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떠나 한국당행…한국당 지지층과 기존 지지층 결집시킬 수 있을지 관건
자유한국당 이찬열 의원
경기도의원 이찬열을 3선 국회의원의 반열에 올려놓은 장본인이 손학규 대표라는 것을 부인할 사람은 많지 않다. 이찬열 의원 본인도 2016년 민주당을 탈당하며 “나는 손학규 덕에 3선 국회의원이 된 사람”이라고까지 했다.
한나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지만 2007년 손학규 의원과 함께 민주당의 전신인 대통합민주신당에 입당한다. 한나라당에서 도의원급이던 이찬열이었지만 민주당으로 옮겨와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고 2009년 재보궐선거에서 처음으로 금배지를 단다. 당시 선거에서 손학규 대표는 마치 자기 선거처럼 수원을 찾아 “사람 냄새 나는 일꾼 이찬열을 찍어달라”며 지지 유세를 펼치기도 했다.
이찬열 의원도 그런 손학규 대표를 진심으로 따랐다. 3선을 일궈낸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지만 이찬열 의원은 정치적 유불리보다 손학규 대표와의 의리를 택했다. 국민의당, 바른미래당으로 당적을 바꾸며 당 프리미엄은 옅어졌지만 그래도 ‘이찬열은 의리 있는 정치인’이라는 게 세간의 평이었다.
하지만 총선을 60일 남짓 앞두고 이찬열 의원은 현실을 택했다. 바른미래당으로는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 선 것으로 보인다. 수원 갑은 지금까지 한 번도 민주당, 한국당 계열 외의 정당에 승리를 내준 적이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쌓아온 ‘의리’라는 이미지를 내려놓으면서까지 정치적 승부수를 던졌다. 이찬열 의원은 손학규 대표를 향해 “대표님과 끝까지 함께하지 못해 형언할 수 없는 심정”이라면서 “손 대표님과의 의리를 제 삶의 도리라 여기는 마음만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작별인사를 남겼다.
이찬열 의원의 한국당 입당 소식이 전해지자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응은 크게 갈렸다.
더불어민주당 이재준 예비후보는 “이찬열 의원은 부끄러운 배신의 정치 행보를 그만둬야 한다. 이미 2016년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해 자신을 뽑아준 장안구 주민들을 6개월 만에 배신했다. 정치적 가치나 철학을 배제한 채 개인 영달을 위해서 어느 당이라도 옮기는 것은 정치인의 도리가 아니다. 이찬열 의원은 탈당이 아니라 의원직 사퇴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김승원 예비후보도 “이찬열 의원은 세 번이나 민주당의 이름을 걸고 당선됐다. 그동안 이찬열 의원이 이야기했던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는 그저 빈껍데기에 지나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이찬열 의원의 정치적 신의와 도의를 저버린 행위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라고 밝혔다.
반면 한국당 지지층에서는 이찬열 의원의 입당을 경쟁력 있는 후보의 영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20년 이상 장안에서 활동한 이찬열 의원을 모르는 유권자는 없다. 일 잘하는 친숙한 분”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찬열 의원의 기존 지지층이 한국당으로 옮긴 이 의원에게 변함없는 지지를 보낼지 의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찬열 의원 지지층에는 3년 전 민주당 탈당 때 함께한 중도, 진보 성향의 지지자도 있어 이들이 한국당 후보 이찬열을 선택할지가 미지수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찬열 의원만 입당했을 뿐 이 의원 지지자들이 대거 입당했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번에는 많이 따라오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이찬열 의원에게는 한국당 지지층과 기존의 지지자들을 결집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다.
이찬열 의원 측은 “처음부터 한국당에 가려고 했던 것은 아니다. 지역에 흰색 바탕 현수막을 건 걸 보면 알 수 있다. 안철수 대표가 들어와 당이 안정되면 3번(바른미래당)으로 출마하려 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았고 그러던 중 한국당의 영입 제안이 왔다”고 밝혔다.
전략공천을 받기로 하고 입당한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건 추측에 불과하다. 지금은 입당 원서만 썼을 뿐 당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자유한국당 수원 갑 당협위원장을 지낸 한국당 이창성 예비후보는 “당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보수통합이다. 중앙당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찬열 의원이 입당했지만 경선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다. 당원협의회를 맡아 목숨을 걸고 지역 재건에 나섰고 조직을 다져왔다. 경선에서 승리하고 본선에서도 승리해 지역을 찾아오겠다”고 했다.
경기도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수원 갑은 민심의 바로미터다. 18대 총선까지는 거대 양당이 번갈아 가며 승리를 거뒀고 유권자들은 정권심판, 정권지지를 표심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최근 선거에서 민주당이 조금 더 우세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찬열 의원이 18대 재보궐선거부터 3선을 거뒀고,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수원 5개 지역을 싹쓸이했다. 한국당에게 수원은 험지가 돼 버렸다. 그래서 이번 선거는 이찬열 의원과 한국당에게 무척이나 큰 의미가 있다. 승리를 거둔다면 한국당은 수원 탈환의 전초기지를 세울 수 있고 이찬열 의원의 탈당은 위대한 결단으로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바른미래당 고위 당직자는 12일 “당에서도 그런(탈당)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다. 이찬열 의원이 손학규 대표에게는 한국당에서 영입 제안이 왔다는 얘기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손 대표가 내색하지는 않지만 마음이 무척 아프실 것으로 생각한다. 이 의원은 손 대표가 가장 믿고 아끼던 후배 아닌가”라며 “공식적인 언급은 아니지만 나가서도 잘 되길 바란다고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김창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