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IB 신용공여 대상서 SPC 제외 추진”…SK 최태원·한화 김승연 일가도 SPC 통해 현금화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주요현안 논의를 위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은성수 금융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투자업 주요현안 논의를 위한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당초 IB 제도 도입 취지와 다르게 벤처·중소기업에 공급돼야 할 자금이 명목상으로만 중소기업인 SPC를 통해 부동산 개발사업 등에 제공된 규모가 상당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며 “증권사의 경우 SPC에 5조 원 이상이 대출됐고, 이 중 약 40%가 부동산 분야에 제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확한 실태 조사와 함께 IB 신용공여 대상으로 규정된 중소기업 범위에서 SPC와 부동산 관련 법인을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증권업계에서는 대기업 총수일가를 위한 SPC를 설립하고, 자금을 빌려주는 사업모델을 구축해왔다. SPC는 ‘중소기업’으로 분류되는 만큼 이를 통한 계열사 지배는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SK그룹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PC(키스아이비제16차)를 통해 SK실트론 지분을 30% 가까이 확보했다.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최 회장의 SK 지분을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줬다.
발행어음으로 조달한 자금을 키스아이비제16차에 빌려준 한국투자증권은 이를 기업대출이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최 회장이 지분의 실소유주인 만큼 개인대출이라고 판단했다. 개인대출로 확정되면 최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한국투자증권은 금융당국 조치에 불복, 행정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금융당국 조치에 금융사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이다. 그만큼 이번 건이 한국투자증권 사업모델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방증이다. 은행 예금과 유사한 발행어음 조달 자금을 대기업 경영 승계에 활용하면 위험부담 없이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만약 소송에서 한국투자증권이 이긴다면 SPC 대출은 기업대출이 돼, 향후 규제가 어렵게 된다. 하지만 금융위 차원에서 IB의 SPC에 대한 중소기업 대출 자체를 규제하게 되면, 소송 결과와 상관없이 증권사들은 유사한 형태의 영업을 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총수 일가 일감 몰아주기 기업을 사모펀드가 설립한 SPC에 넘겨 현금화시키는 전략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회장 일가가 보유하던 지분을 사모펀드가 설립한 SPC에 일단 넘기고, 이후 상장을 통해 사모펀드들이 ‘상당한’ 수준의 수익을 실현하는 방법을 구사해왔다. 사모펀드가 총수 일가에 지분매입 대금을 치르는 주요한 자금원이 바로 대형 증권사들이다. 금융당국의 규제와 감시가 강화되면 SPC에 대한 자금공급이 아무래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