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주범·김수철 ‘정두언 후계자’ 이동호 ‘정두언과 차별성’ 강조…황교안발 전략공천 가능성도 제기
고 정두언 전 의원(사진) 지역구였던 서울 서대문을의 자유한국당 일부 예비 후보자들이 ‘정두언 후계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사진=박은숙 기자
호남 출신 인구 비중이 높은 서대문을 지역구는 서울에서 관악을과 함께 대표적인 보수 험지 중 하나로 꼽힌다. 지난해 유명을 달리한 정두언 전 의원 3선 경력이 돋보이는 이유다. 정 전 의원은 서대문을에서만 17·18·19대 의원을 지냈다. 정 전 의원은 20대 총선에서 민주당 김영호 의원과의 맞대결에서 패배했다. 그가 세상을 떠난 뒤 처음 펼쳐지는 총선에선 ‘정두언 후계자’를 놓고 자유한국당의 두 예비후보가 맞붙었다. 송주범 예비후보와 김수철 예비후보다.
송주범 예비후보는 정두언 전 의원 보좌관 출신으로 제7대 서울시의원을 지냈다. 정치권에선 그를 정 전 의원의 ‘정치적 큰아들’로 부른다. 송 후보는 “오랜 시간 정두언 의원을 모시고 일했다”면서 “정 의원의 입장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나라고 생각한다”며 “정 의원과 함께 일했던 분들을 비롯해 유가족들로부터 많은 응원을 받고 있다. 정 의원 자제분들로부터도 도움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송 후보는 본인을 ‘서대문 통’이라고 강조했다. 송 후보는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에게 서대문을 지역구는 험지다. 지역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 누가 나오더라도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면서 “나는 서대문구 토박이로 이 지역 특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다. 정두언 전 의원을 지지하던 분들이 내게 ‘정 의원이 지켰던 자리를 다시 찾아오라’면서 총선 출마를 강력 권유해 출마를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김수철 예비후보는 전남 구례 출신으로 2019년 12월 31일까지 정양석 자유한국당 의원실 보좌관을 지냈다. 김 후보는 ‘정두언이 발탁한 젊은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더불어 제7대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돼 정치계에 입문한 바 있다. 김 후보는 “나는 정두언 전 의원이 제시한 ‘개혁적 보수’라는 시대정신을 계승할 적임자”라고 했다. 김 후보는 “나를 두고 정두언 의원의 후계자라 하는 것은 과잉해석”이라면서 “나는 정 의원의 아류”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후보는 “정 의원이 남긴 숙제를 풀어야 한다”면서 “자유한국당이 세대교체를 통해 기성세대들이 갖지 못한 새로움을 흡수해야 한다고 본다. 그리고 정치 후배를 양성해야 한다. 이것이 시대적 요구”라고 했다. 김 후보는 “나는 정치 신예다. 서대문을 지역구를 향후 개혁 보수의 메카로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김 후보는 2019년 12월 23일 예비후보자 등록을 마친 뒤 첫 일정으로 정두언 전 의원의 묘소를 참배했다. 김 후보는 “정 의원이 남긴 숙제를 시작하는 첫걸음이었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 서대문을 예비후보 3인. 왼쪽부터 송주범 전 서울시의원, 김수철 전 서울시의원, 이동호 서대문을 당협위원장.
송주범-김수철 예비후보와 달리, ‘정두언과의 차별성’을 내세우는 후보도 있다. 자유한국당 서대문을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동호 예비후보다. 전북 정읍 출생 이 후보는 “개인적으론 정두언 전 의원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며 “정 전 의원은 생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뒤 당을 나갔다. 방송에선 자유한국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어려운 시기 당을 지킨 사람들 입장에선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는 행보였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강력한 대여투쟁’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중이다.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를 심판하고 견제하는 선거”라면서 “누가 문재인 정부와 확실하게 싸울 수 있고, 문재인 정부가 망쳐놓은 지역경제를 살려놓을 수 있는지 답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 후보는 “서대문을 일부 지역은 뉴타운으로 개발이 완료됐지만, 개발이 제한된 구역이 여전히 많다. 서대문을 지역이 강남을 넘어서는 새로운 신도시로 개발돼야 한다”면서 ‘서대문 개발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세 후보 중 누가 본선에 나설지는 알 수 없다. 정치권에선 총선을 통해 친정체제를 구축하려는 황교안 대표 의중이 변수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일단 세 후보는 모두 황 대표와 정치적 연결고리가 희미하다. 송주범 후보와 김철수 후보는 지난 전당대회 당대표 선거에서 황 대표가 아닌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지지했다. 이동호 후보는 황 대표 전임자인 홍준표 계열 인사로 꼽힌다.
서대문을 지역구, ‘황심’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 때문에 자유한국당 일각에선 서대문을 지역구를 두고 ‘친황교안계’ 인사의 전략공천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세 후보는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가 ‘황심’을 얻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송주범 예비후보는 지역 발전에 기여했던 자신의 경력을 강점으로 제시했다. 송 후보는 “서울시의원 시절 시의회 예결위원장 직을 맡으면서 서대문 지역에 200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끌어왔다. 지역에 대해 잘 이해하고, 지역 발전에 실질적인 힘을 보탰다”고 했다.
김수철 예비후보는 자신이 “정치권 세대교체라는 시대정신에 가장 부합하는 적임자”라고 했다. 김 후보는 “황 대표가 ‘신진들에게 길을 열어주겠다’고 했다. 황심은 오로지 주민을 바라보는 ‘젊은 시대정신’으로 향할 것”이라고 했다. 김 후보는 “이번 자유한국당 서대문을 예비후보들 경쟁은 ‘누가 시대정신에 더 맞는 후보인가’를 판가름하는 경쟁”이라고 덧붙였다.
이동호 예비후보는 문재인 정부와 싸울 투사 이미지를 부각했다. 이 후보는 “공천 과정에서 계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누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울 수 있는가’다. 싸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그간 문재인 정부를 비롯한 반주사파 투쟁에 앞장서 왔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구성되면 여러 부분에 걸쳐 정당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 본다”고 했다.
한편, 세 후보 ‘공공의 적’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김상현 전 의원 아들이다. 김 의원은 부친이 터를 닦아 놓은 서대문을에서 2전 3기 끝에 여의도에 입성했다. 18·19대 총선에서 연이어 정두언 전 의원에게 패배의 쓴맛을 본 뒤 20대 총선에서 복수에 성공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