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캐스트로만 이뤄진 ‘히어로 무비’, 독특한 연대감·유대감으로 뭉쳤다
28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버즈 오브 프레이’ 라이브 컨퍼런스 현장.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28일 오후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퀸의 황홀한 해방’ 라이브 컨퍼런스에 캐시 얀 감독과 마고 로비(할리퀸 역), 저니 스몰렛(블랙 카나리 역),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헌트리스 역), 엘라 제이 바스코(카산드라 케인 역)가 참석했다.
이날 마고 로비는 “제가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처음 할리퀸 연기를 할 때 이 캐릭터와 사랑에 빠졌다”라며 “이번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보여드린 할리퀸의 모습 외에도 할리의 내면, 조금 더 연약하고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할리퀸’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이번 영화는 마고 로비가 직접 제작자로 뛰어들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저는 할리 배역을 계속 연기하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여성들로만 이뤄진 액션 영화는 많이 만들어지지도, 선보이지도 못했기 때문에 이 영화를 꼭 촬영하고 싶었다”라며 영화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마고 로비를 제외한 모든 출연진은 이번 영화로 DC코믹스 실사 영화 시리즈에 첫 합류하게 됐다. 헌트리스 역의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처음 시나리오를 접한 뒤에 (원작) 코믹 북을 읽으면서 헌트리스가 흥미로운 캐릭터라는 것을 알게 됐다”라며 “촬영하면서 여러 가지 훈련을 많이 했는데 그 힘든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우리 모두가 가까워질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블랙 카나리 역의 저니 스몰렛은 “저는 ‘저스티스2’라는 비디오게임으로 처음 블랙 카나리에 대해 알게 됐었다. 이 배역 오디션을 볼 때도 ‘내가 붙진 않겠지, 그냥 한 번 해보자’ 라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충격적이게도 붙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이 영화 속에서 어떤 모습의 블랙 카나리를 보여줘야 할지 많이 연구했다. 여러 가지 코믹 북 속 스토리를 차용해 보여드릴 수 있는 다양한 카나리의 모습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카산드라 케인 역의 엘라 제이 바스코는 “저도 캐스팅이 되고 난 뒤에 카산드라가 나오는 모든 코믹 북을 읽었다. 카산드라가 어떤 캐릭터이고 어떤 연약한 면들을 가지고 있는지에 집중했다”라며 “영화에서 카산드라의 이야기는 오리지널 스토리나 다름 없는데 주변의 잘못된 지도를 계속 받다가 언니이자 엄마 같은 할리퀸을 만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단체 여성 주연의 ‘배드애스(Badass)’이자 히어로 무비를 만들어낸다는 것에 대해 감독인 캐시 얀을 비롯해 모든 출연진이 감상을 말하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캐시 얀은 “이 영화를 통해 꼭 얻어가셨으면 하는 부분은 여성들이 연약하고 불완전하지만 동시에 강인하고, 마지막에 함께 뭔가를 이룬다는 메시지”라며 “영화를 보시면 각 개인은 시련을 겪을 수 있어도 함께 연대하면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주제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성으로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주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마고 로비는 “이 영화는 아주 특수한 환경 속에 세팅돼 있는 느낌이었다. 마치 ‘여름 캠프’를 촬영하는 듯한 느낌”이라며 “여배우들로만 이뤄진 캐스트라는 것이 독특한 연대감을 줬던 것 같다. 다른 영화에선 이런 경험이 흔치 않지 않나. 업계에서 여배우만이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일반 영화보다 더 깊은 유대감이 생기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저니 스몰렛 역시 “아무도 잘난척을 하거나 혼자 독특해서 잘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트레일러에 가서 술을 마시기도 하고 함께 놀기도 하며 자연스럽게 친해졌다”라며 “사실 이런 대형 영화를 해본 적도 없지만 여자들이 뭉칠 기회도 이 일을 하면서 많지 않았기 때문에 그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하고 신선한 경험이었다”라고 촬영 당시를 회상했다. 이 과정에서 저니 스몰렛은 “감정이 북받쳐서 울 것만 같다”며 울상을 지어 다른 출연진들에게 위로를 받기도 했다.
메리 엘리자베스 윈스티드는 “모든 여성들에게 깊은 존중과 사랑을 느끼고, 같은 정신을 가지며 이 영화에 임했다”라며 “이렇게 강인하고 재능있는 여성들이 함께 이 영화를 만들었다는 데에서 자부심과, 함께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같은 작업을 한다는 것에서 큰 유대감을 느꼈다”라고 말했다.
영화 ‘버즈 오브 프레이’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다만 ‘버즈 오브 프레이’는 원작 코믹스와는 조금 다른 설정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오랜 팬들의 우려를 사기도 했다. 일부 캐릭터들의 성격이나 외관이 변하고, ‘버즈 오브 프레이’ 자체가 아닌 할리퀸의 솔로 무비로 여겨질 수 있다는 게 일부 팬들의 불만사항이었다.
이에 대해 캐시 얀 감독은 “이 영화에서 좋은 것은 할리퀸과 버즈 오브 프레이 간의 조합이 상당히 색다르다는 것”이라며 “오리지널 스토리에서 발췌한 것도 있지만 여러 코믹북에서 영감을 받아 각 캐릭터의 전사를 만들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러면서 “원작 코믹북 시리즈 가운데서는 뉴52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조커로부터 해방된 할리퀸의 안티 히어로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코믹의 오마주를 바탕으로 하면서 동시에 저희만의 독창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고 덧붙였다.
앞선 ‘수어사이드 스쿼드’와는 또 다른 매력으로 성장한 할리퀸에 대해 마고 로비는 “‘수어사이드 스쿼드’에서 할리퀸은 조커의 연인이었기 때문에 그의 보호를 받고 있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자신감과 자존감이 있었고, 무슨 짓을 저질러도 보호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 영화는 그 보호가 없이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선 영화보다는 할리퀸이 조금 더 불안해 보이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연기하기가 더욱 재미있었다”라며 “또 ‘버즈 오브 프레이’에서 할리퀸은 누구나 이별을 했다면 공감할만 한 모습을 보이고, 어린 소녀를 보호하기 위한 책임감을 처음으로 느끼면서 조금 더 정의로운 짓을 해보려 하는데 내적 갈등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 연약함과 취약성, 내적 갈등을 보여주는 연기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버즈 오브 프레이: 할리퀸의 황홀한 해방’은 오랜 연인이던 조커와 헤어지면서 자신을 지켜 줄 방패막이 사라진 할리퀸(마고 로비 분)이 고담시에서 가장 비열한 범죄왕 로만 시오니스(이완 맥그리거 분)에게 쫓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담았다. 108분, 15세 이상 관람가, 2월 5일 전세계 최초 개봉.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