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BMW F900XR
BMW모토라드에서 미드십 어드벤처 스포츠 모델이 출시될 것이라는 소문은 진즉부터 있었다. 지난 2018년 5월 이탈리아 코모 호수인근의 저택에서 치러진 클래식 자동차와 커스텀 바이크 전시회인 콘코르소 델레간자 빌라 데스테Concorso d‘eleganza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당시 행사에서 BMW는 급진적인 스타일의 콘셉트 모델을 선보였다. 병렬 트윈 플랫폼 기반의 스포츠 투어러 노베첸토9cento가 바로 그것이다.
어드벤처 모터사이클의 분위기가 느껴지는 보디워크
노베첸토라는 이름은 이탈리아어로 900을 뜻하는 말이다. 당시 병렬 트윈 미드십 패밀리 이름이 F800으로 불리던 시절이었으니, 엔진의 배기량을 키운 스포츠 투어링 라인업이 나올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던 것도 바로 이 때다.
2018 콘코르소 델레간자 빌라 데스테에서 공개된 BMW 노베첸토
이게 현실이 된 것은 지난 2019년 밀라노 모터사이클 쇼다. 스포츠 투어링 콘셉트인 4기통 S1000XR의 풀체인지 버전과 함께 등장했다. 고속 투어링 콘셉트 라인업인 XR 패밀리가 탄생하게 된 셈이다.
EICMA2019 BMW 발표 현장. 오른쪽이 F900XR이다
시승 당일에 로드 스포츠 모델인 F900R과 함께 진행을 했는데, F900R과 함께 서 있으니 스포츠 투어일 콘셉트를 이해하기가 훨씬 더 쉬웠다.
장르에 따라 선명하게 주행 감성이 차이났다
그동안 F800 시리즈에서 투어링 영역을 맡았던 모델인, F800ST와 F800GT가 조금 더 스포츠 모터사이클에 가까운 라이딩 포지션이었던 것에 반해 F900XR은 상체가 조금 더 열리는, 말하자면 조금 더 듀얼퍼퍼스 라이딩 포지션에 가까운 업라이트 포지션으로 설정되었다.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르인 듀얼퍼퍼스 시장의 인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코너를 공격적으로 공략하는 즐거움도 있었다
실제로 바이크를 운행하는 동안 좋았던 것도 바로 이 지점이다. 바이크에 앉아있으면 연료탱크 앞으로 계기반을 감싼 앞쪽의 부피감이 적당히 크게 느껴지고, 슬쩍 올라온 핸들바 덕분에 상체가 서고 어깨가 펼쳐지는 자세 덕에 당당한 기분도 들었다.
새로운 895cc 병렬 트윈 엔진
새롭게 적용된 895cc 105마력의 트윈 엔진은 실사용 영역대에서 토크 위주의 세팅으로 충분히 즐겁고 넉넉한 주행이 가능했다. F900R을 시승할 때에는, 조금 더 쥐어짜서라도 엔진의 출력을 끌어내려는 시도를 하곤 했지만, XR에서는 이런 시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냥 저 멀리 산을 구경하다가, 길이 열리면 스로틀을 전개하고, 이리저리 휘적휘적 달리다가, 또 저 멀리 구경하고 그런 투어링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조절식 윈드스크린과 대형 컬러 계기반
전자장비와 편의장비를 대거 투입해 패키지를 높인 점은 반가운 점이다. 풀 LED 헤드라이트는 어댑티브 코너링 라이트를 포함하며, 스마트폰을 연결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6.5인치 TFT 계기반이 적용된다.
전자식 서스펜션인 다이내믹ESA가 적용된다
F900R 시승기에서도 밝힌 내용이지만, GPS와 관성측정장치를 통해 움직임을 기록해 어느 지점에서 ABS가 작동되었는지, 얼마만큼 높이 올라갔고, 어떤 지점에서 최고 속도를 냈는지 등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점도 좋았다.
패밀리룩을 반영한 얼굴. 포지션 램프와 코너링 라이트가 기본사양이다
이번 F900 라인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항목은 역시 가격. XR은 1510만 원에서 시작한다. 브랜드 파워와 클래스 그리고 패키지 모두 비교해 봤을 때, 분명한 메리트가 있는 가격 설정이다. F900 라인업이 BMW 모토라드의 세계관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또 이 세계를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고 해석한다면, BMW 라이더로서 모터사이클 라이프를 시작하는데 꽤나 좋은 선택지가 될 듯 하다.
이민우 모터사이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