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대신 ‘온라인 장보기’ 배송·품절 대란…식당·숙박·극장·공연·강연 분야 초토화, 대구 동성로는 줄휴업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으로 주문이 몰리고 있어 재고 확보와 배송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상적인 배송 상황이 되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면서도 “신선식품이나 생필품으로 매출은 증가하고 있으나 신선식품은 영업이익이 낮은 분야라 인력 확충 등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지역 사회로 확산되는 가운데 2월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쇼핑몰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최근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요식업 자영업자부터 영화계, 공연, 강연 등 다양한 분야가 초토화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이 연이어 2월 말까지는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있어 거리까지 한산해지고 있다.
식당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업종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홍 아무개 씨는 걱정이 태산이다. 홍 씨는 “코로나19로 매출 감소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여러가지 걱정이 있다”면서 “최근에는 김치 제조업체로부터 중국에서 공장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3월 초 공급이 끊길 수도 있다는 연락을 받았다. 여기에 중국 국적 주방 아주머니들 절반이 코로나19로 인해 출근을 하지 않고 있어 새로 공고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평소처럼 식재료를 사기 위해 마켓컬리와 쿠팡 앱을 열었지만 단 한 가지도 주문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모두 ‘일시품절’이란 표시가 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오전 시간대에 이미 대부분 주문이 마감된다. 사진=마켓컬리 앱 화면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마트에서 사재기 때문인지 라면 5개들이 멀티팩을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돌았다. 식료품 회사는 그나마 사정이 나아 보이지만 이들도 고민은 있었다. 도매 청과회사를 운영하는 김 아무개 씨는 “그나마 먹는 것이라서 타격이 매우 큰 상황은 아니다. 비상식량 같은 라면은 사재기할 수 있다지만 과일을 미리 사다 놓지는 않는 데다 식당이 장사가 안되면서 덩달아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행사나 급식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 수요가 줄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거의 모든 행사는 언제 재개하겠다는 기약 없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다. 강연을 주업으로 하는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분위기 상 도저히 사람이 많이 몰리는 강연 일정을 강행할 수 없어 일단 취소해 둔 상태다. 4월에 재개하겠다고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4월에도 분위기가 지금과 비슷하다면 그때는 존폐를 걱정해야 할 것 같다. 암담한 상황이다”라고 걱정했다.
강연뿐만 아니라 공연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행사 공연을 주로하는 이 아무개 씨는 얼굴에 걱정이 가득해 보였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시작했을 때 공연이 다 취소됐다. 지금은 말할 것도 없다. 벌이가 없어서 죽겠다”면서 “공연팀 월급도 줘야 하는데 손만 빨고 있으니 유지가 될 수가 없다.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어 이렇게 시간이 더 지나면 파산신청을 해야 하지 않을까 진지하게 생각해 보기도 한다”고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분야 중 영화 업계도 있다. 최근 영화 관객수는 역대급 재난이 들이닥쳤다는 표현이 나온다. 통합전산망 기준 2005년 이후 2월은 월간 관객수 1000만 명 미만으로 떨어져 본 적이 없다. 2019년 2월 관객수는 약 2200만 명이었다. 그런데 약 15년 만에 처음으로 2020년 2월 관객수는 1000만 명에 한참 못 미친 약 700만 명 초반대 관객수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26일까지 계산된 2월 관객수는 약 701만 명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24일, 25일 극장을 찾은 총 관객수는 약 7만 7000명, 7만 6000명에 불과했다. 비교를 위해 동일한 2019년 2월 마지막주 월요일, 화요일 관객수는 각각 약 34만 명이었다.
특히 2월 26일은 마지막주 수요일로 문화의 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수는 13만 1032명밖에 모으지 못했다. 1년 전으로 시계를 돌려 문화의 날이었던 2019년 2월 27일 수요일 관객수는 65만 4339명이었다. 영화 업계 관계자는 “최근 추이를 보면 약 다섯 토막난 관객수로 ‘파리만 날린다’는 표현이 정확하다”면서 “대형 제작사들은 예정된 영화가 있다면 극장 개봉을 미뤄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 경제 분야에 치명적인 타격을 주고 있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진정될지 전문가들도 말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2월 27일 현재 확진자는 1595명으로 늘어난 상태다. 앞서 식당을 운영하는 홍 씨는 “버텨봐야지, 별다른 뾰족한 방법이 있겠나”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