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지켜야 할 우리 유산 [42] 빼어난 가치와 아름다움 품은 자연과 시간의 선물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 성산일출봉, 거문오름용암동굴계 등 세 구역으로 구성되며, 유산 지역(총 1만 8846ha)은 제주도 전체 면적의 약 10%에 해당된다. 수많은 측화산(오름)과 세계적인 규모의 용암동굴, 다양한 희귀생물 및 멸종위기종의 서식지가 분포하고 있어 지구의 화산 생성 과정 연구와 생태계 연구에서 중요한 학술적 가치가 있다.
한라산은 정상부의 백록담 분화구, 영실기암의 가파른 암벽, 40여 개의 오름 등 다양한 화산 지형을 지니고 있다. 눈에 쌓인 정상 부근의 빼어난 경관. 사진=연합뉴스
한라산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해발고도 약 1950m)으로 화산활동을 통해 생성된 순상(방패 모양) 화산체다. 정상부의 백록담 분화구, 영실기암의 가파른 암벽과 40여 개의 오름 등 다양한 화산 지형을 지니고 있으며 빼어난 자연 경관을 자랑한다.
한라산에는 우리나라에서 자라는 4000여 종의 식물 가운데 2000여 종이 서식하고 있어 ‘살아 있는 생태공원’으로서 이름이 높다. 특히 정상부의 구상나무 숲은 세계 최대 규모다. 뛰어난 경관과 지질학적·생물학적 가치를 지녀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도 했다.
한라산은 예로부터 “우리나라에서 항상 노인성(남극성)을 볼 수 있는 곳”(‘정조실록’ 정조 21년(1797) 윤6월 1일)으로 꼽혀왔으며, 산 정상에서 멀리 남쪽 하늘에 떠오른 수성, 즉 노인성을 보면 장수한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하늘에서 본 성산일출봉. 거대한 성의 모습을 닮아 ‘성산’이라고 부른다. 사진=연합뉴스
높이 약 180m의 성산일출봉은 약 12만 년에서 5만 년 전에 얕은 바다에서 일어난 수성화산 활동으로 형성된 응회구다(국가문화유산포털 자료). 지하에서 올라온 뜨거운 마그마와 물이 만나 격렬하게 반응하면서 분출된 화산재가 쌓여 일출봉이 형성되었다. 화산 폭발 당시 화산재가 물기를 머금은 상태였기 때문에 퇴적층이 흘러내리지 않고 급한 경사를 이루어 왕관 모양의 독특한 모습을 지니게 됐다. 사면이 절벽인 거대한 성의 모습을 닮아 ‘성산’이라 불리던 이곳은 해 뜨는 모습이 장엄하고 아름답다는 의미가 더해져 성산일출봉으로 불리게 되었다.
거문오름용암동굴계는 약 30만 년에서 10만 년 전에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으로부터 만들어진 여러 개의 용암동굴을 일컫는다. 거문오름이란 이름은 분화구 내 울창한 산림지대가 검은 기운을 띠는 데서 유래됐으며, ‘신령스러운 산’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고 한다. 용암동굴계에는 거문오름, 김녕굴 및 만장굴, 벵뒤굴, 당처물동굴, 용천동굴, 웃산전굴, 북오름굴, 대림굴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용암동굴은 만장굴(총 길이 약 7.4km)이다. 특히 주 통로의 경우 폭 18m, 높이 23m에 이르러 세계적인 대형 동굴의 반열에 올라 있다. 또한 벵뒤굴은 미로형 동굴로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통로의 형태를 보인다. ‘벵뒤’는 ‘허허벌판’이라는 뜻을 지닌 제주 방언이다.
만장굴은 주 통로가 폭 18m, 높이 23m에 이르는 세계적인 대형 동굴이다. 사진=연합뉴스
제주도 해안 저지대에 위치한 용천동굴과 당처물동굴 내에는 용암동굴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석회질 동굴생성물이 성장하고 있으며, 이들 동굴생성물의 규모, 형태, 분포 및 밀도는 가히 세계적인 수준이다. 특히 종유관, 종유석, 석순, 석주, 휴석, 커튼, 동굴산호 등 아주 다양한 동굴생성물이 잘 보존돼 전 세계적으로 2차 동굴생성물이 가장 발달된 동굴로 평가된다.
당처물동굴은 입구가 없어 노출되지 않은 덕에 동굴 모습이 자연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규모가 매우 작지만 동굴 내에서 발견되는 석회질 동굴생성물은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용천동굴은 “용이 승천한 동굴”이라는 이름처럼 총 길이가 3.6km가 넘는 대형 동굴이다. 동굴 내부는 다양한 동굴생성물들로 세계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화려한 장관을 이룬다. 각국의 동굴 전문가들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용암동굴”이라 찬사를 보낼 정도다. 특히 동굴의 끝에는 바다와 연결되는 맑고 잔잔한 ‘천년의 호수’가 자리하고 있어 신비로움을 더해준다.
자료=유네스코한국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