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겨눴던 수사팀 교체 가능성…내부 반발 우려 규모 크지 않을 수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대강당에서 ‘대검신년다짐회’에서 신년사를 낭독하고 있는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조만간 단행될 검찰 중간 간부 인사 규모는 전국 차장·부장검사 중 3분의 1에서 절반 수준을 바꾸는 규모로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8월 인사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이뤄지는 인사인 탓에 필수보직 기간으로 규정한 1년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인데, 이를 위한 명분으로 검찰 직제 개편까지 단행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를 4곳에서 2곳으로 줄이는 등 13곳의 직접 수사 부서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것. 직제가 바뀌어서 불가피하게 인사를 할 수밖에 없게끔 만든 것인데 법무부는 이르면 20일, 늦어도 22일 검찰 인사위원회를 연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21일 국무회의에서는 검찰 직제 개편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사를 앞두고, 검찰은 뒤숭숭하다. 1월 8일 단행된 고위 간부 인사와 검경 수사권 조정 결정을 놓고 검사들이 ‘반발’하는 분위기다. “이건 아니다”라고 얘기를 하는 검사들이 적지 않은데, 검찰 내부망(이프로스)에 올라온 글들이 그 분위기를 반증한다. 중간 간부 인사 결과를 놓고, 검사들의 불만이 더 표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이유다.
#청와대 겨눴던 중간 간부 손보나
이번 인사의 관전 포인트는 윤석열 총장을 보좌하던 대검찰청 차부장급 인사들과 서울중앙지검 2·3차장검사, 그리고 반부패수사2부와 공공형사2부 부장검사 및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 형사6부 부장검사 등의 인사다. 이들은 각각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의혹 사건(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 민정수석실의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을 이끌었다.
이번 고위 간부 인사가 ‘인사권’을 활용해 수사 흐름을 끊고자 한 것이었다면, 실무진까지 확실한 ‘시그널’을 주려 한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부장검사가 사실상 사건 내용을 주도하는 구조 상 수사팀까지 교체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인사를 앞두고 앞서 언급된 차장·부장검사들은 “이미 각오는 됐다”고 주변에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자연스레 검찰 내에서는 “몇몇은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우려도 나온다.
#반발 우려 교체 규모 크지 않을 수도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019년 8월 중간 간부 인사를 단행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이뤄지는 인사인 탓에 ‘명분’이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부 2곳과 서울남부지검 금융범죄합동수사단 등 직접 수사부서 13곳을 폐지하는 결정으로 인사의 명분을 만들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개혁 방향과 성격을 고려할 때 인사 대상자 중 3분의 1 정도 교체하는 형식으로 끝낼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번 인사 대상자인 한 검사는 “규모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해서 그대로 남기를 희망하고 있다”며 “이번 1월 인사를 일부 하고, 오는 8월에 나머지 인사를 할 것이라고 들었다”고 언급했다. 검찰 수사팀을 교체하지 말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변수다. 1월 16일 기준, 23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중앙지검 누리관에서 취임식을 갖고 있는 이성윤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사진=고성준 기자
실제 서울중앙지검 일선 부장검사들은 법무부의 검찰 ‘2차 인사’를 앞두고 검찰 직제개편에 “전부 반대”하는 의견을 올렸고, 새로 임명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 재임 중 자신이 만든 직제개편안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대검에 전달했다. 이런 분위기를 두고 검찰과 법무부의 충돌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서울에 근무 중인 한 부장검사는 “이번 중간 간부 인사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대규모 사표 등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