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진 풍산그룹 회장이 지난 7월28일 서울 롯데호 텔에서 전경련 주최로 열린 6·25 참전용사 환송 만찬회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 | ||
신정부의 가장 큰 취약점은 미국 정부와 외교적 통로가 전무하다는 것이었다. 이런 한미 행정부간의 비공식적인 인맥관계의 부실함을 보완해준 인물이 바로 류진 회장이었다.
그는 지난 4월 부시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을 국내에 초청하는 일을 맡았다. 당시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은 노무현 대통령의 미국 방문의 전초전 성격이 강했기에 큰 관심을 모았다. 공식적으로 부시 전 대통령의 방한은 전경련 초청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류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 회장은 지난 7월28일 저녁 전경련 주최로 열린 한국전 참전용사 환송 만찬의 사회를 보는 등 단순히 경제인 차원을 넘어서 민간외교 분야에서 큰 활약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내에서 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고로 인해 촛불시위가 연일 이어질 당시 부시 대통령이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사과 전화를 한 것도 류 회장의 ‘간곡한 요청’ 때문이라는 것.
이에서 보듯 류 회장은 부시 공화당 행정부 인맥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풍산그룹 창업자이자 류 회장의 선친인 고 류찬우 회장 때부터 부시가와 맺어진 인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풍산이 방위산업체라 일찍부터 대미관계에 공을 들였고, 미국의 거대 방위산업체 인맥은 물론 공화당 인맥과도 긴밀히 연결됐다는 것.
▲ 지난 2월28일 (주)풍산 미국현지법인을 방문한 부시 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류진 회장. | ||
풍산이 소비재를 만드는 회사가 아닌데다 류 회장이 워낙 나서기 싫어하는 성품이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질 기회가 없었던 것. 하지만 풍산 류진가는 재계의 혼맥에서도 확실한 위치를 점하고 있으며, 족보상으로도 명문가의 후손이기도 하다.
풍산의 창업자 류찬우 회장은 풍산 류씨로 서애 류성용 선생이 후손이다. 바로 안동 하회마을에 집성촌을 이루고 있는 류씨 가문의 후예인 것.
실제로 류찬우 회장은 병산교육재단을 세워 고향인 풍산에 풍산중고등학교를 세웠고, 이 재단에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있는 병산서원과 그 일대 땅을 기증하기도 했다. 류찬우 회장은 배준영 여사와 사이에 2남2녀를 두었다.
류 회장이 지난 99년 11월 숙환으로 별세한 뒤 풍산그룹의 경영권은 차남 류진 회장으로 이어졌다. 류 회장은 풍산그룹 계열의 (주)풍산과 풍산마이크로텍 등 주요 계열사의 대표이사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풍산의 공익법인인 병산교육재단과 93년 설립된 학록장학재단(학록은 류찬우 회장의 호)의 이사장으로 명실상부하게 풍산가의 대표자 역할을 하고 있다.
류찬우 회장의 장남 류청씨는 박정희 대통령의 둘째 딸인 박서영씨와 결혼했고, 둘째 아들은 류진 회장은 노신영 전 국무총리의 딸과 혼인했다. 며느리를 모두 관계 인사의 집안에서 맞이한 것.
하지만 이들의 결혼은 1년도 못돼 파경을 맞이해 더 큰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후 류청씨는 재혼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류진 회장의 부인인 노혜경씨는 노 전 총리의 둘째 딸이다. 류찬우가는 노 전 총리와의 통혼을 통해서 재계 혼맥의 중심부에 자리잡게 된다.
노신영 전 총리의 큰며느리인 정숙영씨는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의 딸이고, 둘째 며느리인 홍라영씨는 홍진기 전 내무장관의 딸이다. 홍라영씨의 언니인 홍라희씨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이다.
노 전 총리가 현대 정주영가와 삼성 이건희가 등 국내 1, 2의 재벌들을 사돈으로 맞이하고 있는 것. 류진 회장은 부인 노혜경씨와의 사이에 현재 성곤군과 성와양 등 1남1녀를 두고 있다.
류찬우 회장은 며느리는 유명한 집안에서 맞이했지만 사위는 평범한 집안에서 얻었다. 류진 회장의 누이인 큰딸 류지씨의 남편은 장효수씨는 평범한 집안 출신이다. 또 둘째딸 류미씨의 남편 안승해씨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