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영업이익 감소 불구 세금 내려면 배당금 늘려야…계열사 지분 매각 가능성
9000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매년 1500억 원가량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해 (주)LG는 영업 실적이 우수하지 않았음에도 배당금을 증액하며 ‘상속세 납부를 위한 것 아니냐’는 말들을 낳았다. 향후 상속세를 꾸준히 납부해야 하는 만큼 올해 역시 LG의 배당 증액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본무 전 회장이 갖고 있던 (주)LG의 주식 1945만 8169주(지분율 11.28%)의 일부인 1512만 2169주(8.8%)가 2018년 11월 2일 구광모 회장에게 상속되면서 구 회장의 보유 주식은 2588만 1884주로 15%의 지분을 차지하게 됐다.
구광모 회장과 함께 지분을 상속받은 구본무 전 회장의 장녀 구연경 씨(2.0%), 차녀 구연수 씨(0.5%) 세 사람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는 9215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구광모 회장이 납부해야 할 상속세만 7200억 원으로 전해진다. 당시 LG 측은 “상속인들은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남은 상속세를 나눠서 납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 사람은 2018년 11월 29일 상속세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약 1535억 원을 1차 납부했다. 상속세는 상속개시일(부모의 사망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납부해야 한다. 이에 따라 구광모 회장은 지난해 11월에 2차분을 납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주식담보대출 배당금 연봉 등 여러 수단이 제기됐지만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는 없다. 대출을 받았다면 대출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기 위해, 또 오는 11월 납부해야 할 3차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해 추가적인 재원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방법 가운데 배당금 증액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배당금을 어느 수준까지 증액할 수 있을지 관심사로 떠오른다.
(주)LG는 지난해 2월 2018사업연도 결산배당으로 보통주 1주당 2000원, 우선주 2050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했다. 이는 2016, 2017년의 배당금(보통주 기준 주당 1300원)에 비해 54% 증가한 금액이다. 2018년의 실적이 우수했던 것도 아니다. 2018년 (주)LG의 영업이익(연결기준)은 1조 9638억 원으로 2017년 2조 1858억 원보다 약 10% 감소했음에도 배당금을 높인 것이다.
지난해처럼 올해에도 (주)LG가 보통주에 2000원을 배당하면 구광모 회장은 약 517억 원의 지금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상속세를 납부하기에 턱없이 모자란 금액이다. 올해 배당금은 오는 3월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구광모 회장은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상속세 납부 재원이 필요한데, 과거와 같이 주당 2000원을 배당할 경우 수취배당금은 연간 500억 원 수준에 불과해 배당 증액에 대한 유인이 큰 상황”이라며 배당금 증액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지난해처럼 올해에도 (주)LG가 보통주에 2000원을 배당하면 구광모 회장은 약 517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LG그룹 사옥. 사진=연합뉴스
KB증권이 전망한 (주)LG의 2019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1조 4790억 원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한참 감소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배당금을 확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결국 배당금과 함께 주식담보대출 등의 수단을 동원해 상속세 납부 금액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배당금을 늘려 상속세를 납부하는 것이 가장 합법적이지만 2019년 LG의 실적이 그리 좋지 않아 배당금을 무작정 늘리기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감수하고 배당금을 큰 폭으로 증액한다면 이번에는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것에 따른 부담이 따르기에 증액이 쉽진 않을 것”이라며 “결국 배당금 증액과 주식담보대출을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LG가 계열사들의 지분을 매각해 이 자금을 배당금 증액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한 상속 전문 변호사는 “대출을 이용하거나 현재 가진 자산의 일부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통상적”이라며 “상속 재산의 일부를 처분해 상속세를 마련하는 방법도 있지만 당장 처분할 수 없는 재산이라면 다른 곳에서 끌어올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성승환 법무법인 매헌 변호사는 “LG는 지주회사의 배당금은 높이고, 계열사의 배당금은 낮춰서 배당금 지급에 대한 부담을 줄이는 방법을 취할 수도 있다”며 “배임으로 의심받을 수도 있지만 남는 이익을 통해 재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 배당금을 늘리기 위한 목적이며, 구광모 회장이 대주주인 점, 주총에서 의결되는 점을 미뤄봤을 때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