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장·차남, 경영보폭 넓히고 지분 모으고…일감 몰아주기 논란 재연 공정위 결과 주목
한화그룹 3세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과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가 경영권 승계에 한 발 더 다가선 가운데, 일감 몰아주기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왼쪽)과 김동관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공식 출범한 한화솔루션은 한화케미칼과 한화케미칼이 주식 100%를 보유한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가 합병한 회사다. 한화솔루션은 화학과 태양광, 소재 등 3개 사업부문을 아우르며 사실상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떠올랐다. 그간 태양광 사업에 집중하던 김동관 부사장은 전략부문장을 맡았다. 그룹 내에서 방산과 금융을 제외한 핵심사업의 전략을 총괄하게 된 것. 더욱이 김 부사장은 지난해 말 신설된 (주)한화의 전략부문장도 겸직해 그룹 내 보폭이 한 층 넓어졌다.
재계에서는 한화솔루션의 출범을 통해 한화그룹의 3세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태양광 사업을 확대한 데 이어 김동관 부사장의 승진과 한화솔루션 출범을 통해 그룹 후계 구도의 핵심 퍼즐을 맞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재계 관계자는 “재계의 예상대로 김동관 부사장을 중심으로 승계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한화솔루션의 출범으로 후계구도가 명확해지면서, 한화에서도 이를 긍정도 부인도 할 수 없게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동관 부사장이 자리를 옮기며 승계에 한 발짝 다가섰다면,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는 한화생명 자사주를 취득하며 금융계열사 승계를 위한 행보에 나섰다. 한화생명에 따르면 2019년 12월 19일 김 상무는 7억 원 규모의 한화생명 주식 30만 주(0.03%)를 취득했다. 한화생명 측은 책임경영을 통해 주가 부양 및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를 표명하는 차원에서 동참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한화그룹 오너 일가 중 최초로 한화생명 주식을 직접 취득한 탓에 재계의 눈길이 쏠렸다.
한화는 지난해 7월 한화투자증권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금융부문 계열사를 ‘한화생명→한화자산운용→한화투자증권’으로 수직계열화 했다. 재계에서는 이를 차남 김동원 상무의 금융계열사 승계를 염두에 둔 정지작업으로 해석했다. 금융부문 수직계열화를 통해 그간 점쳐졌던 계열분리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더불어 계열사 상장을 통해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실탄 마련도 한창이다. 지난해 11월 한화시스템 상장은 한화그룹 3세 경영권 승계의 발판을 마련한 계기로 평가받는다. 한화시스템 3대 주주(14.49%)인 에이치솔루션 지분 전량을 한화그룹 3세 삼형제가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관 부사장과 김동원 상무는 각각 에이치솔루션 지분 50%, 25%를 보유하고 있다. 삼남인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도 25% 지분을 갖고 있다. 한화시스템의 기업가치가 오르면 에이치솔루션의 지분 가치도 덩달아 상승하고, 이 경우 삼형제는 이를 활용해 (주)한화 지분을 늘릴 수 있다.
한화는 올해 한화종합화학 상장도 계획하고 있다. 한화종합화학이 성공적으로 상장할 경우 한화그룹 삼형제가 보유한 에이치솔루션 지분 가치는 더 오르게 된다. 에이치솔루션이 100% 지분을 보유한 한화에너지가 한화종합화학의 최대주주이기 때문이다. 한화에너지는 한화종합화학의 지분 39.16%를 보유하고 있다.
이처럼 한화의 승계 작업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이 과정에서 최근 불거진 일감 몰아주기 문제는 가장 중요한 선결 과제로 꼽힌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과거 한화케미칼이 김승연 회장의 누나가 최대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에 부당지원한 혐의를 조사해 제재에 착수했고, 금융감독원은 한화생명에 대해 대주주 및 계열사 거래 관련 내부통제 강화 필요성을 지적하며 경영유의 및 개선조치를 내렸다.
한화의 일감 몰아주기 논란은 과거에도 경영권 승계 작업의 발목을 잡았다. 한화는 2017년 한화S&C에 계열사 전산업무를 몰아주고 삼형제에게 한화S&C 지분을 넘겨준 것이 문제가 됐다. 당시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불거지자 한화는 한화S&C를 존속법인 에이치솔루션과 사업회사 한화S&C로 물적 분할했다. 이후 한화S&C와 한화탈레스를 합병해 한화시스템을 설립됐다. 결론적으로 분할과 합병 등을 거치며 오너 일가의 계열사 지분율을 낮춰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했다.
최근 금감원의 한화생명의 일감 몰아주기 지적에서도 한화S&C는 재등장한다. 금감원이 공개한 경영유의사항 및 개선사항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2016년 12월 12일 한화S&C와 IT용역 계약을 체결하면서 부당하게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드러났다. 한화생명은 2014년 발주했던 사업에 비해 입찰 참가 조건과 기술 평가 배점에서 과거 프로젝트 경험에 관한 기준을 삭제하거나 완화해, 앞서 사업을 수주했던 기업보다 상대적으로 경험이 부족한 한화S&C가 사업자로 선정되는 데에 유리하도록 입찰 기준을 변경했다. 한화S&C는 2016년 당시 전체 매출(3671억 원) 가운데 70%에 달하는 2531억 원의 매출이 내부거래에서 발생했다.
한화케미칼에 대한 공정위의 제재도 변수로 꼽힌다. 공정위가 총수일가의 사익편취에 철퇴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공정위가 일감 몰아주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던 효성그룹과 대림그룹의 오너가 최근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다만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감독당국의 제재에도 한화의 경영권 승계 작업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한화의 경우 다른 대기업과 달리 일감 몰아주기 논란을 정공법으로 해결해왔다”면서 “이미 문제가 제기된 일감 몰아주기 등으로 당국의 제재를 받게 되더라도 그룹 차원의 승계 작업은 꾸준히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화케미칼 관계자는 공정위의 일감 몰아주기 조사에 대해 “공정위의 조사는 완료된 상황이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결정이 이뤄지면 그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면서 ”한화솔루션 합병과는 무관한 내용이라 한화솔루션 출범에 따라 대응이 달라지는 부분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치와 관련해 “이번 금감원의 경영유의 및 개선사항은 종합검사 이전에 실시한 경영실태평가(RAAS·라스)에 따라 나온 것”이라며 “종합검사 결과 및 제재와는 상관없이 개선을 권고한 것으로, 이에 개선 계획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