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으로 줄어들 비례 의석, 영입인사 주고나면 내부 비례 후보들 자리 없어 “누가 헌신하겠나”
더불어민주당 21대 총선 인재영입 1호인 최혜영 강동대 교수(가운데)가 12월 26일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인재영입식에서 이해찬 대표(오른쪽), 양향자 전 최고위원 등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은 2019년 12월 26일 인재 1호로 최혜영 강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를 영입했다. 12월 29일에는 2005년 ‘느낌표-눈을 떠요’ 코너에 출연해 화제가 됐던 원종건 씨 영입을 발표했다. 올해 들어서도 민주당은 1월 2일 4성 육군 장군 출신 김병주 예비역 대장을 영입했다. 1월 5일엔 소병철 전 검사장을, 7일엔 오영환 전 소방관을 영입했다. 오영환 씨는 ‘암벽여제’로 알려진 세계적인 스포츠 클라이밍 선수 김자인 씨 남편이기도 하다.
다섯 명의 인재 영입을 두고 민주당은 물론 정치권에선 호의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참신한 인물을 영입해 국민들 이목을 집중시켰고, 당 이미지 역시 일신했다는 평이다. 인재 영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던 한국당 의원들은 부러운 시선으로 민주당을 바라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례대표제는 직능 대표 성격을 띠고 있다. 비례대표제 원래 성격을 봤을 때 각계 인사를 두루 영입하고 있는 이번 민주당 인재 영입 전략은 잘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재 영입 1호 최혜영 교수는 “주변에서 ‘감성팔이 하는 것 아니냐. 이벤트만으로 끝내는 것 아니냐’라는 걱정을 해주셨는데 그런 이벤트라도 장애인에게 관심만 가질 수 있다면 해야 한다”며 “이벤트를 넘어서 실질적으로 장애인을 위한 정책을 바꾸는 것이 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민주당 내부에서는 불만도 새어 나온다. 이번 총선에서도 내부 당직자들은 외면하고 외부 명망가, 스토리 있는 인사 위주의 낙하산 영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민주당 한 청년 당직자는 “정치가 국민에게 보여주는 측면이 강하다보니 어쩔 수 없다는 면은 인정한다. 하지만 항상 내부 인재를 챙기겠다, 청년 정치인을 키우겠다며 청년 정치학교 등을 운영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았다. 기분이 유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당직자는 좀 더 신랄한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민주당이 이벤트 회사도 아니고 정치와는 거리가 있던 사람을 갑자기 데려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며 “결국 정치가 역할을 못하니까 직업 정치인이 버젓이 있는데도 전혀 정치를 배우거나 경험하지 못한 전혀 다른 직종 사람들을 데려오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 당직자는 “정당의 자원인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 것인가는 정당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할 것인지와 연결돼 있다. 따로 이야기가 불가능하다. 결국 정당이 인재를 외부에서 뽑아 쓴다고 평가되면 내부에서 누가 참여하고 헌신할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런 목소리를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해 기존보다 비례대표 의석이 줄어든 상황과 연관돼 있다는 얘기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르는 첫 선거인 제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기존보다 비례대표 의석이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다. 2016년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은 13석의 비례대표 의석을 받았지만 이번엔 배출할 수 있는 예상 의석은 대략 6~7석으로 추산된다.
신율 교수도 “비례대표 성격상 외부 영입이 본질적으로 맞지만 내부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부분도 충분히 이해할 만하다. 특히 이번 총선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치러져 인재 영입된 분들이 비례대표로 출마 시 다른 비례대표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대단히 낮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인재 영입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해찬 대표를 향한 불만으로도 이어지는 모습이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인재 영입에 관련해서는 당 대표 외에는 다들 잘 모른다. 직접 챙기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