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4조? 몸값 평가에 온도차…BTS 의존 포트폴리오 다각화 관건
BTS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연내 상장 가능성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방시혁 빅히트 대표가 모교인 서울대의 2019년 학위수여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아울러 멤버들 군 입대 시기도 가까워지는 만큼 기업 가치가 최고조에 오른 현 시점이 상장에 최적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박성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를 데뷔시킨 데 이어 올해부터 3년간 신인그룹을 내놓겠다고 발표하고 있다”며 “BTS 게임 출시 등 지적재산권(IP)을 활용한 콘텐츠를 내놓는 시도들은 상장을 위한 전초 단계”라고 봤다.
빅히트의 기업 가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높게 평가하는 입장에서는 최대 3조~4조 원대도 가능하다고 본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이미 39회, 230만 명 규모의 글로벌 스타디움 투어를 발표한 상태로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인 1200억~1300억 원 규모를 달성할 가능성이 매우 높고 글로벌 엔터산업에서 갖는 파급력도 크다”며 “주가이익비율(PER)을 최소 30배에서 최대 40~50배까지 시장에서 부여할 가능성도 있어 예상 시가총액은 3조~4조 5000억 원 수준”이라고 관측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값으로, 주식의 평가가치(밸류에이션)를 따질 때 사용하는 지표다. 높으면 주가가 고평가되고 낮으면 저평가됐다는 뜻으로,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 등이 반영된다. 엔터주 평균 PER은 20~30배다.
반면 2조 원대가 적절하다는 평가도 있다.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긴 하지만 BTS라는 한 아티스트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데다 BTS 멤버 중 진이 올해 군 입대를 앞두고 있는 등 타격도 감안해야 한다. 이에 대비해 빅히트는 2019년 TXT를 데뷔시켰고, 걸 그룹 ‘여자친구’ 소속사 쏘스뮤직을 인수하며 아티스트 라인업을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조 단위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장 흥행에 성공할 것이라는 관측엔 이견이 없지만 몸값 최대치에 대해서는 온도차를 보이는 분위기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와 비교해 단순히 계산해보면 JYP의 올해 추정 영업이익은 400억 원인데 시총이 9000억 원”이라며 “빅히트의 2019년 영업이익은 JYP의 2배인 만큼 올해도 유지된다면 시총이 경쟁사의 2배인 2조 원 정도라고 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상웅 연구원은 “투어 규모가 커졌고 매출이 다변화됐다는 점은 가치를 더 높이는 요인이 될 것”이라면서도 “매출 비중이 BTS에 치우쳐 있는 데다 아티스트의 군 입대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YG엔터테인먼트도 빅뱅 군 입대 이후 타격이 컸는데 빅히트는 BTS가 전부인 데다 동반 입대설까지 나오고 있어 2조 원 이상 인정받긴 무리”라며 “제2의 BTS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엔터업계 자체가 성공을 보장하기 힘든 만큼 쉽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티스트 자체의 몸값이 뛴 것도 빅히트의 이익률 상승에는 도움이 안 된다. BTS는 빅히트와 재계약 시점을 1년 이상 남겨둔 2018년 10월 소속사와 7년 재계약을 체결했다. 구체적인 계약 조건과 적용 시점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재계약 시 보통은 음반·음원이나 콘서트·광고 등 주요 매출 수익이 회사보다 가수에 유리하게 돌아가는 조건으로 맺는다. 멤버 몸값이 높아지면서 빅히트의 이익이 대폭 줄어들 수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다른 관계자는 “업계 통상적으로 재계약을 맺을 때는 수익의 3분의 2 정도를 아티스트에게 주는 등 가수에게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커진다”며 “어느 시점에 가서는 마진이 떨어질 테고 이 경우 연간 영업이익 1000억 원에서 얼마나 유의미한 점프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 가치에 대해서는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2019년 12월 25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SBS 2019 가요대전에 참석한 방탄소년단. 사진=고성준 기자
빅히트가 상장 전 기업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BTS에 쏠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일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빅히트는 지난 4일 기업설명회에서 △신인 아티스트 육성 △IP를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 제작 △플랫폼 강화를 제시했다.
CJ ENM과 합작법인 빌리프를 통해 다국적 보이그룹(2020년),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걸그룹(2021년)을 데뷔시키고, 2022년에도 새 보이그룹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BTS를 테마로 한 캐릭터사업은 물론 드라마와 소설, 웹툰, 게임에 한국어 교육 콘텐츠까지 선보이며 사업다각화에 더욱 공들인다는 방침이다. 빅히트는 2018년 플랫폼업체와 출판업체를 설립한 데 이어 2019년 2대주주인 넷마블과 함께 게임 ‘BTS월드’를 선보이고 음악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는 등 수익구조 다변화에 힘써왔다.
이 같은 행보에 대한 증권가 시각은 긍정적이다. BTS월드 등이 시장의 기대만큼 흥행하진 못했지만, 시도 단계이니만큼 당장의 수익성만으로 판단하긴 어렵고 디지털콘텐츠는 확장성이 높다는 점에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 물론 신인가수 육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일은 몸값을 끌어올리는 선제조건으로 언급된다.
한상웅 연구원은 “보통 엔터사들이 소속 가수가 가진 IP를 캐릭터 등 다른 영역으로 확장하는 데 그치고 본업에 집중한다면, 빅히트는 엔터사 본업에 더해 콘텐츠와 플랫폼의 자체 경쟁력을 높여 이를 통해 소속 가수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는 등 영역을 키우려는 것 같다”며 “가수 공백기나 해체 등에 따른 리스크를 줄일 유의미한 시도”라고 판단했다.
김창권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모바일 발달로 뮤직비디오나 가수 출연 영상 등 디지털콘텐츠에 소비하는 시간과 돈이 늘어나는 만큼 엔터테인먼트사업의 전망이 밝다”며 “홀로그램·모바일 콘서트 등 디지털콘텐츠를 활성화한다면 기업 가치를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