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확인, 보조기구 제거 등 추가·보완…메르스 환자 유족 “정부 사과 원해”
병관리본부가 2월 23일 오전 11시 45분 ‘코로나19 사망자 장례 관리 지침’을 만들어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과거 메르스 사태 때 만들어진 지침이 문제가 있어 법까지 개정했지만 새 지침을 만들지 않았다는 지적이 이어진 뒤 취해진 조치였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2월 21일 오후 충북 청주시 질병관리본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질본은 새 지침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급한 대로 메르스 때 지침을 썼다. 메르스 때 지침은 유족 동의나 설명 없이 시신을 압수해 화장하는 등 유족을 두 번 죽인다는 지적이 이어졌다(관련기사 “급한 대로 메르스 때처럼…” 코로나19 사망자 시신 처리 지침이 없다).
질본은 새 지침에선 유족과 장례 절차를 협의하고 유족이 방호복을 입고 사망자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등 과거 메르스 사태 때 문제 됐던 점을 보완했다. 질본은 새 지침의 원칙을 ‘사망자의 존엄과 예우를 유지하며 유가족의 뜻을 존중하는 신속하고 체계적인 장례 지원’으로 설정했다.
새로 만들어진 코로나19 장례 지침에 따르면 환자 가족은 환자가 임종 임박했을 때 방호복을 입고 병실에서 면회할 수 있다. 또 의료진은 임종이 임박했을 때 환자 가족에게 감염 방지를 위한 시신 처리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 사전 동의를 구해야 한다.
환자가 사망했을 땐 의료진은 유족에게 사망 원인을 설명하고 시신 처리 시점을 협의해야 한다. 이때도 유족이 원할 경우 방호복을 착용한 뒤 사망한 환자 상태를 직접 볼 수 있다.
시신에 연결된 모든 튜브, 배액관, 카테터는 제거해야 한다. 지난 메르스 때 만들어진 지침과 바뀐 점이다. 지난 메르스 때 지침은 시신에 연결된 보조기구를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시체 백에 넣어 외부 오염을 방지하라고 지시했다. 사망자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보조기구 제거가 필요하다고 지적돼 온 부분이다.
사망자가 의심은 되나 확진되기 전 단계인 의사환자거나 유증상자일 경우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시신을 격리병실에 두거나 확진 환자에 준하여 시신 처리한 뒤 안치실에 안치해야 한다.
장사 방법에도 변화가 있다. 시신을 압수해 무조건 화장하던 메르스 사태 때와 달리 감염병예방법 제20조의 2에 따라 화장을 권고하도록 했다. 사망자의 장사비용도 지원될 예정이다.
실무 진행은 시·군·구 지차체가 맡는다. 질병관리본부가 지자체에 협조를 요청하면 각 지자체는 시설, 운구 차량, 사후 소독 준비, 개인보호구 지급, 화장 및 장례 절차 유족 협의, 화장시설 예약 협조 등을 할 예정이다.
사망한 메르스 80번 환자 아내 배 아무개 씨와 아들 김 아무개 군이 2월 18일 정부와 병원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해 일부 승소한 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박현광 기자
메르스 환자 유족들을 향한 반성과 사과가 필요하단 목소리도 나온다. 코로나19 장례 지침이 발표되자 메르스 환자 유족은 박탈감을 느낀다고 내비쳤다.
메르스 환자 가운데 가장 마지막에 사망한 80번 환자 아내 배 아무개 씨는 “남편이 소변 줄, 산소 호흡기, 링거 줄을 단 채로 비닐백에 들어가 ‘봉인’됐다. 당시 네 살 아들은 맞는 방호복이 없다는 이유로 남편의 마지막을 보지도 못했다”며 “(코로나19 지침처럼) 이렇게 할 수 있는 거였는데, 내가 부족해서 우리 신랑 마지막마저도 처량하게 보냈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배 씨는 “장례 절차에 대한 협의는커녕 장사치가 와서 유골함은 뭐로 하고, 추모공원은 어디로 하고 그런 걸 물었다”며 “음압실을 몰라 ‘아빠가 왜 음악실에 있느냐’고 묻는 아들이 더 크기 전에 정부의 사과를 받고 싶다”고 항변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