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일가·유재수 수사팀 간부 ‘이동’ 가능성…6개월 만에 또 개장휴업 분위기
최근 간부급 검사들과의 저녁 자리나 송년 안부 인사 때마다 나오는 말이다. 다들 수사를 진행하기보다는 새해 1월 설 전후에 있을 인사를 대비해 자리 정리에 여념이 없다. 6개월 만에 다시 인사를 하는 기이한 현상이 정권 3년 차에 벌어지게 된 것. 수사는 뒷전이다. 언론의 주목을 받는 몇몇 수사만 돌아가고 있다.
승진을 앞둔 사법연수원 28기 검사들은 법무부의 승진 관련 인사 검증을 받고 있다. 30기 검사들까지 동의서 제출 요청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추미애 의원이 신임 법무부 장관 후보에 지명되면서 ‘인사’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 수사 검사들을 보복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점차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대검찰청 전경. 사진=임준선 기자
#법무부 인사검증 본격화…비워둔 6자리가 ‘동력’
법무부가 재산 등 인사검증 동의서 및 관련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은 사법연수원 28~30기 검사들이다. 지난 인사 때 사법연수원 27기까지 승진했는데, 당시 인사 검증에 응했던 검사들의 경우 새로 제출할 필요가 없다. 새롭게 승진 대상이 된 연수원 28기는 별 이변이 없는 한 두세 자리 이상의 검사장을 배출할 것으로 점쳐진다.
6개월 만이지만 명분도 있다. 현재 공석인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 간부 자리는 모두 6곳이나 된다. 법무부는 지난 7월 말 인사 때, 대전·대구·광주고검장과 부산·수원고검 차장검사·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등 고검장급 3자리와 검사장급 3자리를 비워뒀다. 당초 후보자가 모두 있었지만 무리하게 승진시키지 않고 공석으로 놔뒀다. 고검 차장검사가 고검장의 업무를 대리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그리고 추미애 후보자 취임 후 6개월 만에 다시 이뤄질 고위 간부 인사는 비어있는 이 자리를 채워야 한다는 명분을 앞세워 진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는 명분이고 실제로는 조국 전 장관 등 청와대를 겨눈 수사를 진행해 온 윤석열 검찰총장 측근들을 ‘흩어놓는’ 인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받는다. 역사적으로 정권을 겨눈 검찰 수사팀이 인사에서 자유로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조국 전 장관이 옷을 벗고 나갈 때만 해도 윤석열 총장이 ‘함께’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는 분석이 서초동에 지배적이었다. 박근혜 정부에서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을 수사했던 채동욱 전 총장은 혼외자 파문으로 직을 내놔야 했고, 2002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두 아들 홍업 씨와 홍걸 씨를 구속했던 이명재 당시 총장은 검찰 수사 도중 발생한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의 책임을 지고 취임한 지 10개월 만에 사퇴한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식사를 위해 대검찰청 이동통로를 걸어가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하지만 윤석열 총장은 ‘수사가 끝나지 않았다’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정권을 정면으로 겨눈 수사에 책임을 지는 게 당연했던 관례를 윤석열 총장이 이행하지 않은 것. 때문에 추미애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기를 시작함과 동시에 수사팀 흔들기를 통해 ‘검찰 길들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역대 최악 수준으로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가 나쁜 것도 인사의 필요성 중 하나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매년 인사를 통해 승진과 서열이 가늠되는 곳이 검찰”이라며 “검사장 승진을 통해 오는 시그널이 평검사들에게 ‘정권을 겨눠서는 안 된다’고 해석될 경우 알아서 길들여지는 곳이 검찰”이라고 설명했다.
#생각보다 큰 효과…반발은 ‘승진’으로 무마?
이번 검사장 인사는 대규모가 아닐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규모와 관계없이 파급력은 클 전망이다. 차장·부장검사 자리까지 연쇄이동이 불가피하다. 실제 부장검사 승진 가능성이 있는 연수원 34기에게도 인사검증 동의서가 전달됐다. 연쇄적으로 내려가는 인사 조치에서 ‘내칠 사람’들을 확실하게 골라낼 수 있다.
당장 설 전후 인사 가능성이 높은 곳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와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간부진과, ‘유재수 감찰 중단’ 의혹을 파헤치는 서울동부지검 수사팀 간부진, 그리고 이를 지휘하는 대검 간부 라인 등이다.
법무연수원 등 징계성으로 해석될 곳에 보내는 인사를 내는 방법도 거론되지만 추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특히 윤석열 총장이 직접 반발하기라도 한다면, 청와대와 검찰 간 갈등이 점차 고조되는 상황에서 파국에 다다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앞선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윤 총장은 함께 동고동락한 간부들이 좌천성 인사를 받게 되면 언론 기자회견 등 공식 입장 표명을 통해서라도 항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내다봤는데, 때문에 좌천성 인사보다는 ‘일부 승진’과 ‘일부 좌천’이 뒤섞인 인사로 수사팀을 해체시킬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힘을 받는다. 다른 신임 검사장의 승진 과정에서 현 지검장들을 다른 자리로 옮기거나, 수사를 지휘 중인 차장검사를 승진시키는 방식으로 공석을 만든 뒤 추미애 후보자가 ‘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다시 배치하는 방식이다.
현직 검사장인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과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 3차장검사와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등이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을 통해, 현직 검사장들 역시 고검장 승진을 통해 인사이동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의 경우, 청와대의 신뢰를 받고 있어 서울중앙지검장으로의 영전이 점쳐진다.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 역시 승진을 시키는 방식으로 다른 자리로 보내는 것이 가능하다.
다른 자리로 승진 이동될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는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사진=최준필 기자
실질적으로 각 수사팀과 소통하며 수사를 구체적으로 지휘하고 있다는 대검 간부 라인업이 이런 방식으로 새 보직을 받게 되면, 윤석열 총장이 반대할 명분이 없다. 고검장으로 승진하는 방식으로 대검이 아닌, 지방으로 인사를 내버리고 새로운 대검 간부 자리에 비(非)윤석열파 인사를 앉히면 수사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추론이다.
하지만 워낙 검찰 분위기가 인사를 앞두고 뒤숭숭한 탓에, 인사 규모는 원 포인트를 넘어서되 전체를 다 뒤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 전 장관의 경우 수사 대상이었던 탓에 수사팀을 건드릴 수 없었지만, 추 후보자의 경우 그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인사를 하는 명분이 있다는 게 검찰 내부 분위기”라면서도 “얼마나 승진시킬지 규모를 가늠하느라 다들 바쁘다. 다만 수사팀 전체를 건들면 검찰 전체가 들고 일어설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도 감안해서 하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