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 불구 ‘해고 팔이’ 논란…9개월 치 전직 지원금 두고 정의당 “회사의 일방적 입금”
류호정 후보 홍보물. 사진=류호정 후보 소셜 미디어 갈무리
류호정 후보는 2월부터 시작된 정의당 경선 등에서 자신을 해고 노동자라고 홍보하며 최종 1순위 비례대표 후보가 됐다. 하지만 해고 노동자라 스스로 칭한 호칭은 3월 10일 대리 게임 관련 논란이 일자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이날 올라온 해명에는 ‘해직’이라고 적혔고 3월 12일 올라온 또 다른 글에는 권고사직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선거 운동에 이른바 ‘해고 팔이’를 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해고 노동자는 정의당의 상징적인 단어다. 이에 대해 류호정 후보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정의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류 후보를 대신해 3월 18일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류호정 씨는 법적으로 해고가 아닌 권고사직한 게 맞다”며 “게임업계에선 권고사직이란 사실상 해고”라고 했다(관련기사 대리 게임 의혹 류호정, 이번엔 해고 팔이 논란).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해고란 사업장에서 근로자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고용주가 일방적으로 근로계약관계를 종료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수 5인 이상 사업장에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는 불법이다. 권고사직은 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개념은 아니지만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퇴직할 것을 권유하고, 근로자가 자유의사에 따라 사표를 제출하여 퇴직하는 것을 말한다.
일요신문은 정의당 경기도당과의 통화에서 류호정 후보를 둘러싼 또 다른 의혹을 포착했다. 정의당 경기도당 관계자에 따르면 류 후보는 2018년 8월 권고사직 뒤 총 9개월 치 급여에 달하는 돈을 전직 지원금으로 받았다. 퇴직 위로금 성격이다. 스마일게이트 초봉이 약 32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류 후보 수령액은 최소 2000만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동안 노동계에서는 해고 노동자라고 주장한 류호정 후보에 대해 의아한 시선을 보냈었다. 부당 해고를 당했다면 복직 소송으로 투쟁하는 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인데 류 후보는 스마일게이트를 상대로 복직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한 노동계 인사는 “해고 노동자라는 피켓을 들고 나왔을 때 복직 소송을 하긴 했나하는 궁금함이 있었다. 안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해가 잘 안 갔는데 퇴직 위로금을 받았다니 이제 이해가 간다”고 했다. 정의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복직 소송을 하지 않은 건 일방적인 퇴직 위로금이 입금됐기 때문”이라며 “그걸 받으면 안 된다고 판단해 내용증명을 보내놨다”고 했다.
정의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이어 “1차 퇴직 위로금 3개월 치는 퇴직금 지급 때 묶여서 지급됐고 2차 퇴직 위로금 6개월 치는 나중에 입금됐다. 2차 퇴직 위로금은 서류를 써내고 접수하는 등의 절차가 필요했다. 류호정 후보는 그 절차를 따르지 않았는데 그냥 일방적으로 퇴직 위로금이 입금됐다”며 “입금된 날을 유심히 봐야 한다. 입금 날은 스마일게이트 노조가 만들어진 다음 날이었다”고 밝혔다.
류호정 후보의 내용증명. 사진=정의당 제공
하지만 업계와 정치권 관계자들은 류 후보가 전직지원금 입금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국회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 사건 때 퇴직 위로금을 받은 사람은 모두 관련된 문서를 작성했고 서명도 했다고 알고 있다. 법인체가 합의도 안 된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돈을 지급한다는 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류호정 후보는 내용증명에 2차 퇴직 위로금에 대해서만 문제를 제기했을 뿐 1차로 받은 퇴직 위로금에 대하선 일언반구 없었다. 류 후보는 아직까지 이 돈을 반환하지 않았다고 나타났다. 이에 대해 정의당 관계자는 “복직하면 돌려주겠다고 전제한 부분이라 아직 돌려주지 않았다”고 했다.
진실 공방의 열쇠는 스마일게이트가 쥐고 있다. 스마일게이트가 류호정 후보의 작성 서류만 공개하면 될 일이다. 하지만 스마일게이트 쪽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스마일게이트가 이번 사건으로 정의당과 엮이는 이 상황을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한다. 처음 대리 게임 논란이 일었을 때 스마일게이트가 류호정 후보에게 불리한 사실을 털어놨다가 보이지 않는 압박을 많이 받았다. 그런 연유로 더 이상 대응을 하지 않는 내부 방침을 수립한 것 같다”고 말했다. 스마일게이트는 대리 게임 논란 때 “류 후보가 정규직 공채 과정에서 자신의 게임 관련 이력을 어필한 것으로 안다”고 말한 바 있다.
정의당은 3월 12일 스마일게이트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스마일게이트에는 아직 아무런 요청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