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만 월 2000만원 2016년 통장 잔고 30억원…해외 부동산 취득·자녀 생활비 송금 정황도
강태욱 TNS 홀딩스 대표의 보험 계약 현황. 한 달에 보험료만 2000만 원 이상을 납입했다.
강 씨는 사기, 유사수신 혐의로 17년형을 받아 중형이라고 볼 수 있지만 피해자들 마음은 다르다. 아껴서 모은 돈을 얼마간이라도 불려보고자 했다가 재산을 날린 사람이 상당수기 때문이다. 특히 강 씨는 구치소에서 ‘현실적으로 제가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기에 진심으로 회개하고 용서를 구하고 기도 드리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최소한의 양심이라고 생각한다’는 편지를 보내 돈이 없다는 점만 강조할 뿐 피해자들의 돈을 갚을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일요신문’은 취재 과정에서 얻은 자료를 통해 강태욱 씨가 보유한 해외 부동산, 엄청난 금액으로 가입된 보험, 2016년 초 기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잔고, 매달 자녀들에게 보낸 생활비 등 그가 어떤 재산이 있고 돈을 어떻게 썼는지 정황을 포착했다. 이 자료를 통해 그의 내밀한 재테크 생활을 파악할 수 있었다.
먼저 강 씨가 보유한 해외부동산의 일부나마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가 미국 LA에 있는 아파트를 거래한 자료를 통해서다. 강 씨는 사내 변호사를 통해 해외 부동산 구매를 타진했다. 또한 강 씨는 문제가 터졌을 때를 우려했는지 해외부동산 취득시 국세청 세금 가이드도 보고 받았다.
그가 취득한 부동산은 LA 농구팀인 ‘LA 레이커스’의 홈구장 ‘스테이플스센터’ 인근으로 도심에 위치해 있었다. 변호사가 미국 부동산 중개인과 연락한 메일과 그가 보고 받은 자료를 보면 그는 2016년 3월 매물로 나온 아파트를 현금 일시지급 조건으로 3000달러 깎아 49만 5000달러에 구입했다. 강 씨는 이 부동산을 곧바로 임대로 전환해 한 달에 2200달러씩을 받았다. 부동산 취득과 임대 문제는 그가 아닌 사내 변호사가 전담해 처리했다.
강태욱 TNS 홀딩스 대표가 미국 부동산 취득시 작성했던 서류에 미혼으로 적은 모습.
이후에도 미국 부동산 중개인이 그가 관심가질 만한 부동산을 검토해서 보내준 것을 보면 그의 해외 부동산 관심은 계속됐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그가 이외에도 해외 부동산을 취득했는지 여부는 다른 계약서를 확보할 수 없어 현재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흥미로운 점은 그가 부동산을 취득할 때 미국에 제출한 서류 인적사항란에 결혼하지 않은 남자를 뜻하는 ‘A Single man (never been married)’ 항목에 체크했다는 점이다.
미국 부동산을 취득할 때 서류용으로 쓰기 위해 발급받은 잔고 증명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2016년 2월자로 발급된 한 증권사 CMA 계좌에는 30억 9146만 원이 있었다. 증권사 CMA 통장 하나에만 30억 원이 들어 있어 그의 말대로 2년 사이에 피해자에게 한 푼 줄 수 없는 상황이 됐는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
강 씨와 그의 부인 엄수진 씨 이름으로 가입된 보험도 일반인이 상상하기 힘든 수준이다. 확인된 것만 부부가 합쳐 한 달 보험료 납부금액만 2000만 원을 넘기 때문이다. 강 씨 이름으로 8건, 엄 씨 이름으로 5건의 보험이 들어 있었다. 사망시 받는 보험금은 엄 씨가 31억, 강 씨가 10억 5000만 원으로 둘이 합쳐 41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집중적으로 가입한 기간은 2013년, 2014년으로 이 기간에 8건을 가입했다. 만약 최근 구속될 때까지 내고 있었다면 보험 원금만 최소 10억 원이 넘는다.
강 씨의 보험설계사가 정리한 자료에 따르면 엄 씨는 사망시 받는 보험금이 많도록 가입했고 강 씨는 연금형이 많았다. 저축성 보험은 총 3건이었는데 피보험자는 모두 강 씨였다. 보험 상품 중에는 변액유니버셜, 변액연금보험 등 변액 상품이 많았다. 변액 상품이 많은 이유로 탈세를 꼽은 시각도 있다. 한 세무사는 “변액 상품은 세금 신고 안 한 돈을 보험사에 맡겨도 본인 소유로 국세청에 조회되지 않는다. 변액 상품을 탈세에 이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가 그래 보인다”고 말했다.
강 씨가 자녀에게 보낸 학비도 그의 다이어리에 적혀 있었다. 송금할 목록에 ‘아무개(자녀 이름) 5900만 원’이라고 써 있고 완료 표시로 체크가 돼있다. TNS홀딩스에서 일했던 한 직원은 “강 씨가 자녀들을 미국 쪽으로 유학 보낸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강태욱 TNS 홀딩스 대표로 있는 회사의 부동산 거래 현황. 2017년 4월 거래됐다.
피해자들 사이에서는 티더블유에이엠씨를 의심의 눈초리로 보는 시선이 많다. 티더블유에이엠씨는 강 씨가 대표인 부동산 회사로 합법적 부동산 취득을 위해 만든 회사라고 피해자들은 보고 있다. 특히 이 회사에서 발견된 아파트 매매계약서가 불을 당겼다. 수사망이 좁혀오던 2017년 4월에 현재 함께 구치소 수감 중인 임진성 다온디바이드 대표가 대리인으로 25억 5000만 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다온은 강 씨가 마지막까지 피해자를 털기 위해 만든 실체 없는 투자회사다. 발견된 유일한 매매계약서 한 건이 25억 원인 데다 이 거금을 곧바로 강 씨의 계좌로 보냈다고 임 씨는 진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 씨는 “강 씨에게 돈을 맡겼다가 재산은 물론 생활도 망가졌다. 그런데 강 씨는 재산을 감춰두고 감옥 안에서 회개하겠다는 말만 하고 있다“며 “검찰, 경찰 등 수사당국이 강 씨의 해외부동산부터 털어 환수해 정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