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석을 보배로 만들어 내는 인고와 느림의 미학

우리나라 청동기 유적에서 발견되는 옥석 공예품과 삼국시대의 여러 고분에서 출토된 곱은옥(옥을 반달 모양으로 다듬어 끈에 꿰어서 장식으로 쓰던 구슬), 구슬옥(끈에 꿸 수 있게 가운데에 구멍이 뚫린 작은 공 모양의 둥근 옥) 등은 옥이 상류층의 중요한 장신구였음을 알려준다. 신라의 세 가지 보물 중 하나로 진평왕의 옥허리띠가 꼽히는 데서도 신분 사회에서 옥이 지닌 상징성을 짐작할 수 있다.

은은하고 부드러운 옥의 성질은 바로 끈기, 온유, 은은함, 인내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한국인의 정서와 잘 맞닿아 옥 제품이 오랜 세월 애용돼 온 것으로 평가된다. 옥은 예기(제사에 쓰는 그릇)를 비롯해 신분을 구분하는 드리개(매달아서 길게 늘이는 장식품 등의 물건) 등 장신구와 아악기인 옥경(옥으로 만든 경쇠), 약재 및 의료용구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쓰였다. 옥은 인간이 지닐 수 있는 최상의 품성으로 비견되었고, 때로는 영험이 깃든 보석으로도 여겨져 왔다.

먼저 옥돌에서 옥 원석을 채석할 때에는, 옥돌에 정으로 구멍을 낸 뒤 소나무처럼 팽창과 수축이 심한 목재를 이 구멍에 넣고 물을 붓고 말린다. 이러한 작업을 여러 번 반복하면 커다란 옥돌 전체에 균열이 생기는데, 이를 다시 정으로 쳐내어 원석을 채취한다.
채석된 원석은 열처리 과정을 거치게 된다. 오랫동안 지하에 묻혀 있던 원석을 햇볕에 내놓으면 자외선의 영향으로 균열이 가거나 조직 내에 변질이 생겨 강도가 약해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다. 먼저 채석된 원석에 황토를 바른 다음에 가마니로 덧씌워 굴속에 저장한다. 그 뒤 차츰 밝고 온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면서 작업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옮기는 것이다. 이처럼 천천히 원석을 노출시켜 햇볕에 적응시키는 방식은 천연 석물을 가공할 때 전통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디자인을 마치면 톱, 연마제(탄화규소), 물 등을 사용해 도면의 크기대로 원석을 절단한다. 옥은 경도가 높고 다루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에 자르는 과정 자체도 지난하다. 예컨대 옥향로를 만들 경우, 원석의 각 면을 자르는 데 72시간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그 후에는 먹선을 따라 외형을 만들어가는 성형 과정, 활비비 등의 도구로 구멍을 뚫거나 갈고 다듬어 도안대로 모양을 만드는 세부조각 과정을 거친다. 이때도 갈고 다듬는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원하는 형태를 만들 수 있다. 그 다음으로 옥 표면을 숫돌과 사포도 갈고 문지른 뒤 광택 과정을 마치면 비로소 하나의 옥공예품이 탄생하게 된다.
옥장은 전통 공예기술을 지닌 장인으로 고가의 원석을 다루기 때문에 정확한 예측이 필수적이며 정교한 조각 기능뿐 아니라 고도의 예술성이 요구된다. 옥장은 1996년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되었으며, 초대 기능보유자인 장주원 선생과 지난해 옥장으로 인정받은 김영희 선생이 현재 전승 및 작품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자료 협조=국가유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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