20대 총선 당시 한 조사에선 응답률이 무려 85%까지 나왔다. 정례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의 경우 응답률은 5%와 15% 내외다.
중앙선관위는 이번 총선 때도 불법 선거여론조사 근절을 위한 특별 전담팀을 운영할 것으로 보이지만, 깡통 여론조사업체의 난립을 막을지는 미지수다. 떴다방 여론조사업체는 지금도 자신들의 먹잇감인 ‘정치 호갱’ 찾기에 나서고 있다.
한편, 12월 18일 현재 중앙선관위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한 기관은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을 포함해 총 78곳이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