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미군 핵심 특수전력 추가 집결…북한 ‘X-마스 선물’로 ‘새 실험’ 할 경우 미군 단독 타격 가능성
일본 지역에서 상륙훈련을 진행 중인 미 해병대. 사진=미국해병제1항공단 트위터 캡처
2019년 12월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포문은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담당 부상이 열었다. 리 부상은 12월 3일 담화를 통해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지는 전적으로 미국 결심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북·미 협상이 뜻대로 진전되지 않을 경우 도발을 할 수도 있다는 엄포였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2월 3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을 겨냥해 “군사력을 사용할 필요가 없길 바란다”며 “필요하다면, 우리는 무력을 사용할 것”이란 메시지를 전했다. 리태성 부상의 담화에 대한 답변이었다.
12월 4일 북한군 서열 2위 박정천 총참모장이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다시 맞받아쳤다. 박 총참모장은 “미국 대통령이 재미없는 말을 했다는 것을 전해들었다”면서 “자국이 보유한 무력을 사용하는 것은 미국만 가진 특권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에 찰스 브라운 미국 태평양공군사령관이 북한에 대한 무력 대응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브라운 사령관은 12월 17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내 예상엔 장거리 탄도미사일이 북한이 언급한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라고 본다. 2017년 대북 위기가 고조됐을 때 검토했던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며 무력 대응 가능성을 내비쳤다.
양국 간 긴장감이 조성된 가운데 스티븐 비건 미국 대북정책 특별대표 겸 국무부장관 내정자는 해결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비건 대표는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북한 당국에 공개 회동을 제의했다. 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비건 대표가 아무 소득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를 경우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북미 관계는 ‘초긴장 상태’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복수의 군사·안보 전문가는 “북·미 비핵화 협상이 결렬된 뒤 북한이 중대한 도발을 감행할 경우 작전계획 5028이 실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작전계획(작계) 5028’은 북미 간 군사적 충돌 상황을 대비한 것으로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미국이 어떤 군사 행동을 펼칠지는 베일에 가려 있다.
단서는 있다. 2017년 미국과 일본 국방당국은 유사시 북한에 단독 진입해 타격하는 개념계획을 검토했다. 2017년은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북미 간 갈등이 최고조였던 시기이기도 하다. 빈센트 브룩스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미국 방송 인터뷰를 통해 “2017년 미국은 (북한) 선제공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을 고려했을 정도로 전쟁에 가까운 상황이었다”고 회고할 정도로 당시 분위기는 심각했다.
2017년 검토를 마친 뒤 작전계획 5028엔 ‘북한의 우발적 도발에 따른 특공대 투입 및 엄호 폭격’ 내용을 담은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작전계획 5028 추가 내용 중 특공대 투입 및 엄호 폭격은 미국이 단독으로 진행하는 ‘김정은 참수작전’ 일환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참수작전은 2016년 마련된 ‘작전계획 5015’에 처음으로 포함된 내용이다. 기존 방어 개념이 아닌 ‘선제타격 및 참수작전’이란 파격적인 내용으로 국제적인 이목을 끌기도 했다. 한 안보 전문가는 “작전계획 5015에 명시된 ‘참수작전’의 경우 한미 연합작전의 일환이다. 만약 작전계획 5028에 참수작전이 포함돼 있다면, 이야기가 또 다르다. 여기서 언급된 ‘참수작전’은 미국의 단독 작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군사평론가 김대영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작전계획 5028에 대해 현재로선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없다. 2017년 미국의 대북 단독 타격 이야기가 나올 때는 ‘코피 작전(북한 주요 시설을 수술식으로 타격하는 작전)’이 언급됐다. 타격 관련 구체적인 세부 내용이 작전계획에 포함됐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힘들다”고 했다.
미 해병대 훈련 장면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뒷받침하는 미군의 움직임도 감지됐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주일미군 쪽에) 특수 전력이 추가 증원된 정황이 여럿 보인다”면서 “미 해병대 항공전력 및 지상군 등 특수전력이 (일본에) 추가로 증원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공개됐다. 여기다 미 해병대 전력들이 대규모로 장거리 침투 훈련을 실시한 정황도 있다”고 말했다. 신 대표가 언급한 미 해병대 특수전력은 앞서 언급한 작전계획 5028 개념계획에 포함된 ‘특공대 투입 및 엄호폭격’에 투입될 것으로 알려진 전력이다.
신인균 대표는 “미 해병대뿐 아니라 공군과 해군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미 공군이 최근 일본 육상자위대 공정부대(한국 특전사와 성격이 유사한 부대)와 합동훈련을 하기도 했다. 하와이와 알래스카에선 (미군이) 대규모 낙하 훈련, 헬기 레펠 훈련 등을 실시한 정황이 있다”면서 “미군의 이례적인 움직임이 지속해서 포착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북한 역시 이러한 미군 움직임에 적잖은 신경을 쓰는 것으로 보인다. 12월 4일 박정천 북한군 총참모장은 담화를 통해 “최근 미군은 우리를 겨냥한 심상치 않은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런 군사적 행동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안전에 주는 영향들을 분석하고 대처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2017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설을 시찰하는 김정은. 사진=연합뉴스
미국 안보매체 ‘내셔널인터레스트(NI)’는 12월 13일 “북한이 미국의 선제공격을 촉발할 요소는 ‘주체 새(Juche Bird)’ 실험”이라고 보도했다. NI 보도에 따르면, ‘주체 새 실험’은 북한 동부 해안에서 핵탄두가 탑재된 핵미사일을 발사해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폭발하게 하는 것이다. 북한은 2017년부터 “태평양에서 가장 강력한 수소폭탄을 폭발시킬 것”이라고 해왔다.
주체 새라는 실험명은 1962년 미군이 잠수함 탑재 핵미사일을 태평양 바다 밑에서 발사한 ‘군함 새 작전(Frigate Bird)’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북한의 핵실험 기술이 집약된 실험이자, 미국 본토가 북한 핵무기 사정권에 들었음을 간접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도발이다.
NI는 “‘주체 새 실험’ 준비만으로도 미국의 선제공격이 이뤄질 수 있다”면서 “실험이 진행된다면 많은 것이 잘못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체 새 실험’과 관련해 김대영 연구위원은 “북한이 태평양에서 핵탄두를 터뜨리는 도발을 한다면, 한판 붙겠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했다.
김대영 연구위원은 미국의 단독적인 북한 타격 가능성에 대해 “현재로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면서 “크리스마스 즈음이 돼야 확실하게 상황을 판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긴장감을 끌어 올린 뒤 회담장으로 나오려는 것인지, 자포자기하는 심정으로 도발을 감행할지 여부가 남은 변수”라며 “현재 북·미 관계와 관련해 국내 군사·안보 전문가들뿐 아니라, 중국 쪽 전문가들 역시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