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정·한준호 등 청와대 참모 하마평…‘문재인 복심’ 윤건영은 사전선거운동 구설
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현직 장관들의 불출마 기자회견. 사진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이해찬 민주당 대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유은혜 교육부 장관. 사진=박은숙 기자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서울 용산)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서울 구로을) 불출마는 그동안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다. 박영선 장관의 경우 총선 대신 2022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도전을 택할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기도 했다.
세간의 시선은 ‘일산 시스터즈’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경기 고양정)과 유은혜 교육부 장관(경기 고양병)의 출마 여부에 쏠렸다. 이들은 지난 연말까지 총선 출마 여부를 고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해를 넘겨 2020년 1월 3일 두 의원은 불출마를 전격 선언했다. 당초 둘은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거듭된 설득을 받아들여 불출마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는 후문이다.
현역 의원 4명의 불출마로 민주당으로선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들을 대체할 후보 물색이다. 민주당은 전략 공천을 해법으로 내놨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월 3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민주당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곳이 전략 공천 지역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불출마 장관 지역구 ‘전략 공천’ 대상자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 대부분이 청와대 참모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잡음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이른바 ‘청와대 알박기’ 논란이다.
먼저 김현미·유은혜 장관 거점이었던 ‘일산 벨트’ 전략공천 후보로는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 한준호 전 청와대 행정관,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회의 상임의장, 이수진 수원지법 부장판사가 거론된다. 민주당은 이미 일산 지역에서 고 대변인과 한 전 행정관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병(일산동구), 고양정(일산서구)을 일컫는 일산 벨트는 2010년 이후 진보 진영 강세가 뚜렷한 지역이다. 하지만 안심할 순 없는 상황이다. 진보 텃밭 이미지가 강했던 이곳에 최근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2019년 5월 7일 국토교통부가 3기 신도시 2차 대상지로 고양 창릉지구를 발표하면서부터다. 일산에서 서울로 가는 길목에 3기 신도시가 들어서게 되면서, 지역 민심은 요동쳤다.
일부 일산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민주당이 지역구를 배신했다” “그동안 민주당에게 몰표를 줬던 게 문제다”라는 성난 목소리가 고개를 들었다. 이런 점 때문에 어떤 후보가 와도 이번엔 녹록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민주당으로선 유은혜·김현미의 빈자리가 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한 민주당 당직자는 “당이 부동산 이슈로 민심이 악화된 일산벨트에 전략 공천 방침을 정했다”면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김현미·유은혜 콤비만큼의 중량감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사진=일요신문DB
하지만 윤 전 실장은 초반부터 구설에 휩싸였다. 사전 선거운동 논란 중심에 선 까닭이다. 윤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 25일 박영선 장관이 주선한 오찬에서 구로을 지역구 정치권 인사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자유한국당은 이를 두고 선거법 위반이라고 공세를 펼쳤다. 여기에 박영선 장관 보좌관이 윤 전 실장을 밀어주려 특정 예비후보에게 불출마를 종용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진 상태다.
서울 용산 지역구에서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의 대체자로 거론되는 인물 역시 청와대 출신이다. 권혁기 전 청와대 춘추관장이다. 권 전 관장은 서울 용산 지역구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뒤 2019년 12월 19일 사무실을 개소하며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에 돌입했다. 진 장관은 보수와 진보를 오가며 용산에서 내리 4선을 지낸 베테랑이다. 권 전 관장이 ‘용산 터줏대감’ 진 장관의 존재감을 채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윤건영 전 실장과 권혁기 전 관장은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윤 전 실장은 1991년, 권 전 관장은 1993년 국민대 총학생회장으로 활동했다. 국민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두 인물은 문재인 정부에서 나란히 청와대 요직을 거쳤다.
이처럼 현직 장관 불출마 지역에 청와대 출신 인사들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을 두고 민주당 일각에선 “총선에 출마하려는 청와대 출신 인사가 너무 많다”는 비판이 퍼지는 모습이다. 선거 전략 수립을 진두지휘하는 양정철 민주연구원장도 1월 6일 민주당 고위전략회의에서 “장관들이 일궈 놓은 지역구 공천 과정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이 특혜를 받아선 안 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평론가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위원은 “충분히 그런 (알박기)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본다”면서 “유권자들이 후보자 본질을 보기보다 ‘청와대 출신’이라는 경력을 스펙처럼 받아들이게 되는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