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친문 핵심 ‘보이지 않는 손’ 공천 개입…이해찬 대표 리더십 논란으로까지 번질 조짐
더불어민주당 17번째 영입 인재인 홍성국 전 미래에셋대우 대표, 18번째인 이재영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 6일 국회에서 열린 인재영입 발표식에서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늦었지만 다행이다. 왜 버텼는지 의문이다.”
2월 4일 만난 한 민주당 초선 의원의 말이다. 전날인 2월 3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총선 불출마 선언에 대한 질문의 답변이었다. 그는 “당에 상처만 남겼다. 부동산 투기 논란으로 물러난 김 전 대변인이 출마를 하려고 했던 것, 그런 그에게 공천을 주려고 했던 것 자체가 악재다. 지지율만 갉아먹었다”면서 “친문 지지자들만 보고 정치하겠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빚어진 사태”라고 꼬집었다.
민주당 측은 그동안 김 전 대변인에게 여러 차례 공천 철회를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대변인과 친분이 있는 일부 의원들이 이러한 메시지를 전했고, 여기엔 이해찬 대표 의중이 반영됐다고 한다. 하지만 김 전 대변인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자 여권 내부에선 김 전 대변인이 뭔가 ‘믿는 구석’이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출마 선언 전 공천 보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추측도 불거졌다. 앞서의 민주당 초선 의원은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한 친문 인사가 당 지도부에 ‘김 대변인은 청와대를 대표해 보수 언론과 싸우다 억울하게 물러났다. 그런 인사를 당에서 보은해주지 않으면 누가 문 대통령을 위해 앞장서겠느냐. 지지층에서도 김 전 대변인 공천을 찬성하는 여론이 높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당 입장에서는 사실상 김 전 대변인 공천을 주라는 청와대 요구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다. 여론과 동떨어진 청와대 인식과는 별개로 당 공천에 개입하려는 의도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러한 ‘뒷말’은 김 전 대변인에게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주로 출사표를 던진 청와대 출신 참모들과 친문 인사들 주변에서 들린다. 적격성 논란이 한창인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정봉주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공교롭게도 셋 모두 친문과 가까운 것으로 분류된다. 이들의 공천에 대해 민주당에선 부정적인 견해가 강하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이를 밝히는 것을 꺼리는 듯한 기류가 역력하다.
최근 민주당이 서울 한 곳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할 것이란 소문 역시 파장을 낳고 있다. 이미 여러 예비후보들이 등록해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상황인데 소위 ‘낙하산 후보’의 공천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친문 인사들이 이 후보를 배후에서 밀고 있다는 얘기가 뒤를 이었다. 기존 후보들은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앞서 김의겸 전 대변인 등을 비롯한 이런 사례들은 ‘보이지 않는 손’ 논란과 맞물리는 형국이다.
이해찬 대표가 1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비문 진영은 공천관리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내놓는다. 한 비문 의원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몇몇 친문 인사들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청와대 민원을 공천 담당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는 친문 인사 실명까지 거론된다”면서 “공천관리위원회가 최소한 청와대 눈치를 보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예비 후보자들도 분통을 터트리긴 마찬가지였다. 경기권의 한 예비 후보자는 “공천 심사가 아직 시작도 안 됐는데, 경쟁 후보는 느긋해 보였다. 파악해 보니 친문 쪽에서 밀고 있는 후보더라”면서 “이미 지역 정가에선 하나마나한 게임이라는 얘기가 파다한 상태”라고 했다. 서울 지역의 한 예비 후보자도 “청와대 쪽이 이른바 ‘쪽지 명단’을 공관위에 줬다는 말까지 돈다”면서 “2016년 박근혜 청와대가 했던 짓과 뭐가 다르냐”고 되물었다.
영입한 인재들이 연이어 구설에 오른 것을 놓고서도 비슷한 결의 지적이 고개를 들었다. 친문 쪽에서 추천하는 인사들에 대해 당이 검증을 게을리했던 것 아니냐는 게 골자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사석에서 “이해찬 대표도 있긴 하지만 지금 당 인재영입을 주도하고 있는 인물이 소수의 친문이라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면서 “그들이 데리고 온 인재들을 당에서 제대로 된 검증조차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아마 검증을 할 수 없었던 모종의 상황이 있었을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총선을 앞두고 이런 잡음들이 이어지자 당 지도부는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이해찬 대표 리더십 논란으로까지 번질 가능성이 높아 더욱 그렇다. 이 대표가 친문 진영을 컨트롤하기는커녕 끌려 다니고 있다는 비판 때문이다. 이해찬 대표는 지난해 전당대회 때 “거수기로 전락한 당의 위신을 회복해 달라”는 비문 진영의 지지에 힘입어 승리한 바 있다. 하지만 총선을 앞두고 당의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앞서의 민주당 중진 의원은 “이해찬 대표로서도 난감할 것이다. 여차하면 친문과 싸우는 것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에서 분출되는 불만과 구설들을 모른 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친문 진영과 머리를 맞대 슬기롭게 풀어가야 하는데 과연 (친문 인사들이) 기득권을 포기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친문 핵심 의원은 “지금 당은 이해찬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특정 인사들이 공천에 관여하고 있다는 얘기는 선거철에 나도는 카더라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