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인지 즉시 통보는 독소조항” 내부 반발…당분간 정치인 선거범죄 매진 가능성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가 발의한 공수처 설치 법안이 12월 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의원 176명, 찬성 159명, 반대 14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입 닫은 윤석열…반발하지만 ‘예상했다’는 검사들
검찰이 문제를 삼고 있는 독소조항은 4+1의 공수처법 합의안 24조 2항이다. 이 조항은 공수처 이외의 수사기관이 고위 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경우 이를 즉시 공수처에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즉, 검찰이 첩보를 인지하면 수사 개시 전 공수처에 ‘보고’를 해서 공수처가 사건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검찰이 고위 공직자 수사를 아예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셈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대검 간부들과의 회의에서 이 조항에 대해 강하게 분노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출입기자단에 “검찰은 4+1의 공수처법 합의안이 공개된 이후 범죄 인지 공수처 통보 독소조항이 포함된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독소조항이 포함된 공수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하지만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뒤에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돌이킬 수 없는’ 상황에서 더 반발해봐야 의미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윤 총장은 신년사에서 공수처 관련된 사안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대검찰청 청사 앞에 휘날리는 검찰청 깃발. 사진=임준선 기자
“공수처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분위기가 검찰 내부에 팽배하지만 독소조항에 대해서는 다들 우려 섞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한 차장검사는 “우리가 첩보를 인지하는 즉시 통보토록 한 조항은 결국 인사 추천권이 있는 국회의원과 인사권자인 대통령 및 청와대에 ‘범죄 첩보를 보고하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인사권이 결국 청와대에 있는 상태에서 공수처가 살아있는 권력들을 상대로 제대로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 자유한국당도 지금은 반대한다지만 정권을 잡게 되면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고성준 기자
#남은 기간 정치인 수사 더 강하게?
국회를 통과한 공수처법은 정부로 이송돼 20여 일의 준비 기한을 거쳐 공포되고 6개월이 경과된 시점부터 시행된다. 때문에 법조계는 공수처가 이르면 7월 즈음, 세상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 기간 동안, 검찰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치인 관련 범죄 첩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윤석열 총장은 신년사에서 총선을 앞두고 선거범죄에 철저히 대비해 달라고 구성원들에게 요청했다. 윤 총장은 “선거 사건에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단순히 기계적 균형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누구든 돈이나 권력으로 국민의 정치적 선택을 왜곡하는 반칙과 불법을 저지른다면, 철저히 수사해 엄정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년사의 메시지는 ‘행간’을 읽어야 하는데 오는 4월 총선에서 검찰이 보다 적극적으로 정치인들의 선거범죄를 단죄할 가능성이 힘을 받는다. 특수통 출신의 법조인은 “이번 공수처 안은 검찰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상당한 윤석열 총장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는 결과”라며 “독소조항의 문제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수사로 답할 가능성이 있고, 가장 좋은 수사 대상은 바로 4월 총선”이라고 내다봤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