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베이직 종료, ‘차차’ 서비스 중단…해외 업체와 경쟁 준비 ‘마카롱’, 해외 진출 박차 ‘파파’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기포차’ 기반 승차공유 서비스를 운영 중이던 타다와 차차, 파파가 어떠한 생존 전략을 내놓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3일 이재웅 쏘카 대표(오른쪽)와 타다 운영사 VCNC 박재욱 대표가 일명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의 법사위 심의를 앞두고 국회 정론관 앞에서 개정안 반대 입장을 밝히는 모습. 사진=박은숙 기자
#시장 퇴출과 성장 기회가 혼돈
기포카 서비스를 제공하던 업체들은 사업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타다는 개정안 국회 통과 다음날 애플리케이션(앱) 내 공지를 통해 ‘타다 베이직’ 서비스를 4월 11일부터 잠정 종료키로 했다고 알렸다. 타다는 타다 베이직을 제외한 프리미엄, 에어 서비스는 계속 운영해나갈 계획이다. 타다는 “(현 타다 베이직과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하는 경우) 국토부에 기여금을 내고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는데, 허가될 면허의 총량이나 기여금 규모를 전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를 진행했지만 법안으로 인해 비즈니스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수 없게 돼 사업 영위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타다의 기본 서비스 중단에 모회사 쏘카 또한 혼란한 상황이다. 3월 13일 쏘카는 오는 4월로 예정됐던 타다의 기업분할 계획 철회와 이재웅 대표이사의 사퇴를 밝혔다. 이재웅 대표의 빈자리는 박재욱 VCNC 대표가 겸직을 통해 메운다. 이 대표는 “타다 드라이버의 일자리도 못 지켰고, 투자자들의 믿음도 못 지켰고, 같이 일하는 동료들의 혁신의 꿈도 못 지켰다”며 “책임을 지고 쏘카 대표이사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쏘카는 현재까지 총 25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SK가 740억 원가량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모빌리티’ 타고 달리려던 SK, ‘타다금지법’ 벽 넘을 수 있을까).
차차 또한 상황은 마찬가지다. 개정안 통과가 ‘사형선고’ 격이라고 강조하던 차차는 서비스 중단밖에는 손에 쥔 선택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스타트업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지만, 사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져 투자를 받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차차는 당장 서비스를 중단할 계획은 없지만, 사업 전환이나 해외 진출 등에 대한 고려도 없는 상황이다. 차차크리에이션 김성준 대표는 “운송형 플랫폼이 자립하려면 2000대의 독점 면허가 필요하지만, 연 900대 감차 대수를 여러 업체가 나눠 임대받아야 하니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스타트업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운 감도는 국내 시장
글로벌 업체의 국내 시장 진출도 주요 변수다. 실제로 세계 1, 2위 모빌리티 기업인 우버와 중국의 디디추싱은 국내 진출 시그널을 보내오고 있다.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은 지난해 4월 택시 호출 서비스로 일본에 진출한 바 있으며, 국내에서도 개정안이 논의되던 지난해 상반기부터 한국 진출을 타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의 경우 일찌감치 여러 시도를 통해 국내에 진입해있는 상태다. 이미 2013년 카풀 서비스 ‘우버엑스’로 국내에 진출했다가 불법 낙인으로 2년 만에 사업을 중단한 바 있는 우버는 현재 국내에서 택시호출 서비스 ‘우버택시’를 운영 중이다.
한 승차공유 스타트업 관계자는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들은 필요에 의해 국내 진출을 타진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IT‧스마트모빌리티 분야에서 강점을 보유한 한국 시장에 진출하고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자본을 쏟아 부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어 “국내 스타트업들이 국내에서 사업을 확장하지 못하고 힘이 빠진 사이, 강력한 글로벌 기업이 국내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개정안 통과를 기점으로 국내 모빌리티 기업들도 신발끈을 다시 묶고 이들에 대항할 준비를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마카롱택시를 운영하는 KST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존 승차공유 스타트업 업계의 모호했던 상황이 안정성을 찾았다”며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근거가 생겼고, 투자를 받고 새로운 서비스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는 좁다’ 해외로 눈 돌리는 기업
국내 시장의 한계를 벗어나 해외 시장을 두드리는 기업들도 과거보다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타다와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했던 파파의 경우 당장 서비스 중단을 고려하기보다는 서비스를 지속하며 세부안이 협의되는 과정을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파파는 렌터카 기반 업체 3곳 가운데서는 유일하게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준비해왔다. 파파는 국내 사업을 그대로 가져가며 동시에 3월 중순 인도 첸나이 론칭을 시작으로 오는 5월 일본 진출 등 순차적으로 글로벌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파파 운영사 큐브카 관계자는 “글로벌 진출은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것이라 개정안 여부에 따라 정해진 것은 아니다. 기존 서비스에 해외 서비스가 추가된 것으로 봐주시면 된다”며 “국내에서는 최근 론칭한 어린이 전용 서비스 ‘파파 키즈’ 등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에 중점을 두고 사업을 계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미 글로벌 승차공유 기업들이 입지를 다져놓은 해외 시장의 후발주자로 나서기는 어렵다는 비관론도 제기된다. 하지만 시장성이 검증됐다는 점에서 도전할 만한 가치는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다른 승차공유 스타트업 관계자는 “해외 시장 진출은 결국 점유율 문제다. 입지를 다져놓은 기업들이 있다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 그만큼 수요가 있다는 것”이라며 “기존 서비스에 고객들이 느끼는 불편함을 해소하며 사업을 확장하면 된다.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