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고사직과 1개월 치 위로금’ 펄어비스 문제 파헤쳐…펄어비스 “정식 절차 따랐다…인사정책은 개선할 것”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가 3월 1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3월 18일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펄어비스가 인력 상당수를 권고사직 형태로 내보냈다는 글이 올라왔다. 권고사직 통보에 이은 당일 퇴사 의혹까지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됐다. 펄어비스 측은 “대량 권고사직은 사실무근이며 일부 권고사직은 있을 수 있지만 정식 절차를 따르고 있다”고 했다.
조용히 덮일 것 같았던 이 사건이 확대된 건 류호정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자가 개입한 뒤였다. 류 후보는 3월 18일 “게임업계 노동자에게서 얼마 전 대량의 권고사직이 있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제보에는 펄어비스가 노동자를 계약직으로 채용하고 연장을 거듭하다 하루아침에 자르는 일을 빈번하게 벌이고 있다는 내용과 얼마 전 사내에서 대량의 권고사직도 발생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며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으로서 펄어비스에 해명을 요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면 더 많은 제보가 필요하다. IT 노동자 출신 정치인이 있어야 하는 이유를 여러분과 함께 증명하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3월 19일 정경인 펄어비스 대표는 사내 공식 입장문을 냈다. 정 대표는 입장문에 “이달 들어 징계 해고와 10여 명의 권고사직이 이뤄졌고 특정 부서에서 자진 퇴사까지 겹치며 꽤 많은 인력이 한꺼번에 퇴사한 것으로 인식될 수 있었을 것 같다”며 “적절한 절차를 마련하고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당사자가 충분히 납득하지 못한 채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었다. 구성원 여러분들이 끊임없이 노력하는 만큼 여러분의 자긍심에 상처가 되지 않도록 펄어비스의 인사 정책과 기업 문화에 대해 빠르게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정경인 대표 입장문이 나온 데 이어 펄어비스 인사팀은 퇴사 프로세스를 전 직원에게 공지했다. 현행 퇴직 위로금조로 지급되는 1개월 급여 외 현금성 복지 혜택을 3개월간 지원해주겠다는 추가 지원안이었다. 이 공지에는 “당일 퇴사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 현재 부득이하게 발생하는 권고사직 대상자에게는 1개월분 급여에 해당하는 취업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에 추가로 거주비와 양육 지원금, 주택자금대출 이자 지원 등의 현금성 복지 혜택을 퇴사 뒤에도 3개월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추가 지원안이 나왔지만 게임업계에선 류 후보가 관여하면서 펄어비스 권고사직자 지원 폭이 더 확대될 가능성을 점친다. 펄어비스 권고사직자들도 9개월 치 급여를 퇴직 위로금으로 받은 뒤에도 해고 노동자로 싸워온 류호정 후보가 나서면 향후 처우가 지금보다 훨씬 더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류 후보는 2018년 8월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에서 권고사직을 당한 뒤 9개월 치 월급에 달하는 퇴직위로금을 받고도 자신을 해고 노동자라 칭하며 스마일게이트와 싸워왔다. 펄어비스의 기존 지원안은 1개월 치 월급에 그쳤고 추가 지원안으로 나온 현금성 복지 혜택 3개월 유지 조건 역시 류 후보가 받았던 9개월 치 월급에 비해 부족하다(관련기사 복직소송 안 한 것도 혹시…정의당 류호정 퇴직 위로금 수령 진실공방). 게다가 스마일게이트와 펄어비스의 매출이 크게 차이 나지 않고 인력 구성과 규모도 비슷해서 더욱 관심을 모은다.
정의당은 “펄어비스는 권고사직 대상자에 대한 복지를 약속하라”는 입장을 밝혔다. 펄어비스의 한 권고사직자는 “오전에 난데없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권고사직 이야기를 꺼내더니 오후에 퇴사하라고 하는 식의 게임업계 해고 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며 “또한 류 후보가 9개월 치 급여를 퇴직위로금을 받고도 싸워준 역사가 있기에 펄어비스에서도 그에 준하는 권고사직자 지원안이 나와 주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펄어비스에서 이뤄진 징계 해고자 문제도 어떻게 다뤄질지 관심사다. 또 다른 권고사직자에 따르면 3월 초쯤 펄어비스는 운영팀에서 근무하던 3명을 정보 유출 혐의로 해고했다. 하지만 최근 권고사직을 당한 복수의 관계자들은 이 과정에 대해 제대로 된 조사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오히려 고성이 오가는 등 내홍이 있었다고 알려졌다.
펄어비스 관계자는 “아직 최근 권고사직자 관련 추가 지원안 적용 범위는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내부적으로 아직 기준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업데이트 정보 유출 관련 3명 해고가 이뤄진 건 맞다. 징계위원회가 열리고 난 뒤 공지까지 한 부분이라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