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부사장 | ||
사실 정 부사장은 현대차 계열사로 편입된 오토에버의 개인 최대 주주였다가 현대차 계열사에 지분을 내놓은 이후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글로비스를 지렛대로 삼아 계열사에 대한 지분을 늘리고 있다.
글로비스는 정 부사장이 지분의 60%를 갖고 있고, 나머지는 부친인 정몽구 회장이 갖고 있는 회사. 현대차 계열이자 골프장 운영업체인 제주다이너스티는 지난 6월30일자로 자회사인 해비치리조트의 지분 전체를 계열사인 글로비스와 위아(주)에 매각했다. 이중 글로비스는 해비치리조트의 지분 25%를 34억5천만원에 인수했다. 또 이튿날인 지난 7월1일 글로비스는 현대차 계열사인 오토에버로부터 중고차 매매사업 부분을 인수했다. 물류회사인 글로비스가 리조트 사업과 중고차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뛰어든 것.
이렇게 사업다각화를 시작하면서 글로비스는 지난 7월에 회사 이름을 로지텍에서 글로비스로 변경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재계는 정의선 부사장의 향후 경영권 승계와 연결짓고 있다.
정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인 만큼 글로비스의 기업가치가 커질수록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작업이 탄력이 붙을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당시 전무 신분이던 정 부사장은 자신이 30%의 지분을 갖고 있던 본텍(기아전자)과 현대모비스의 합병을 추진했지만 여론이 부정적으로 돌아가자 포기했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차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 노릇을 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본텍과 모비스의 합병은 정 부사장이 현대차그룹의 지주회사의 주요주주로 오를 수 있는 호기였던 셈이었다. 현재 본텍의 지분은 글로비스가 30%, 정 부사장이 30%를 각각 나눠 갖고 있어 사실상 정 부사장의 개인 회사나 마찬가지이다.
문제는 현대차가 이 과정에서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걸렸다는 점이다. 공정거래위는 지난 10월 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등 7개 계열사가 해비치리조트의 콘도회원권을 매입해주는 등 부당 내부거래를 한 것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중 현대차의 7개 계열사가 연루되는 등 전 그룹 차원의 지원을 받은 회사가 바로 해비치리조트였던 것이다. 이 부당내부거래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4억8천만원의 과징금을 추징당해야 했다.
이렇게 현대차 계열사들의 지원을 받은 해비치리조트가 글로비스로 넘어갔지만, 이 회사는 현재 큰 수익을 내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현대차쪽에선 “해비치를 글로비스에 넘긴 가격이 거래가의 배 이상 수준인 4천4백78원으로 현대차 입장에선 차익을 남기는 거래였다”고 해명하고 있다.
[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