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광·금송운수, 허가 위법성 논란부터 승차권 발권기 거부 등 탈세 의혹까지…군 “발권 관련 공문서 발송”
정부는 여객자동차운송사업법(여객운송사업법)을 제정해 마을버스 운송사업자 허가를 주도록 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최소한의 교통편의를 제공하려는 취지에서다.
남해 보리암 운행 마을버스.
정부는 여객운송사업법에 기초한 운송사업자에게 최소한의 경영활동에 도움을 주고자 유류세 환급, 부가가치세 면세 등 여러 가지 혜택을 준다. 하지만 이 같은 법령을 악용하는 사례가 바로 남해군 내에서, 그것도 지자체의 방조 아래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
여객운송사업법을 악용해 마을버스 허가를 득한 사업자는 (주)보광과 금송(주) 등 두 곳이다. 이들 두 회사는 남해군의 묵인하에 탈법 등의 행위를 일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마을버스는 말 그대로 마을주민들의 이동권 보장을 위해 허가가 이뤄진다. 하지만 남해군 관광일번지 보리암 불교사찰을 운행하는 두 회사의 마을버스 노선에 접하는 곳에는 주민이 거주하는 마을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들 회사는 오로지 관광객만을 상대로 황금알을 낳는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세금을 부과할 과세의 기준이 되는 승차권 발권기 도입마저 거부하고 있다.
마을버스 허가 과정에서도 특혜나 불법이 개입됐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받는다. 여객운송사업법에는 ‘마을 등을 기점 또는 종점으로 하여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그 마을 등과 가장 가까운 철도역 또는 노선버스 정류소 사이를 운행하는 사업’이라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보리암 마을버스 운행지는 마을·철도역·노선버스 정류소 어느 하나에도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영업허가를 받았다.
남해군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주)보광운수 및 금송운수(주)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제3조(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의 종류) 1호 다항에 의거해 마을버스로 운송허가를 득했다”고 말했다.
보리암은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천년고찰로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관광지다. 관광객을 상대로 영업행위를 할 경우 관광진흥법에는 운수사업자도 관광업을 기반으로 등록하는 게 원칙이다. 관광진흥법의 관광순환버스업을 살펴보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여객자동차운송사업의 면허를 받거나 등록을 한 자가 버스를 이용하여 관광객에게 시내와 그 주변 관광지(보리암)를 정기적으로 순회하면서 관광할 수 있도록 하는 업’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보리암을 운행하는 두 회사가 이런 원칙을 무시하고 마을버스로 허가를 받은 이유는 명료하다. 마을버스로 허가를 받지 않으면, 유류세 환급이 없는 부가가치세 대상 사업장이 되기 때문이다. 유류세 환급은 운수회사 운영에 있어 상당한 부피를 차지하는 항목이다.
남해군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이와 관련 “관광진흥법 시행령 제2조 1항의 6에 따르면 관광순환버스는 시내와 그 주변 관광지를 순회하는 것으로 보리암 버스 노선은 이에 준하지 않아 관광순환버스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남해군의 이 같은 해명은 운수업자의 잘못을 군이 나서 덮는 것에 지나지 않아 보인다. 마을버스가 남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보리암을 순회하는데도 이를 무시했고, 정부가 정한 법령의 ‘사람’과 ‘관광객’을 구분하지 못했다. 주거지를 두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자는 ‘사람’으로,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자는 ‘관광객’으로 구분해 정확한 법령을 기준으로 허가를 해줘야 하지만 이를 방기했다.
남해군과 마을버스 운행자인 (주)보광·금송(주) 간의 유착이 의심되는 가장 대표적인 대목은 운송회사들이 승차권에 필수적인 일련번호(넘버링), 발행일자 등을 표기하지 않은 채 재사용하는 것을 남해군이 인지하고도 묵인하고 있다는 점이다.
남해군 건설교통과 관계자는 “1월 1일 새해를 맞아 3000여 명의 탐방객이 내방했는데, 일련번호를 찍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은 사실을 운수회사가 시인했다”면서 “발권기 사용요구 등 승차권 발권과 관련된 공문발송을 했다”고 밝혔다.
군의 이 같은 설명마저도 유착의혹을 해소하기에는 힘들어 보인다. 일련번호는 인쇄과정에서 미리 표기해서 사용해야지 임의로 조작하는 것이 아닌 까닭에서다.
한려해상국립공원 측이 밝힌 1월 1일 보리암 탐방객 수는 5952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왕복 승차권 2500원을 지출하고 마을버스를 이용한 관광객을 70%라고 가정하면 당일 마을버스 하루 매출액은 1000만 원에 육박한다.
보리암 관광객 A 씨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을 하면서 버는 만큼, 세금을 납부하는 것은 국민으로서 당연한 의무”라면서 “탈세를 눈감아 주고 특혜성 허가를 해 준 남해군에 대한 경남도 차원의 강도 높은 감사가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민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