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수법, 악질적이며 반복적…증거도 충분”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성 착취 영상을 촬영·유포한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 씨의 신상이 공개됐다. 텔레그램 ‘박사방’을 운영자인 조주빈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19일 서울 종로경찰서 유치장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지방경찰청은 24일 오후 내부위원 3명, 외부위원 4명으로 구성된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열어 조 씨의 실명과 얼굴 등 신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날 조 씨의 주민등록 사진을 공개했고, 25일 오전 종로경찰서에 수감된 조 씨를 검찰에 송치할 때 마스크와 옷으로 얼굴을 가리지 않는 방식으로 조 씨 얼굴이 언론에 공개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경찰청은 피의자의 신상공개로 인한 피의자 인권 및 피의자의 가족, 주변인이 입을 수 있는 2차 피해 등 공개 제한 사유에 대해 검토했다. 그러나 피의자는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노예로 지칭하며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는 등 범행 수법이 악질적·반복적이고 아동·청소년을 포함해 피해자가 무려 70여 명에 이르는 등 범죄가 중대한 점,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인적·물적 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점에서 신상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경찰청은 “국민의 알 권리, 동종 범죄의 재범 방지, 범죄 예방 차원에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종합적으로 심의해 피의자의 성명과 나이, 얼굴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성폭력범죄처벌법 혐의로 피의자 신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성폭력범죄의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가 있고, 국민의 알 권리 보장, 피의자의 재범 방지 및 범죄 예방 등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할 때에는 얼굴, 성명 및 나이 등 피의자의 신상에 관한 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
경찰은 그간 ‘어금니 아빠’ 이영학, 아파트 방화 살인 사건 안인득, 전남편 살인 사건 고유정 등 살인 피의자들에 대해서만 특정강력범죄처벌법에 따라 신상을 공개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피의자의 범행 수법이 잔인하고 국민 관심이 큰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