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구입비 10%만 내면 ‘원금의 5배’ 포인트 지급…폰지사기 의혹에 업체 측 “사기 아냐, 피해자도 없어”
분명 매우 달콤한 말이지만 문제는 과연 이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하는 점이다. 일요신문은 최근 ‘차량 값의 10%만 내면 꿈꾸던 드림카를 장기 렌트할 수 있다’는 광고로 부산을 중심으로 전국에서 영업하고 있다는 A 업체 속으로 들어가 봤다.
2019년 12월 중순 A 업체의 첫 사업설명회가 있었다. 팀장이라고 불리는 영업사원들이 80여 명 모였다. 모두 50~60대로 보이는 남성과 여성이었다. 지금까지 이 업체로 흘러 들어간 돈만 최소 5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박현광 기자
A 업체는 ‘OO머니’라는 자체 시스템이 합법이라고 주장하지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암호화폐(가상화폐)를 동원한 신종 폰지사기를 의심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A 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등록 고객이 현재 1만여 명에 달한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지금까지 이 업체로 흘러 들어간 돈만 최소 3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폰지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나 배당금을 지급하는 사기 형태를 일컫는다. OO머니 경우엔 신규 고객에게 받은 1년 치 렌트비로 기존 고객의 매달 렌트비를 내주는 방식이다. 다만 다단계 식으로 고객이 몰려들어 큰돈이 만들어지면 한순간 A 업체가 일명 ‘먹튀(먹고 튄다)’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때 신규 고객은 1년 치 렌트비를 돌려받을 수 없는 상황에 처한다. 위험성만 놓고 보면 폰지사기의 전형적인 수법에 가깝다.
A 업체는 2019년 12월 중순 부산의 한 사무실에서 사업설명회를 열었다. ‘팀장’ 교육을 위한 첫 모임이었다. 여기서 팀장은 장기렌터카 영업사원이다. 50~60대로 보이는 남자와 여자가 70여 명 정도 모였다. 자신을 A 업체 지점장이라고 소개한 사람은 팀장들에게 OO머니 시스템의 합법성을 강조하면서도 “우리 시스템을 처음부터 고객에게 말하지 말고 ‘보통 장기렌터카 영업’처럼 하다가 완전 살 것 같을 때 권하라”고 당부했다.
A 업체는 2016년 9월 법인을 설립하고 합법적으로 장기렌터카 중개업을 해온 회사다. A 업체는 OO머니 시스템을 빼고 본다면 특별할 게 없는 장기렌터카 영업을 하는 대리점이다. 차량을 소유한 캐피털(금융사)과 차량이 필요한 고객을 이어주고 수수료를 챙긴다. 수수료는 대략 차량 값의 3~5%다. 고객은 대리점을 거쳐 캐피털과 계약을 맺고 매달 캐피털에 렌트비를 지급한다.
A 업체가 OO머니 시스템을 도입한 건 2019년 8월쯤이다. A 업체는 이 시기에 OO머니 시스템을 별도로 관리하기 위해 이름이 비슷한 B 업체를 설립하기도 했다. A 업체는 B 업체와 업무협약을 맺는 방식으로 함께 일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A 업체 지점장은 팀장들을 교육하면서 캐피털에서 고객에게 확인 전화가 가면 “OO머니란 단어를 언급하지 못하게 하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진=박현광 기자
핵심은 원금의 5배에 해당하는 암호화폐 형태의 사이버머니를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A 업체는 고객이 1억 원 상당의 차량을 장기 렌트할 때 차량 값의 10%(약 1년 치 렌트비)인 1000만 원을 내면 5000만 ‘OO머니 포인트’를 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때 5000만 포인트는 현금 5000만 원과 값어치가 같다.
A 업체는 고객에게 포인트를 언제든 실제 돈으로 현금화할 수 있다고 광고한다. 1년 치 렌트비가 5배로 불었으니 3년 렌트비를 내고도 남는다는 설명이다. A 업체는 고객의 돈을 순식간에 5배로 불려준 셈이다. A 업체는 무슨 돈으로 고객의 돈을 다섯 배로 불려줄 수 있을까. 바로 신규 고객의 돈이다. A 업체 지점장은 팀장들에게 “사람이 재원이다. 새로 사람들이 들어와야 이 시스템이 유지된다. 아니면 망할 수도 있다. 지인 2명 이상을 꼭 회원으로 등록시켜라”라고 강조했다.
A 업체는 정말 고객의 돈을 5배로 불려준 걸까. 사실이라면 고객은 5000만 포인트를 5000만 원으로 모두 현금화할 수 있어야 하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A 업체는 이런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독특한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 먼저 A 업체는 원금에 5배에 해당하는 OO머니 포인트를 고객의 ‘차량계좌’에 넣어준다. 고객은 차량계좌를 마음대로 건드릴 수 없다. 고객은 A 업체에게 부여받은 ‘개인계좌’를 쓸 수 있다. A 업체는 매일 5배로 불어난 원금의 0.2%씩을 차량계좌에서 개인계좌로 지급한다. 차량계좌에 5000만 포인트가 있는 경우, 고객은 하루 10만 포인트를 개인계좌로 받는다. 한 달에 300만 포인트를 얻는 셈이다.
고객은 매달 15일 300만 포인트 가운데 자신의 렌트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만 실제 돈으로 현금화할 수 있다. 렌트비 금액은 개인마다 차이가 난다. 가령 렌트비가 100만 원이라면 100만 포인트를 현금화해서 렌트비를 낸다. 남은 200만 포인트는 ‘OO머니 가맹점’에서 쓴다. 또 개인계좌는 OO머니 포인트 한도가 있다. 다시 말해 개인계좌에 일정 포인트 이상은 쌓일 수 없어 자동 소멸된다. 개인계좌 한도 또한 개인마다 차이가 있다.
가맹점에서 쓰고도 남은 포인트는 차량 렌트 계약 기간이 끝나면 자동 소멸된다. 계좌도 삭제된다. 여기서 OO머니 포인트, 차량계좌, 개인계좌는 애초 A 업체가 만든 자체 애플리케이션(앱)에서만 존재한다. 포인트는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다. 계좌가 시중 은행과 연동되지도 않는다.
A 업체 회원들은 주로 소셜미디어에서 OO머니를 주고 받으며 물건을 거래하고 있었다. 한 세무전문가는 탈세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사진=OO머니 소셜미디어 캡처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A 업체 지점장은 팀장들에게 “OO머니가 사기라는 글을 보고 도장 찍기 직전에 관두는 사람들이 많다”며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우리 글 들어가서 댓글 남기고, 우리더러 사기라고 하는 글 내려갈 수 있게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아직 OO머니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례가 나오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그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2019년 8월부터 시작했다면 이제 6개월 정도 된 거다. 피해가 나타날 만큼 기간이 지나지 않았다”며 “폰지사기는 일찍 들어간 사람은 사기에 가담하고 늦게 들어온 사람들이 당하는 구조다. OO머니의 경우 3년 정도가 지난 뒤 피해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기 렌트 사업을 10년 이상해온 업계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1년 치 렌트비를 내고 3년을 렌트하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마진이 남을 수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탈세 가능성도 있다. OO머니 가맹점은 고깃집 같은 일반음식점부터 의류판매점까지 다양했다. 최근엔 한 상조 회사가 가입하기도 했다. 주로 개인이 소셜미디어에서 물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때 현금이 아닌 OO머니 포인트를 주고 거래가 성사됐다. 한 세무전문가는 “탈세가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 자체 앱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따로 신고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런 의혹들에 대해 A 업체 지점장은 “사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객에게 정상적으로 다달이 렌트비를 낼지, 한 번에 낼지 선택하게 할 뿐이다. 아직 피해자도 없다. 어떤 방식으로 사기를 친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일요신문은 B 업체 대표이자 A 업체 실질적 대표로 알려진 오 아무개 씨 입장을 듣고자 A 업체와 B 업체 모두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을 들을 수 없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