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Q&A’ 부터 “죽고 싶을만큼 참담해” 호소까지
‘음원 사재기 논란’의 또 다른 시발점이 됐던 보이그룹 블락비 멤버 박경의 트위터 글. 사진=박경 트위터 캡처
지난 5일 남성 듀오 바이브가 속한 그룹 메이저나인은 공식입장과 직접 ‘음원 사재기’와 관련한 Q&A를 작성해 언론에 제공했다. 메이저나인 측은 “음원 사재기의 실체를 부정하지 않으며 그런 음원 사재기가 뿌리 뽑혀야 한다는 인식에 크게 공감하고 있다”며 “음원 사재기 근절을 위해 필요하다면 적극 참여할 의사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알’ 방송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거나 저희 측의 입장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메이저나인 측은 “그알 제작팀의 취재 요청에 따라 지난해 12월 19일 당사 사무실에서 약 6시간 30분에 걸친 인터뷰를 진행했다”며 “저희가 준비한 311페이지에 이르는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한 장 한 장 보여주며 당사에 대한 여러 의혹들에 대하여 하나도 남김 없이 취재진에게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또 취재에 도움을 주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멜론 차트 상위권에 올라갔던 타사 가수 전부를 포함한 차트 데이터, 마케팅의 성공 사례로 뽑히는 곡들의 실제 인사이트 및 광고 집행 내역, 마케팅 업체별 페이스북 마케팅 의뢰곡 리스트, 당사의 과거 전략회의 자료 등, 제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자료를 제공했다”며 “그러나 ‘그알’에서는 저희에 대한 각종 의혹을 해명한 내용이나 방송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을 전면으로 뒤집을 수 있는 자료 등은 전혀 공개되지 않았고 취재진이 처음 의도했던 각본에 맞춰져 6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용 중 단 3 장면, 그중에서도 저희가 의혹에 대해 해명한 부분은 단 한 장면도 나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바이브. 사진=메이저나인 제공
메이저나인 측은 바이럴 마케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 가요계의 상황을 짚기도 했다. 이들은 “현재 대한민국의 음악 시장에서 아이돌이나 대형 기획사 소속의 가수가 아닌 일반 발라드 가수나 신인 가수 등은 음악을 홍보할 수단이 사실상 유튜브, 페이스북 등의 SNS 뿐”이라며 “특히 페이스북 마케팅은 기존 유명 아티스트들도 다수 진행하고 있는 보편적인 방식이 됐다.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음악 방송들은 아이돌이 아닌 가수들에게는 많은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발라드 가수, 인디 가수, 대형 기획사 소속이 아닌 신인 가수는 음원을 내고 아무런 홍보 활동도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닐로, 장덕철, 반하나 등이 소속된 리메즈엔터테인먼트도 공식입장을 밝혔다. 리메즈 측은 “다시 음원 사재기와 관련해 당사는 아니라고, 하지 않았다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입장을 되풀이해야 되는 작금의 상황이 너무나 절망스럽다”라며 “그알 보도와 관련해서도 깊은 유감을 넘어 죽고 싶을 만큼 참담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이어 “저희는 2018년 4월 소속 가수의 곡이 음원 차트 1위를 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모든 소속 가수들이 사재기 루머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오고 있다”며 “당시 문체부 및 관련 기관들에 진상을 규명해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했고, 수 많은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하여 강력하게 이야기 해왔음에도 그 긴 시간 동안 그 어떤 의혹도 해소되지 못했다. 그 기간 동안 소속 아티스트들은 셀 수도 없는 악플과 따가운 시선 등을 받으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 닐로. 사진=닐로 인스타그램 캡처
‘그알’에 대한 원망도 이어갔다. 리메즈 측은 “누구보다 공정한 보도로 더는 무고한 사람이 생기지 않게 진실된 취재를 해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조차 지난 4일 저희 가수들의 자료화면을 수차례 띄우며 마치 사재기를 한 가수인 마냥 대중을 호도하는 방송을 송출했고, 실체 없는 의혹제기로 끝난 방송 이후 저희는 더욱 심각한 마녀사냥을 당하고 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그알 측은 보도했던 대로 실제 사재기가 있고 실행자가 있다면 카더라식 제보를 받은 그 분들의 실체를 더욱 명확히 밝혀 주시고, 카더라 제보와 여러 조작 정황 자료 화면이 마치 저희와 관련 있는 듯한 뉘앙스로 방송되었는데 저희와 대체 어떤 연관성이 있기에 교묘하게 편집하여 보도하였는지, 왜 방송을 통해 저희를 사재기 집단으로 여론몰이 하시는지 그 배후가 궁금하며, 연관성이 없다면 강력하게 정정보도를 요청 드린다”고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리메즈 측은 ‘그알’ 제작팀에 대해 “정식 사과를 해 달라”고도 덧붙였다.
팬들의 이른바 ‘총공(아이돌의 음원이 발매되는 날 상위권 순위에 들 수 있도록 팬덤 차원에서 다중 아이디로 음원을 구매하거나 실시간 스트리밍하는 등의 행위)’으로 인한 오류가 음원 사재기 오해로 이어진 소속사도 있었다. ‘그알’에서 “내 포털사이트 이메일로 내가 사거나 듣지 않은 음원의 구매가 완료됐다는 음원 사이트의 메일이 왔다”고 제보한 제보자의 메일에 뉴이스트W의 곡이 모자이크 처리 되지 않은 채 방송된 것이다.
이는 팬들의 총공 과정에서 다중 계정을 만들기 위해 불특정 다수의 이메일을 무작위로 사용하다 불거진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실제 기계를 이용한 음원 사재기가 아니라 가요계에서 묵인돼 온 팬들의 집단행동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뉴이스트의 소속사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는 “그알 측이 해당 방송에서 음원 사재기 의혹과 관련된 일반인 남성의 인터뷰를 통해 ‘본인이 듣지도 사지도 않은 가수의 음원 구매 내역이 있었다’ 등의 취지의 발언과 함께 이메일이 방송에 노출되는 과정 중 당사 소속 아티스트와 문제가 있는 것 같이 연관 지은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하는 바이다”라며 “본인들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수년간 노력해온 아티스트가 방송으로 인해 씻을 수 없는 명예훼손과 억측과 소문이 확산되고 있어 심각한 피해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사 소속 아티스트와 관련 없는 사건이 해당 방송으로 인해 ‘음원 사재기 의혹 가수’로 방송 화면에 그룹 실명이 그대로 노출된 부분에 대한 제작 과정에 실수 인정·사과와 다시 보기 등 정정을 요청 드린다”고 공식 요청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