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탈계정’ 운영 청소년 타깃, 성관계 영상 요구 뒤 결국 신상과 함께 유포…회원들 ‘방문’ 인증샷도
3월 16일 경찰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박사방’의 운영자인 20대 조 아무개 씨를 체포했다. 19일 법원은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경찰이 청구한 조 씨의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경찰은 조 씨의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 중이다. 영장심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는 조 씨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3월 16일 경찰은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박사방’의 운영자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20대 조 아무개 씨(무직)를 체포했다. 경찰은 바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등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19일 바로 영장을 발부했다. 현재 경찰은 조 씨의 신상 공개 여부도 검토 중이다.
‘n번방 사건’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1월에도 ‘n번방 사건’에 대한 국제 공조 수사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 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그만큼 그 피해가 심각했다.
‘텔레그램 n번방’은 아동·청소년·여성의 신상정보와 성착취 영상을 공유하기 위해 텔레그램에 개설된 비밀 대화방이다. 처음에는 트위터에서 주로 범행 대상을 찾았다. 자신의 신체 일부 사진을 올리는 이른바 ‘일탈 계정’을 운영하는 청소년들이 n번방 운영자들의 먹잇감이 됐는데 n번방 운영자들은 일탈 계정에 올라온 사진을 공개하겠다고 협박하며 더 높은 수위의 사진과 영상을 요구했다. 심지어 성관계 사진과 영상까지 요구한 뒤 이를 유포했다.
피해가 심각한 만큼 경찰 수사력도 ‘텔레그램 n번방’과 같은 성착취물 유포 사건에 집중됐다. 2019년 11월 운영자 일부가 검거되는 등 수사 성과를 보인 경찰이 최근 핵심적인 운영자인 ‘박사’를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박사’로 알려진 조 씨는 텔레그램을 통한 아동·청소년·여성의 신상정보와 성착취 영상 공유 사건에서 상징적인 인물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과는 “2018년 12월부터 2020년 3월까지 아동성착취물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 단체대화방 ‘박사방’에 유포한 혐의 등으로 운영자 조 씨를 검거해 19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사실 그가 텔레그램 성착취물 단체방에서 유명해진 것은 지난해 9월이다. 2018년 12월부터 관련 범죄를 저지른 그가 지난해 9월께 유명세를 탄 까닭은 ‘박사장’이라는 계정을 ‘박사’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조 씨는 다른 텔레그램 단체방 이용자들과의 전쟁을 치르며 그 세계의 최강자로 거듭났는데 그 즈음 계정도 박사로 바꾼 것이다. 그때까지 성착취물 공유 대가는 문화상품권이나 기프티콘이었는데 이를 거래 방식의 흔적이 남지 않는 암호화폐로 바꿔 더욱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완성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
‘박사’ 조 씨는 SNS와 채팅앱 등에 ‘스폰 알바 모집’ 등의 글을 게시해 피해자들을 유인한 뒤 얼굴이 나오는 나체사진을 보내도록 하는 것으로 범행을 시작했다. 그렇게 확보된 나체사진으로 피해 여성들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찍게 강요하고 이렇게 확보된 사진과 영상을 박사방에 유포했다. 경찰이 확인한 피해자만 20일 현재 74명으로 이 가운데 미성년자도 16명이나 된다.
단순히 유포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박사’ 조 씨는 성착취물을 유포할 때 피해자의 생년월일과 집 주소 등 신상정보도 함께 공개했다. 심지어 전화번호까지 공개한 경우도 있다. 그 이후 피해 여성들은 더욱 고통의 나날을 보내게 된다. ‘박사’가 유포한 성착취물을 본 남성들이 피해자의 집 주변을 직접 다녀왔다는 인증샷까지 올렸을 정도니 피해 여성들이 느꼈을 공포는 상상을 초월한다.
조 씨는 소위 ‘박사방’이라 불리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여럿 운영했는데 우선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으로 이용자를 끌어 모은 뒤 3단계의 유료 대화방으로 유인했다. 이 가운데 가장 고가의 유료 대화방 입장료는 150만 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조 씨는 소위 ‘박사방’이라 불리는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을 여럿 운영했는데 누구나 영상을 볼 수 있는 ‘맛보기 대화방’으로 이용자를 끌어 모은 뒤 3단계의 유료 대화방으로 유인했다. 이 가운데 가장 고가의 유료 대화방 입장료는 150만 원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조 씨는 구청과 동사무소에서 근무하는 공익요원들을 이용해 피해자들의 신상정보를 캐냈다. 또한 피해자와 유료 대화방 이용자들에게 각종 심부름을 시키고 광고를 강요했다. 그는 박사방 유료 대화방을 운영하며 이용자들의 신상정보도 확보했다. 아예 적극적으로 박사에 동조한 유료 대화방 이용자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직원’이라 불렸다. 조 씨는 ‘직원’이라 불리는 이들에게 피해자 성폭행, 자금세탁, 성착취물 유포, 대화방 운영 등을 시키기도 했다. 신상정보를 캐온 공익요원들은 신상정보로 협박당한 유료 대화방 이용자나 직원인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이처럼 박사 조 씨의 범행에 동조한 공범 13명을 검거해 이 가운데 4명을 구속했으며 또 다른 공범들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검거된 공범 가운데 2명이 공익요원인데 한 명은 구속됐다. 공범 중 신상정보로 협박당해 범죄에 가담하며 피해자지만 범죄자인 이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수십 차례나 압수수색을 하고 각종 CCTV를 분석하고 가상화폐 추적 등 다방면으로 수사를 진행했다. 국민청원이 이뤄졌듯이 국제 공조수사도 진행됐다. 그렇게 조 씨의 신원을 특정한 경찰은 3월 16일 그를 체포했다. 검거 당시 자신은 박사가 아니라고 강하게 주장했던 조 씨는 유치장에서 자해 소동까지 벌였지만 찰과상 정도만 입었다. 이후 서울경찰청 사이버안전과 조사실에선 코로나19 의심 증세를 보이기도 했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현재는 자신이 박사라는 점과 관련 범행을 대부분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 씨가 총기나 마약을 판다고 속여 돈을 가로채는 다수의 사기 행각도 벌인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또한 경찰은 최대 1만 명대에 이를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 박사방 유료 이용자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해 검거할 계획이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