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찰, ‘경미범죄심사위’ 운영 통해 203명 감경 결정…고령노인·불우 청소년 등 생계지원 위한 단체 연계도
[대구=일요신문] 남경원 기자 = # 지난해 10월 대구시 북구 지역의 한 90세 고령의 할머니가 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절도죄로 경찰에 붙잡혔다. 할머니가 훔친 것은 6000원 상당의 새송이버섯 1봉지. 누군가가 계산하고 잠시 복도에 둔 것을 몰래 들고가다가 들킨 것이다. 하지만 물건의 주인은 할머니를 용서했다. 경찰 역시 할머니가 동종전과가 없고 피해가 경미한 점, 그리고 피해자의 선처로 감경을 결정했다.
# 지난해 고물수집을 하던 79세 할아버지는 에어컨 실외기 1대를 훔친 죄로 경찰에 입건됐다. 집 앞에 잠시 둔 중고 에어컨 실외기를 가져간 것이다. 기초노령연금으로 겨우 살고 있는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에어컨 실외기는 귀한 고물이다. 한달동안 고물 수거로 겨우 5만원을 벌기 때문이다. 경찰은 피해자와 원만히 합의하고 동종전과가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역시 감경처분했다. 혼자 살고 생계가 어려운 점을 보고 지역의 교회와 연계해 50만원의 경제적 지원도 받게 했다.
대구지방경찰청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전과자라는 낙인을 방지하기 위해 경미범죄심사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상자 213명 가운데 203명을 감경하기로 결정했다.
경미범죄심사위원회는 가벼운 범죄를 非범죄화하는 제도이다. 심사위는 경찰서장을 위원장으로 세우고 법률전문가와 교수 등 5~7명의 내·외부 위원으로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심사대상은 사안이 경미하나 범증이 명백한 경우이다. 20만원 이하 벌금, 구류, 과료에 처할 형법·특별법 위반으로 형사입건 및 즉결심판 예정인 사건이다. 이 가운데 동종 범죄경력이 없는 자를 가장 먼저 고려하며 고령자·장애인·미성년자·기초생활 수급자 등 사회·경제적 보호를 요하는 경우 피해 정도·죄질 등을 고려해 감경 여부를 판단한다. 형사입건 사건은 즉결심판을, 즉결심판 사건은 훈방 결정한다.
경찰은 경미범죄심사위원회 활성화를 위해 ▲즉결심판청구 및 경범 범죄사실 작성 사례 제작 ▲분기별 운영 실태 점검·지도 ▲경미사건 처리지침 하달 및 베스트 형사팀 평가에 반영하는 등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송민헌 대구지방경찰청장은 “올해를 ‘책임수사의 원년’으로 삼아 시민 눈높이에 맞는 수사 전문성과 청렴성·공정성을 갖추고, 특히 경미범죄심사위원회 활성화로 사회적 약자 보호 등 회복적 경찰 활동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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