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다큐3일’ 캡처
6일 방송되는 KBS ‘다큐멘터리 3일’은 ‘대구로 달려온 그들, 작은 영웅들과 함께 한 3일’ 편으로 꾸며진다.
2020년 3월의 대구. 텅 빈 거리일 줄 알았던 그곳은 사람들로 가득하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의료진, 구급 대원들, 자원 봉사자들은 한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지금도 치열한 사투를 벌이는 중이다.
일 분, 일 초를 아껴가며 묵직하게 매일을 극복하는 이들과 응원하는 정성이 담긴 물품들이 가득한 그 곳. 모두가 괜찮지는 않지만 그래도 소소한 웃음과 이겨낼 수 있다는 의지가 선연히 보인다.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은 대구에 위치한 코로나19 거점 병원 중 한 곳이다.
시시각각으로 전국 각지에서 모여드는 의료 자원봉사자들은 새로운 병원 체계에 적응하기 위해 분주하고 집중 교육을 받으며 비장한 각오를 다진다.
방호복으로 꽁꽁 싸맨 차림으로 4시간의 근무를 하고 나면 교대를 하고 탈의하는데 땀이 비 오듯 쏟아져 온 몸과 속옷까지 적신다.
눈꺼풀 위에 맺히는 땀방울을 눈 깜빡임으로 처리하며 이들은 지금도 계속 달리는 중이다.
대구 달서구에 위치한 두류 정수장에는 전국에서 지원 나온 구급차가 집결된다. 이 곳에서 구급대원들은 코로나19 확진 환자를 병원까지 안전하게 이송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하루 평균 약 200여 명의 구급 대원들이 출동을 대기하며 쉴 틈 없이 근무 중이다. 이송자와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입었던 방호복을 철저히 소독하고 구급차에는 위생 비닐을 씌우며 차량을 관리한다.
아침마다 체온을 측정하며 대원들끼리 서로의 안전을 챙기는 것은 물론이다.
간만에 여유 시간이 생겨 도시락을 뜯자마자 다시 출동하러가는 대원부터 연로한 이송자의 상태를 챙기며 걱정하는 대원까지, 이들의 매 순간은 절실했다.
의료 봉사를 펼치는 동안 간호사들의 집은 다름 아닌 병원 내 장례식장. 처음에는 무섭고 잠이 오지 않았지만 이제는 너무 피곤해서 베개에 머리만 대도 잠이 온다는 그들. 숨차오를 동료를 구해주러 가야 한다는 그들.
이마에 깊이 팬 고글 자국 위에 웃음을 터뜨리며 밴드 하나를 붙이는 그들. 함께 모두 빨리 치료돼 퇴원하는 날이 오기만을 바란다는 그들의 소망이 모여 그날이 하루라도 앞당겨지기를 함께 기원한다.
몸은 멀리 있어도 마음만큼은 함께 한다는 사람들. 병원 한쪽에 별도로 마련된 공간에는 전국에서 정성을 담아 포장해 온 상자들이 가득히 쌓여 있다.
거창한 것이 쌓여 있을 것 같지만 막상 개봉 하면 ‘비누 두 개’, ‘샴푸 한 개’, ‘체온계 한 개’ 등이다. 많지는 않더라도 현장에서 필요한 물품을 챙겨서 보내온 것이다. 이런 든든한 응원 덕분에 힘이 나 버틴다는 의료진. 현장은 이렇게 코로나19를 이겨내고 있다.
카페를 운영하는 한 시민은 매일 의료진에게 따뜻한 더치커피를 캔에 담아 전달한다. 선천성 질병으로 유년 시절을 보내며 한 좋은 의사 덕분에 장애를 극복할 수 있었다는 고마움.
고생하는 의료진이 커피 한 잔으로 위로를 받기 바란다는 작은 응원을 보내며. 개인의 어려움을 극복해 본 자의 자신감과 그 보답이 대구에 힘이 되고 있다.
모두가 괜찮지는 않지만, 그래도 당신들이 있기에 든든하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