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2011년 금융업 간주했다가 대법원 파기환송…‘대법원 무죄’로 사업 확장 지난해 회장 구속 재판
외환 마진거래 업체의 비리와 횡포를 고발하는 청원글이 게시됐다. 사진=청와대 게시판 캡처
FX렌트를 검색하면 수많은 언론보도와 홍보 글이 쏟아진다. 경영진 면면도 화려하다. 전국 지점과 온라인 FX렌트 사업은 국제에프엑스렌트 주식회사가 총괄한다. 국제에프엑스렌트를 이끄는 조 아무개 회장은 국내 FX렌트 거래를 처음 도입했다. 조 회장은 부패방지단체 의장, 공익재단 설립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며 건실한 사업가 이미지를 쌓았다. 회사는 2019년 9월 김 아무개 전 방송국 보도본부장을 대표이사로 영입하며 신뢰도를 한층 더 높였다.
잘나가던 회사는 2019년 10월 조 회장이 구속되며 위기를 맞았다. 인천지검 부천지청은 FX렌트의 불법성을 인지해 수사에 돌입했고, 조 회장이 도박성이 짙은 FX렌트 사업으로 벌어들인 돈 가운데 수천억 원을 은닉한 것으로 봤다. 조 회장은 도박개장죄 등으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공소장에는 조 회장이 운용한 자금이 수조 원대로 적시됐다고 알려졌다.
FX렌트는 주요 국가 통화의 환율차 등락에 따라 돈을 거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10분마다 베팅할 수 있는데 외환 환율변화 지수가 오를 것 같으면 매수, 내릴 것 같으면 매도에 걸면 된다. 투자자가 등락을 맞히면 투자금의 두 배에서 수수료 14%를 뗀 돈을 받는다. 틀리면 투자금 전액을 잃는다. 통상 일반인이 환율 추이를 보고 투자결정을 내리는 것은 쉽지 않다.
FX렌트가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금융감독원은 2011년 FX렌트를 신종 사행성 투자로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사법경찰관 역시 FX렌트의 도박성을 들어 ‘도박개장죄’를 적용하려 했다. 하지만 수사를 담당한 서울북부지검은 FX렌트가 도박이 아닌 ‘파생상품’의 한 유형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FX렌트가 인가를 받지 않고 금융투자업을 영위한 것으로 간주해 자본시장법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FX렌트를 고발하는 글이 여럿 게시됐다. 청와대 청원인은 자신을 FX렌트 내부자라고 소개하며 “검찰이 도박개장죄에 대해 불기소결정을 내리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그러한 커넥션으로 담당검사가 현재 조 씨(회장)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괴이한 현실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FX렌트가 금융투자거래가 아닌 도박의 일종이라고 판단해, 자본시장법 위반을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FX렌트는 단시간 내에 환율 등락을 맞히는 일종의 게임 내지 도박에 불과할 뿐, 파생상품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판결 취지에 따르면 FX렌트는 파생상품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투자업 범주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자본시장법의 적용도 받지 않는다. 파기 환송 후 검찰은 공소장을 변경하지 않았고 결국 대법원의 판단대로 원심에서도 자본시장법 위반죄가 무죄로 판결됐다.
FX렌트거래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국제에프엑스렌트본부 캡처
조 회장은 대법원 판결을 홍보수단으로 앞세워 사업의 합법성을 과시했다. 2018년 국제에프엑스렌트본부를 설립하고 FX렌트 사세를 빠르게 확장했다. 사업을 프랜차이즈화, 다단계화해 영업직원 수도 훌쩍 늘렸다. 각종 사회단체장을 맡고, 스포츠단도 창단했다. 법률시장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조 회장은 법률지원 재단인 ‘양파’를 설립하고, “양파는 아무리 까도 양파인 것처럼 죄가 없는 사람은 법으로 무리하게 엮어 넣을 수 없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는 2011년 검찰의 잘못된 판단이 범죄를 확산시켰다고 보고 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2015년 대법원 판결처럼 FX렌트가 기초자산을 바탕으로 한 파생상품이라고는 볼 수 없다. 단순 도박상품으로 보이며 기초자산 유무가 파생상품을 의미하는 기준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서울북부지검에서 조 회장을 기소한 A 검사는 변호사로 개업한 뒤 조 회장 회사의 고문변호사를 맡았다. 그는 조 회장의 대외행사에 참가해 축사를 하기도 했다. FX렌트는 A 변호사를 내세워 신뢰받는 업체라고 적극 홍보했다.
법조계는 공직을 퇴임한 검사가 피고인의 법률고문이나 자문 등을 맡는 게 적법하지 않다고 본다. 이해충돌이 발생하고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 대한변호사협회 관계자는 “수사를 담당했던 검사가 추후 사건 관계자의 실질적인 변호를 맡거나 법률 자문을 맡아서는 안 된다. 도의적으로 법적으로 모두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 씨는 “변호사를 하고 있던 중 조 씨에게서 연락이 와 ‘검사님이 기소한 건이 무죄가 났다’며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했다. 항의 전화를 한 줄 알고 만나기가 꺼려졌으나 제 오판으로 고생하신 분이라면 당연히 만나 뵙고 사과를 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조 씨는 자기를 기소한 제게 열성적으로 수사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면서 이제 변호사가 되었으니 회사 운영에 발생하는 법률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또 “검사 재직 당시 기소한 사람을 변호사가 되어 도와주는 것이 문제되는지 검토해 보았으나, 사건이 이미 종결된 상태고 도와 달라는 내용이 대부분 민사적인 성격을 가진 터라 고문변호사로서 법률적 조언을 해 주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1년 재판에서 조 회장은 FX렌트가 금융업이 아닌 사인간의 임대차거래라고 주장했다. 2020년 다시 재판에 넘겨진 조 회장은 FX렌트가 실물에 기초한 파생상품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2월 4일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서 이뤄진 재판에서 조 회장은 억울함을 토로하며 언성을 높이다 재판부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조 회장은 “빈익빈 부익부가 왜 생겼나. 돈 없는 사람도 소액 투자해 돈 벌게 해줬더니 검찰이 기소권을 남용해 민주사회를 억압한다. 재판부도 검찰의 말만 잘 들어줘 불공정하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날 법정에서 기자를 만난 조 회장의 변호인은 “과거 검찰에서 도박개장죄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끝난 사건인데 이걸 다시 도박개장죄로 보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