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조선시대 기와편·건물지 확인…2000년전 토성축성 기술 확인
태봉 정상부 시굴조사 전경
[일요신문=고창] 신성용 기자 = 고창군에서 2000년전 토성축성 기술을 알 수 있는 마한시대 토성이 확인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11일 고창군에 따르면 고창군과 (재)조선문화유산연구원(원장 이택구)이 지난해부터 토성의 명확한 위치와 범위, 성격 등을 파악하기 위해 정밀지표조사와 문헌조사를 진행해 아산면 봉덕리와 고수면 예지리에 걸쳐 있는 태봉(해발 111.9m)에서 문헌기록과 전설 등으로만 알려졌던 마한시대 토성을 확인했다.
이번 조사에서 태봉 정상부와 상단부 일원에서 백제~조선시대 기와편과 함께 건물지, 태봉의 상단부를 감싸는 토루(폭 4m 내외)와 문지 등의 흔적을 발견했다.
현재 ‘예지리토성’으로 불려지는 토성은 1765년 간행된 ‘여지도서(輿地圖書)’에 ‘고성봉(古城峰)’이라 불렸으며 삼한시대에 쌓은 것으로 전해지는 토루(土壘)의 존재가 처음 기록됐다. 이후 ‘대동지지’와 ‘문헌비고’, ‘고창현읍지’, ‘모양지’, 1942년 일제강점기에 제작된 ‘조선보물고적조사자료’ 등에서도 유사한 기록들이 나타났다.
고창군은 지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시굴조사를 실시해 태봉 정상부를 감싸는 구상유구와 그 내외에서 마한 토기로 추정되는 굽다리토기편과 소량의 연질토기편 등을 수습, 마한시대 유적임을 밝혀냈으며 망루(望樓)형 건물지의 흔적도 확인했다.
토루 표본조사 결과 토루의 바깥쪽 2~3m의 정밀한 판축 다짐층과 안쪽의 성토층이 명확하게 드러남으로써 마한시대 토성 축성 기술과 과정 등을 알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를 받았다.
토루(土壘)는 토성에서 방어라인을 형성하는데 굴을 조성하면서 나온 흙으로 성벽을 조성하며 험준한 자연지형을 이용한다든가 사면을 삭토해 만든 곳이다. 판축(版築)은 성벽, 담장 등을 쌓을 때 흙의 양쪽에 판자를 대고 흙이나 모래 등으로 켜켜이 단단하게 다지면서 흙을 쌓아 올리는 기법.
현재 고창군 아산면 봉덕리와 고수면 예지리 일원은 국내 마한 문화유적 최대 밀집분포 지역으로 마한의 중심지이자 수도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유기상 고창군수는 “이번 학술조사를 통해 그동안 문헌과 전설로만 알려진 마한 토성(태봉)의 실체를 확인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 추가조사를 통해 토성의 전체적인 규모와 성격 등을 규명하고 향후 문화재 지정 등을 통해 보존·활용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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