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 기습 선행 감행한 김영관 ‘작전의 결과’…‘외산마’ 문학치프·돌콩·블루치퍼와 함께 국내 최상위권
한국의 경주마 ‘투데이’가 2월 27일 UAE 두바이에서 열린 두바이 월드컵 카니발(DWCC)에서 준우승을 했다. 사진은 투데이의 다른 경기 장면. 사진=한국마사회 제공
4번 게이트에서 좋은 출발을 보인 투데이는 빠른 스피드를 발휘하며 초반부터 선두에 나섰다. 1, 2코너를 돌아 건너편 직선주로에서도 변함없이 맨 앞에서 레이스를 이끌었고, 우승마 파르시머니(5번)가 바로 뒤에서 선입으로 맞섰다. 나머지 마필들도 약 3~4마신 간격으로 촘촘하게 무리 지으며 따라왔다. 4코너를 지나 직선주로에 접어들 무렵 앞서가던 두 마필이 갑자기 속력을 내며 간격을 크게 벌렸다. 결승선에선 두 마필 간의 뚝심 대결로 전개됐다. 전력 승부를 펼친 투데이는 결국 덜미를 잡히며 2위로 골인했다.
우승을 놓친 것은 아쉽지만, 기대 이상으로 선전했다는 평가다. 우승마 파르시머니(100)를 비롯해서 레이팅이 자신(95)보다 높은 마필이 6두나 있었다는 점에서 이런 평가가 가능하다. 개인적으로는 작전의 승리였다고 본다. 초반 기습을 감행하며 선행작전을 펼쳤던 것이 주효했다. 아마도 투데이를 가장 잘 아는 김영관 조교사가 작전지시를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선입이나 추입 작전이었더라면 2위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이 경주는 작년에도 한국의 경주마 ‘돌콩’이 우승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특별한 인연이 있지 않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투데이는 어떤 경주마일까. 현재 투데이의 국내 레이팅은 127로 ‘블루치퍼’ ‘샴로커’와 함께 공동 4위를 기록하고 있다. 1위는 작년 코리아컵과 그랑프리를 제패한 ‘문학치프’다. 문학치프는 지난해에 그랑프리를 우승하며 133으로 마감했고, 지난 2월 경주에서 우승하며 3월 2일 현재 137까지 올라갔다. 2위는 ‘돌콩’으로 문학치프에 5점 뒤진 132다. 3위는 130점의 ‘트리플나인’으로 이제는 8세의 고령인 데다 직전 복귀전에서도 3위에 그쳐 더 이상의 활약은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투데이의 현재 위치는 문학치프, 돌콩, 블루치퍼와 함께 국내에선 최상위권의 전력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문학치프와 돌콩, 블루치퍼가 모두 외산마라는 점에서 국산마(포입마) 중에서는 단연 최강마라 할 수 있다. 올해 6세가 되면서 더 이상의 전력향상은 기대하기 어렵겠지만, 당분간 현재의 전력 유지는 가능하다는 점에서 국산마 챔피언이라 할 수 있다. 통합 랭킹은 4위로 보면 된다.
투데이는 데뷔 이후 지금까지 총 21전 11승 2위 1회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언뜻 보면 우승에 비해 2위 기록이 너무 적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근성이 강했고 결정력이 좋았다는 것. 즉 2위에 그칠 경주를 기어코 우승으로 만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우승했던 경주를 살펴보면 코 차이라든지, 1~2마신 내의 근소한 차이의 경주가 많았다는 것도 그 근거가 될 수 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대상경주 우승이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김영관 조교사는 2005년 ‘루나’를 필두로 수많은 명마들을 앞세워 수없이 많은 대상 경주를 석권했다. 하지만 투데이는 이상하리만큼 대상 경주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특히 최근에는 9번의 경주 중 8번을 대상 경주에 도전해, 국제신문배 2위, KRA컵 클래식 3위, 그랑프리 4위 등 매번 우승의 문턱에서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겼다. 그래서 이번 두바이 월드컵에 대한 열망이 어느 때보다 컸던 것으로 추측된다.
투데이의 혈통은 생각보다 뛰어나지 않다. 부마 드로셀마이어(Drosselmeyer)는 현역시절 16전 5승 2위 5회(블랙타입 3승 2위 3회)를 기록하며 372만 달러(약 44억 3400만 원)의 많은 상금을 벌긴 했지만, 씨수말로 전향해서는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2015년 첫해에 리딩사이어 138위로 시작, 지난해에도 118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동안 매번 100위권 밖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하며 씨수말로는 전혀 두각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국내에도 12두의 자마가 도입되었으나 1군에 진출한 마필은 투데이가 유일하다. 2군마도 샤크런과 뜨거운함성 딱 두 마리밖에 없다. 미국 현지에서나 국내에서 모두 존재감 없는 평범한 씨수말인 셈이다. 모마 곤굿바이는 현역 시절 블랙타입에서 3위 1회를 거두며 총전적 11전 4승 2위 1회로 괜찮은 성적을 거두긴 했지만, 필자의 분석으로는 크게 뛰어난 수준은 아니었다. 투데이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혈통의 우수함보다는 아무래도 마방에서 잘 갈고 닦은 덕분이라고 봐야 할 것 같다.
한 가지 고무적인 사항은 거리적성이 상당히 길게 나온다는 것이다. 부마 드로셀마이어의 평균 우승 거리는 무려 1960m다. 거리적성이 긴 대표적인 씨수말 엑톤파크가 1766m라는 점에서 거리적성만큼은 비교 불가의 최고 수준이다. 또한 모마 곤굿바이의 평균 우승거리도 1526m로 암말치고는 꽤 긴 편이다. 따라서 투데이의 거리적성은 장거리가 확실해 보인다. 2000m 또는 그 이상의 경주거리가 적성에 맞는 거리, 즉 적정거리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준우승의 쾌거가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아쉽기도 하다. 왜냐하면 지난해 그랑프리 대상 경주에서 압도적 인기마 문학치프와 청담도끼를 제쳐두고 투데이를 축마로 추천했었기 때문이다. 당시에 뚜렷한 선행마가 없는 편성이라 투데이가 단독선행으로 2300m를 돌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서승운 기수는 선행을 나서지 않았다. 스타트도 가장 빨랐고 얼마든지 단독 선행을 나설 수 있었지만, 추진을 하지 않고 힘을 안배하며 선입 작전을 펼치다가 결국 4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번 두바이 월드컵에서는 초반부터 강하게 밀어붙이며 선행 승부를 던졌고, 제대로 작전이 먹혔다. 그래서 지난 그랑프리가 더 아쉽다는 것이다. 투데이의 혈통과 거리적성을 믿고 과감하게 선행작전을 펼쳤다면 결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이번 경주를 통해서 그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투데이는 선행을 나섰을 때 최고의 경주력을 발휘한다는 사실은 앞으로를 위해서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이병주 경마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