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명예훼손 공방전…당차원 대응 늦어 갈등 키운 셈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의 한 기초의원이 당내 성추행 의혹을 폭로했지만 당이 무대응으로 일관해 비판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홈페이지 캡처.
부산지역 기초의회 B 의원은 2019년 6월 성추행을 당했다며 A 전 위원장을 고소했다. B 의원은 A 전 위원장이 군청 후문 부근에서 한 손으로 자신의 허리를 잡아 끌어당기고 몸을 밀착시켜 얼굴로 이마 부위를 부비는 추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부산기장경찰서는 B 의원의 고소 사건을 조사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넉 달 후인 2019년 10월 B 의원은 민주당에서 제명됐다. 당론을 거스르는 주장을 하고 동료 당원을 비방했다는 게 주된 사유다.
검찰은 2019년 11월 증거불충분 사유로 B 의원의 강제추행 고소건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불기소처분 이유에 대해 “피의자의 행동이 다소 부적절하고, 고소인으로 하여 불쾌감을 줄 여지가 있으나 고소인의 진술만으로 강제추행의 고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CCTV 영상에 의하면 피의자가 얼굴을 고소인 쪽으로 밀착시키는 장면이 확인되지만 몸이 완전히 밀착됐다고 보이지는 않는다”며 “고소인에 대한 무고 혐의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B 의원은 2019년 12월 기자회견을 열고 A 전 위원장에 대해 항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A 전 위원장은 강하게 반발하며 뉴스1에 “총선에 출마하려는 나를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무고를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A 전 위원장은 최근 선거법위반 등 혐의로 B 의원을 검찰에 고소했다. 이 사건은 부산지검 동부지청의 수사 지휘로 기장경찰서가 수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B 의원은 선거법위반과 명예훼손 등 혐의를 받고 있다. A 전 위원장은 “검찰에서 무혐의 결정을 받고 끝난 일인데, 실명을 거론하며 기자회견을 연 것은 의도가 있는 행동이다. 당에서 제명될 위기에 처하자 나를 고소한 것이다“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당시 군청 CCTV를 당사자 동의 없이 몰래 유출해 개인정보를 심각하게 해한 부분이다. 실명을 거론하며 기자회견을 연 것은 낙선운동이라 판단돼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B 의원은 “공천권을 쥐고 있는 A 씨에 대해 항의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런데도 성추행 당일을 비롯해 두 차례 사건에 대해 항의했다”며 “현재 검찰에 재정신청을 했고 재수사가 되기를 바란다. 기자회견을 열었다고 선거법 위반으로 고소한 건 입을 막기 위한 보복행위”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이 사태에 대해 당 차원에서 명확한 진상규명 노력이나 제때 대응을 하지 않아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는 일요신문에 “고소가 접수된 사건이고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이뤄지니 윤리심판원이나 당 차원에서 따로 살펴보지 않았다”고 밝혔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