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리그서 홀로 빛난 손흥민…이적 가능성 높아지는 황희찬
손흥민은 영국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스타 반열에 올랐다. 사진=토트넘 핫스퍼 페이스북
#스포츠 덮친 코로나19
스포츠의 산업화가 고도로 진행된 오늘날, 리그 조기 종료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경우 현 시점에서 시즌을 조기 종료하면 20개 구단이 부담해야 할 중계권 위약금만 4조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사그라질 줄 모르는 바이러스의 위력에 재개 시점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미국은 현재(3월 31일 기준) 확진자 16만 명을 넘어섰고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들도 3월 30일 하루에만 최소 2619명(영국)에서 최대 7846명(스페인)의 확진자가 추가됐다. 이탈리아는 사망자만 1만 1591명에 이르렀다.
중단된 리그 재개 시점에 대해 많은 말이 오가고 있지만 여전히 선수,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 등이 감염되고 있다. 섣불리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조기 종료에 대한 가능성까지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이대로 리그가 끝날지도 모르는 상황, 한국인 유럽리거들은 어떤 시즌을 보냈는지 돌아봤다.
#홀로 남은 빅리거 손흥민
2019-2020시즌의 약 25%를 남겨둔 시점, ‘빅리그’라 불리는 스페인(프리메라리가), 잉글랜드(프리미어리그), 독일(분데스리가), 이탈리아(세리에A) 등에서는 손흥민만 홀로 빛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팀의 주축 공격수로서 퇴장 징계와 부상 등으로 빠진 경기를 제외하면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특히 초반부터 팀이 흔들리던 이번 시즌 손흥민은 빛났다. 32경기에 나서 16골 9도움으로 공격수로서 날카로움을 자랑했다. 지난 시즌 대비 16경기를 덜 치렀음에도 공격 포인트 수(20골 10도움)는 이미 근접했다.
팀의 ‘주포’ 해리 케인이 빠진 이후로는 공격수 역할도 맡아 팀을 이끌었다. 2월 중순 손흥민이 부상으로 빠진 이후 팀의 리그 3연속 무승, 챔피언스리그와 FA컵 연이어 탈락은 손흥민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됐다.
유럽에서 보내는 첫 시즌임에도 불구하고 황의조는 안정적으로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진=지롱댕 보르도 트위터
#황의조, 성공적인 안착
손흥민과 대표팀에서 손발을 맞추고 있는 동갑내기 공격수 황의조는 데뷔 시즌임에도 성공적으로 유럽 무대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K리그와 J리그 등 아시아 무대에서만 커리어를 이어가던 그는 2019-2020시즌을 앞두고 지롱댕 보르도 유니폼을 입으며 프랑스리그로 진출했다.
출발부터 순조로웠다. 리그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선 그는 감독의 신뢰를 받으며 데뷔 3경기 만에 첫 골을 기록했다. 구단에서 준비한 한국 관련 행사일에도 골을 넣으며 흐름을 이어갔다. 2019년 11월 이후 약 3개월간 골 침묵이 이어졌지만 2020년 2월에만 3골을 기록하며 다시 살아났다. 네이마르, 킬리앙 음바페 등 스타가 즐비한 파리생제르망을 상대로도 골을 넣으며 주목을 받았다.
현재 그의 시즌 기록은 26경기 출전, 6골 2도움이다. 출전한 경기 중 교체로 나선 것은 5경기에 불과하다. 주로 처진 스트라이커나 측면 공격수로 나섰고 데뷔 시즌임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기록이다. 2년차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고 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은 황희찬의 주가를 더욱 높이는 계기가 됐다. 사진=연합뉴스
#다시 날아오른 황희찬
지난 수년간 한국인 선수들은 이적 시장의 ‘빅뉴스’와 다소 거리가 있었다. 중소리그, 중소팀으로 이적 소식만 줄을 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이적 시장의 주요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선수가 탄생했다. 분데스리가2(2부리그) 임대 생활을 마치고 원소속팀으로 돌아간 황희찬이 부활하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1년간 독일 생활을 마치고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로 돌아간 황희찬은 특유의 폭발력으로 주가를 올렸다. 특히 챔피언스리그에서 맹활약이 눈길을 끌었다. 조별리그 6경기에서 기록한 3골 5도움 중 특히 리버풀 원정 골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세계 최고 수비수 버질 반 다이크를 기술로 눕히는 장면을 선보였던 것이다.
지난 겨울 이적 가능성이 대두했지만 움직임이 없었던 황희찬은 이번 시즌 이후 이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시장 가치가 꾸준히 상승하고 울버햄튼 원더러스(프리미어리그)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소속팀 잘츠부르크가 선수 판매에 적극적이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분데스리가2에서 활약 중인 선수들도 성공적 시즌을 보냈다. 그중에서도 홀슈타인 킬의 ‘에이스’ 이재성의 입지는 더욱 단단해지고 있다. 리그 25경기 모두 풀타임에 가까운 활약을 펼치며 7골 5도움을 기록했다.
다름슈타트에 둥지를 튼 백승호는 소속팀 20경기에 나서며 성인 1군 무대에서 처음으로 꾸준히 활약하는 시즌을 맞이했다.
#변화 맞이한 베테랑들
2019-2020시즌은 한국인 선수들의 유럽 도전 역사에 새로운 기점이 될 전망이다. 2010년을 전후로 유럽 무대에 진출한 베테랑 선수들의 신상에 대거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3월 30일 석현준은 구단이 공개한 영상을 통해 “거의 회복됐다”고 밝혔다. 사진=트루아 페이스북 캡처
포문을 연 선수는 구자철이다. 2011년 볼프스부르크 유니폼을 입으며 독일로 향했던 구자철은 10여 년의 독일 생활을 마무리했다. 2019년 여름 알 가라파(카타르)로 이적하며 정든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났다.
‘쌍용’ 기성용과 이청용도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뉴캐슬에서 시즌을 시작한 기성용은 경기 출전에 어려움을 겪었다. 겨울 이적시장에서 국내 복귀를 추진했지만 무산된 그는 스페인 무대로 향했다. 레알 마요르카와 단기 계약을 맺고 데뷔전까지 치르며 어릴 적 꿈인 스페인 진출을 이뤄냈다.
이청용은 절친 기성용과 달리 국내에 복귀했다. 부상기간을 제외하면 보훔(분데스리가2)에서 꾸준히 경기에 나섰지만 겨울 이적시장에서 고국행을 택했다. 울산 현대에 둥지를 틀고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시즌 프랑스 스타드 드 랭스에서 뛰다 후반기 트루아로 이적해 자리를 잡아가던 석현준은 코로나19 감염으로 뜻밖의 복병을 만났다. 지난 3월 30일 구단 채널을 통해 영상으로 “축구가 그립다”며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 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