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동생 없는 류현진, 친형 없는 김광현 ‘실과 바늘’…류, 그런 동생에게 아내가 차린 한식 대접
얼마 전 플로리다주 클리어워터에 머물고 있는 류현진은 집에서 계속 누군가에게 전화를 했다. 식탁 위에는 아내 배지현 씨가 솜씨를 낸 한식이 정갈하게 차려져 있었다. 10분 후 모습을 드러낸 이는 주피터에서 4시간을 달려온 김광현이었다.
최근 김광현은 플로리다에서 류현진이 아내와 함께 머물고 있는 집을 찾았다. 사진=이영미 기자
“우리 형 보러 왔어요!”
기자를 본 김광현이 하이 톤으로 내뱉은 이야기다. 김광현은 류현진의 집에 들어서자마자 화장실로 직행, 한참 동안 손을 씻고 나왔다. 위생 개념이 철저한 김광현의 행동에 류현진이 흡족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는다.
두 사람은 원래 3월 중순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메이저리그 시범경기가 중단되자 각자 소속팀 훈련장에 남아 개인 훈련을 이어갔고, 만날 약속도 자연스레 미뤄지고 말았다. 그러다 류현진의 생일을 즈음해 김광현이 류현진을 찾았고, 류현진은 그런 후배를 집으로 초대해 한식을 대접했다.
두 사람은 한국 최고의 좌완 투수로 KBO리그를 대표하는 에이스였고, 대표팀에서는 원투펀치로 활약했다. 청소년대표팀부터 베이징올림픽,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회 등 태극마크를 달고 뛴 인연이 어느 순간부터 막역한 형 동생 사이로 발전했다. 친동생이 없는 류현진과 친형이 없는 김광현한테 두 사람의 관계는 실과 바늘이나 다름없었다.
KBO 대표 투수였던 류현진과 김광현은 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캐나다를 상대로 호투를 펼쳐 메이저리그의 주목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사진=이영미 기자
“2012년 시즌을 마치고 현진이 형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싶었고, 그 다음에는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진이 형이 메이저리그에 가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베이징올림픽 예선 라운드 캐나다전 완봉승이었는데 나도 미국에 온 결정적인 경기가 캐나다전이었다. 2019 WBSC 프리미어12 C조 조별리그 캐나다와 2차전에 선발 등판해서 6이닝 1안타 2볼넷 7삼진 무실점을 기록한 부분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들었다. 당시 고척돔 경기장에는 다수의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모여 경기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김광현은 포스팅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점, 그리고 국제대회에서 트리플A 선수들로 구성된 캐나다대표팀을 상대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류현진과 공통점으로 꼽았다. 옆에서 김광현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류현진이 한마디 건넨다.
“광현아, 너 우승반지가 몇 개야?”
“4개요.”
“얼마짜리인데?”
“에이, 그 반지들은 돈으로 가치를 매길 수 없죠.”
김광현의 의기양양한 모습에 류현진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기자가 물었다. 좋아하는 후배이자 KBO리그를 대표한 좌완 투수가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는 게 당신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고. 류현진이 답한다.
“좋다. 같은 한국 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건 나도 좋고 한국 팬들도 좋아하는 일이니까. 그가 다른 선수도 아닌 김광현 아닌가.”
미국 플로리다주=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