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이어 사모펀드들도 참전…실제 본입찰 나설지는 미지수
로젠택배 인수전에 여러 전략적 투자자(SI)와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인수를 검토 중이다. 경기도 화성시의 한 물류창고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와 이마트 온라인 부문을 합병한 SSG닷컴(쓱닷컴)은 최근 로젠택배 매각주간사인 씨티글로벌그룹마켓증권에 인수 의향을 밝히고 실사에 들어갔다. JC파트너스도 뒤늦게 인수전에 참여했으며 앞서 위메프와 키스톤프라이빗에쿼티, 웰투시인베스트먼트 등이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대상은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베어링PEA)가 보유한 로젠택배 지분 100%다. 베어링PEA는 2013년 1600억 원에 로젠택배를 인수했다.
베어링PEA는 2016년 CVC캐피탈파트너스와 주식매매계약(SPA)까지 맺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한때 글로벌 물류업체 미국 UPS와 매각을 위한 단독 협상도 벌였지만 실패했다. 이번에도 초기엔 회의적 전망이 많았다. 예비입찰 전 투자설명서(IM)를 받아가며 인수를 검토했던 SK에너지, 카카오모빌리티 등 대형 SI와 MBK파트너스, 칼라일 등 FI들이 예비입찰에서 발을 빼면서 매각 무산 가능성도 나왔다(관련기사 택배시장 급성장에도 로젠택배 매각 난항 예상, 왜?). 그러나 예비입찰 이후 JC파트너스와 신세계 등이 추가로 관심을 보이면서 오히려 판이 커지는 양상이다.
신세계의 참전은 2019년 3월 쓱닷컴 출범 이후 온라인 배송에 사활을 건 행보와 맞닿아 있다. 쓱닷컴은 현재 용인·김포에 있는 자동물류센터 ‘네오’ 3곳으로 수도권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 전국 차원으론 이마트 점포 100여 곳의 ‘P.P(Picking&Packing)센터’로 온라인 주문에 대응한다. 그러나 지역 범위·물량 등 배송 역량을 키우려면 전국 차원의 물류 인프라가 필요하다. 전국 네트워크를 갖춘 로젠택배를 인수하면 배송 경쟁력을 높이는 건 물론 준비 중인 오픈마켓서비스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오픈마켓으로 전환해 구색 다양화에 힘쓰는 위메프도 같은 목적으로 인수를 검토 중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커머스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사를 인수하면 소화 가능한 물류 규모가 커져 자체 배송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신세계는 오픈마켓 전환을 준비 중인 만큼 파트너사 물량 배송 등 3자 물류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신세계의 공격적 투자 중 하나일 텐데, 쿠팡처럼 직접 인프라에 투자하면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한 만큼 택배사를 인수하면 부담이 덜하고 이커머스와 시너지도 좋을 것”이라고 봤다.
영업이익률이 높고 택배업 전망이 좋다는 점이 로젠택배의 매력으로 꼽히기도 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업계 1위 CJ대한통운의 2018년 택배사업부 영업이익률은 2.00%, 2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적자, 3위 (주)한진 택배사업부는 2.15%에 그치지만 로젠택배는 5.57%다. 박스 1개당 부피가 크고 무겁지만 단가는 높은 C2C 택배에 집중한 덕이다.
로젠택배가 전국 네트워크를 보유한 데다 점유율이 10%대에 근접하다는 점도 인수 메리트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로젠택배 시장점유율은 7.1%로 CJ대한통운(45.5%), 현대로지스틱스(현 롯데글로벌로지스, 12.6%), 한진택배(12.2%), 우체국택배(8.1%)에 이어 5위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로젠택배는 점유율 7~8%로 2~3%에 그치는 하위 업체들보다 훨씬 높고 전국적인 배송능력을 갖고 있어 전국 단위 업체로 치는 분위기다. 물류업계에서 이 정도 업체가 매물로 나오기는 쉽지 않다”며 “단가 높은 C2C 위주 전략으로 수익성도 높고 이익잉여금도 꽤 쌓아놨을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택배 시장은 전자상거래 활성화에 따른 물동량 증가로 2015년 이후 매년 10% 내외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국토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2018년 국내 택배 물량은 25억 4278만 개로 2017년 23억 1946만 개보다 9.6% 늘었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온라인 주문량이 폭주하는 등 이커머스 사용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물류 인프라와 역량의 필요성이 더 커진 상황은 로젠택배 인수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찬바람 불던 로젠택배 인수전에 신세계가 등판하면서 새 국면을 맞이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18년 3월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 참여한 모습.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주자들이 본입찰까지 나설지는 미지수다. 로젠택배의 독특한 사업구조 탓에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로젠택배는 업계 1~3위 대형 업체들이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위주로 물량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C2C 위주로 틈새시장을 노렸다. 이런 사업구조는 사업성이 좋지만 효율성이나 성장성 측면에서 떨어진다.
C2C 물량은 부피가 크고 무거운 데다 상자들을 픽업하려면 일일이 개인을 찾아가야 하기에 트럭이 여러 대 혹은 여러 번 이동해야 한다. B2C 물량은 규모가 작고 트럭 한 대로 전자상거래 업체 창고에서 대량으로 담아올 수 있어 시간과 비용, 인건비 차원에서 더 효율적이다. 전자상거래 성장으로 물량 자체도 B2C가 많다. 로젠택배의 성장이나 이커머스와 시너지를 위해서는 사업구조 변경과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다.
앞의 택배업계 관계자는 “SI는 전자상거래 배송이 인수 목적인데 로젠택배는 C2C가 강해 맞지 않고, 소형 다품종 다량화물이 주종인 B2C 사업을 하려면 분류 및 처리능력(케파·CAPA)을 강화해야 한다”며 “B2C 사업은 부지를 마련해 수억 원대 자동화물분류기를 구입하는 등 대규모 설비 투자가 불가피하고, 택배기사도 추가 모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수익성 중심 리치마켓으로 성장한 회사가 대형 3사가 포진한 B2C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긴 쉽지 않다”며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투자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다루는 물량 규모가 B2C 사업구조보다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물류센터 등 기존 보유자산이 적다는 점도 인수하려는 입장에서는 부정적 요인이 된다.
대리점 체제도 인수에 회의적인 이유다. 로젠택배는 각지에 분포한 대리점들이 본사와 계약하고 영업하는 구조로, 직영 거점을 기반으로 운영하는 CJ대한통운 등 대형 물류업체들과 달리 개인사업자 연합체에 가깝다. 대리점들이 각자 영업하면서 물량을 공급받고 네트워크·차량·기사를 관리하기에 본사 중심의 일관적인 서비스가 힘들다. 대리점마다 이해관계가 달라 통합도 어렵다.
로젠택배 본사뿐 아니라 대리점들과도 얼마나 소통하고 납득할 만한 제안을 하느냐가 인수 전후의 주요 과제 중 하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리점 위주로 영업하는 로젠택배는 대형 화주 물량을 유치하기도 어렵고 이해관계도 다르다. 중앙 집중화된 구조가 아닌 만큼 본사에서 통제도 안 된다”며 “UPS가 로젠 인수를 검토했다가 포기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