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데이코 매장 갤러리아 광교점 오픈…LG ‘시그니처키친스위트’와 선점 경쟁 본격화
삼성전자가 인수한 미국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업체 데이코. 사진=삼성전자
오는 2월 경기도 수원에 갤러리아 광교점이 오픈할 예정이다. 지하 6층~지상 12층 연면적 15만㎡(4만 5375평)에 영업면적 7만 3000㎡(2만 2083평)의 규모로, 한화갤러리아는 광교점을 압구정 본점 명품관에 이어 ‘제2의 명품관’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따라서 VIP 마케팅·서비스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곳 갤러리아 광교점에 삼성전자가 데이코 매장을 마련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데이코는 1965년 설립된 미국 명품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업체로, 데이코의 빌트인 냉장고는 최대 3000만 원대이고, 김치냉장고도 1800만 원, 인덕션은 약 5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 일반 제품 가격의 10배 수준이다. 또한 제품 구성에 따라 ‘주방가전+수입 가구’ 패키지로 할 경우 최대 4억 원에 육박할 정도로 고가 브랜드다. 삼성전자는 데이코를 2016년 9월 인수했다. 매각가는 1768억 원 정도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데이코 매장을 시중 백화점에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지난해 5월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국내 첫 데이코 쇼룸 ‘데이코하우스’를 개관했고, 일부 삼성디지털프라자 매장, 해외 고급 가구 브랜드 쇼룸에 데이코 빌트인 가전을 전시한 적은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갤러리아 광교점 입점을 시작으로 상권을 분석해, 프리미엄
LG전자의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 LG시그니처스위트. 사진=LG전자
삼성전자의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앞서 시장 선점에 나선 LG전자와의 일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브랜드로 ‘시그니처키친스위트’를 운영하고 있다.
국내 프리미엄 빌트인 가전 시장은 이제 개화하고 있다. 시장 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미국과 달리 한국은 아직 빌트인 가전제품이 대중화되지 않았다”며 “최근 들어 고객들이 관심을 보이고,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경쟁도 뜨겁다. 삼성전자는 해외 고급가구 브랜드인 두오모, 몰테니 쇼룸에 데이코 가전을 진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시그니처키친스위트는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위치한 영국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 ‘더콘란샵’에 제품을 전시했다.
삼성전자가 공세적으로 시장 진입에 나서면서 LG전자 역시 맞불을 놓을 예정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프리이엄 빌트인 가전 업체가 늘어나면 경쟁을 통해 시장이 커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해외 고급가구 업체들과 콜라보 등을 통해 고객들에 인지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 권봉석 사장도 지난 8일 세계 최대 기술전시회 ‘CES 2020’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프리미엄 브랜드의 지속적인 강화 계획을 밝혔다. 가전 LG 시그니처와 빌트인 시그니처키친스위트 등을 통해 프리미엄 시장에서 지배력을 확대하고 고객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을 꾸준히 선보일 방침이라는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
‘롤라이와 럭스만 실패’ 삼성 인수 해외 고가 브랜드 성적표 삼성은 과거에도 해외 고가 브랜드를 인수해 프리미엄 시장에 도전한 전력이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세계 최고의 명품을 생산하자”는 ‘월드 베스트 전략’을 제시하며 해외 명품업체를 인수하라고 독려했던 것. 삼성은 1995년 2월 독일의 명품 카메라 회사 롤라이(Rollei)를 300여 억 원에 인수했다. 삼성은 당시 시계사업을 하려 롤라이를 인수했지만, 소송에 휘말렸다. 롤라이라는 이름으로 시계를 생산할 경우 ‘롤렉스’와 헷갈릴 수 있다는 이유였다. 삼성은 소송에서 졌고, 결국 1999년 헐값에 다시 팔아야 했다. 명품 오디오에도 관심을 보였다. 삼성은 1994년 세계 최고수준의 오디오 설계기술을 지닌 일본의 명품 오디오업체 럭스만 주식 51%를 20억 엔에 매입했다. 미국의 마드 리갈, 헤일즈 등 스피커 전문회사와 기술제휴 및 최고급 스피커 공동개발도 나섰다. 이에 따라 삼성은 앰프 한 세트에 1400만 원, 스피커 한 조에 2000만 원을 웃도는 전문가용 오디오 ‘엠페러’ 시리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당시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초고가와 디자인으로 고전했다. 이어 외환위기까지 겹치면서 고급 오디오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건희 회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오디오 사업을 놓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2016년 자동차 전자장비 기업 하만을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80억 달러(약 9조 3000억 원)이다. 하만은 자동차 전장사업보다 오디오 브랜드로 더 잘 알려진 기업이다. 다만 삼성전자는 하만을 통해 카오디오뿐만 아니라 커넥티드카와 자율주행차 등 스마트카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민웅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