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신환·정태호 ‘삼세판’ 이명수·복기왕 16년 만의 ‘리턴매치’…‘인천시장 혈투’ 송영길·안상수 매치업 불발 전망
국회의원 선거에서 다섯 차례나 맞붙은 ‘영원한 맞수’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성헌 자유한국당 서대문갑 당협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정치권 라이벌을 거론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매치업이 있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자유한국당 서대문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성헌 전 의원의 맞대결이다. 연세대학교 선후배이기도 한 이 둘은 2000년 16대 총선부터 모교가 위치한 지역구 서대문갑을 놓고 치열한 혈투를 펼쳐 왔다. 지금까지 맞붙은 횟수만 무려 5차례다.
상대전적에선 우 의원이 이 위원장에게 근소하게 앞서있다. 우 의원은 17대 19대 20대 총선에서 이 위원장을 상대로 세 차례 승리를 거뒀다. 이 위원장은 16대와 18대 총선에서 우 의원을 꺾었다. 현재까지 두 정치인의 맞대결 스코어는 3 대 2. 지난 20대 총선에선 우 의원이 이 위원장에게 처음으로 연승을 거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서울 관악을 지역구에선 오신환 의원과 정태호 전 청와대 일자리 수석의 3번째 맞대결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관악을 지역구는 전통적으로 진보 텃밭으로 꼽혔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회의원을 지냈던 지역구로도 잘 알려져 있다. 반대로 보수 진영으로선 험지다. 오신환 의원은 이 험지에서 두 차례 당선되면서 정치적 입지를 굳혔다. 오 의원은 1988년 소선거구제도가 도입된 뒤 관악을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유일한 보수정당 정치인이다.
정태호 전 수석은 오 의원과의 두 차례 대결에서 패배하며 2위에 머물렀다. 첫 대결인 2015년 4·29 재·보궐 선거에서 오 의원은 정 전 수석과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를 누르고 배지를 달았다. 1년 뒤인 2016년 열린 20대 총선에서 오 의원과 정 전 수석은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과 더불어민주당에서 각각 관악을 지역구 단수추천 후보로 재대결했다. 오 의원은 4만 5454표(득표율 37.1%)를 얻어 4만 4593표(득표율 36.4%)를 얻은 정 전 수석을 861표 차이로 제치고 재선에 성공했다.
충남 아산갑 지역구에선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왼쪽)과 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재대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남 아산갑에선 현역 의원과 전직 아산시장이 16년 만의 리턴매치를 예고하고 있다. 주인공은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과 복기왕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이다. 이 의원과 복 전 비서관은 2004년 17대 총선 충남 아산에서 한 차례 맞붙은 경험이 있다. 당시 열린우리당 후보였던 복 전 비서관은 2만 7769표(37.35%)를 얻어 자유민주연합(자민련) 후보였던 이 의원을 꺾었다. 이 선거에서 이 의원은 2만 5470표(34.26%)를 얻었다.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복 전 비서관은 2005년 3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복 전 비서관은 사면을 받은 뒤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민선 5~6기 아산시장을 지냈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을 통해 여의도에 입성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다. 2004년 맞대결 이후 서로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정치인은 21대 총선에서 16년 만의 재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선거전 분위기는 초반부터 뜨거운 설전이 오가며 후끈 달아오르는 양상이다. 포문은 복기왕 전 비서관이 열었다. 복 전 비서관은 1월 9일 아산시청에서 열린 총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을 겨냥했다. 복 전 비서관은 “(이 의원이) 3선 중진 의원인데 중앙에서 모습이 잘 보이지 않는다”면서 “시민들 기대에 미치지 못한 점이 다소 아쉽다”고 했다. 이어 복 전 비서관은 “국회에 산적한 일들을 제쳐두고 또 한번 당선을 위해 지역 행사와 골목을 기웃거리는 정치는 사라져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명수 의원은 1월 10일 성명서로 응수했다. 그는 “3선 국회의원을 하면서 국회직과 당직을 두루 맡으며 굵직한 성과를 냈다”면서 “선거가 4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현직 국회의원을 비난하는 발언은 공명선거 취지에 맞지 않다”고 했다. 이어 이 의원은 “선거를 혼탁하게 이끌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면서 “복 전 시장은 민주당 후보자가 되겠다고 공식 출마를 선언한 만큼, 상대를 비난하는 언행을 자제할 것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전남 영암·무안·신안 지역구도 관심을 모으는 라이벌전이 펼쳐질 전망이다. 서삼석 의원과 이윤석 전 의원 격돌이다. 서 의원은 2002년부터 2016년까지 ‘3선 무안군수’로 활동했다. 이 전 의원은 2008년 18대 총선에서 전남 무안·신안 지역구에 무소속으로 출사표를 던져 여의도에 입성했다.
서 의원과 이 전 의원 첫 대결은 2012년 19대 총선 민주통합당 지역구 경선이었다. 당시 현역 의원이던 이 전 의원은 서 의원을 경선에서 꺾은 뒤 총선에 출마했다. 이 전 의원은 재선에 성공했다. 2016년 20대 총선을 앞두고 두 정치인은 다시 한번 더불어민주당 전남 영암·무안·신안 지역구 경선에서 맞붙었다. 이 경선에선 서 의원이 이 전 의원을 꺾고 총선에 출마했다.
하지만 서 의원은 박준영 전 국민의당 의원에 밀려 낙선했다. 2018년 2월 8일 박준영 전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상실했다. 공석이 된 전남 영암·무안·신안 지역구 의원직을 놓고 서 의원과 이 전 의원은 세 번째 맞대결을 펼쳤다. 서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이 전 의원은 민주평화당 소속으로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다.
결과는 서 의원의 승리. 서 의원은 6만 7767표를 얻어 67.97% 압도적인 득표율로 여의도에 입성했다. 재·보궐 선거 낙선 이후 대안신당으로 적을 옮긴 이 전 의원은 재선을 노리는 서 의원과 21대 총선에서 다시 한번 맞대결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인천 지역을 대표하는 ‘선거 맞수’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두 의원이 21대 총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은 상당히 낮게 점쳐진다. 사진=일요신문DB
21대 총선에선 맞대결을 벌이지 않는 라이벌들도 있다. ‘인천시장 혈투’의 주인공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적이다. 송 의원과 안 의원은 1999년 재·보궐 선거와 2000년 16대 총선에서 맞붙은 바 있다. 첫 대결에서 승리한 안 의원은 10개월 만에 열린 총선에서 송 의원에게 패해 금배지를 넘겼다.
그리고 10년 뒤인 2010년 두 의원은 인천시장직을 놓고 대격돌했다. 안 의원은 당시 인천시장 3선을 노리고 있었고 송 의원은 국회의원으로 내리 3선을 한 뒤 인천시장 선거 출사표를 던졌다. ‘인천 혈투’는 송 의원 승리로 끝났다. 안 의원은 인천시장 3선을 코앞에 두고 고배를 마셨다.
21대 총선에서 두 의원의 맞대결이 펼쳐질 가능성은 낮다. 송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험지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의원으로 꼽힌다.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선 송 의원의 인천 연수을 차출설이 제기되고 있다. 이곳은 인천에서 가장 보수 성향이 짙은 지역구다. 안 의원의 경우 현재 자신의 지역구인 인천 중구·동구·강화·옹진에서 4선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강원 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지역구에서도 전통의 라이벌 매치가 불발됐다. 이 지역구는 조일현 전 열린우리당 의원과 황영철 전 자유한국당 의원이 네 차례 맞대결을 펼친 곳이다. 조 전 의원이 17대 총선에서 황 전 의원을 꺾었다. 18~20대 총선에선 황 전 의원이 조 전 의원에 3연승을 거뒀다. 하지만 황 전 의원은 2019년 10월 31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과 함께 피선거권을 상실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