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통지 수습 부기장 일부 법적대응 준비 중…4월 중순까지 구조조정 이어질 전망
1일 이스타항공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개최된 근로자 대표와 이스타항공의 회의에서 사측은 향후 13대 항공기 운용 계획에 따라 필요인원을 현재 총 인원 1683명에서 45% 줄어든 930여 명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르면 750여 명에 달하는 인원이 구조조정 대상이 되는 셈이다. 근로자 대표와 사측의 협의 내용은 메일을 통해 직원들에게도 공지됐다.
이스타항공은 오는 4월 3일 1차 희망퇴직 공고 및 접수를 시작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할 계획이다. 직원들에게 공지된 이메일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4월 3일과 4월 17일 1,2차 희망퇴직을 공고‧접수한 뒤 오는 4월 24일 구조조정 대상자를 확정‧통보하고, 5월 31일에는 정리해고를 진행한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29일 1~2년차 수습 부기장 80여 명을 대상으로 4월 1일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후 지난 3월 31일에는 해고 통보를 받은 수습 부기장 80여 명과 대표이사의 간담회가 있었다. 사측이 서면으로 먼저 계약 해지를 통보한 뒤 간담회를 개최한 것.
사진은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 이스타항공 체크인카운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스타항공 측은 180만 원 가량의 한 달 급여와 함께 우선채용확인서를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확인서에 제주항공 측의 서명을 포함시켜달라는 요청에 대해서는 거부했다. 인수를 진행 중인 제주항공 측의 서명이 없으면 현재 이스타항공이 약속한 우선 고용을 새 주인인 약속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제주항공 측이 “인수 딜 마무리 이전 발생한 경영 문제의 책임은 이스타항공에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스타항공 측은 훈련비용 절감을 위해 일부 기수 합격자들에게 입사 전 사이테이션 제트기 면장을 취득해 오라고 요구했으나, 개인 비용으로 면장을 취득해 온 수습 부기장들 또한 임명 전 해고통지를 받았다. 이스타항공이 요구한 제트기 면장 취득에는 1800만 원 가량의 개인 비용이 든 것으로 전해진다.
해고 통지를 받은 수습 부기장 가운데 일부는 부당해고에 불복하는 소송을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 이스타항공 수습 부기장은 “특수직이고 훈련생으로 입사한 만큼 구조조정에서 첫 번째 순위가 된 것 같다. 지난해 12월부터 이미 사실상 휴직에 들어가 있는 상황이었지만, 기다려달라는 회사의 입장을 이해하고 기다렸다”고 전했다. 이어 “무급으로 휴직연장을 더 하더라도 훈련을 끝내고 시험을 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2월 전 직원의 급여를 40%만 지급했으며, 3월에는 전체 급여 지급이 아예 미뤄진 상황이다. 지난 3월 31일에는 객실 승무원 인턴들에게도 해고통지가 단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직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4월 중순까지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이스타항공 안팎에서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타항공 직원은 “사측이 오는 4월 중순까지 연이어 인력감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며 “이스타항공은 인력을 유지하며 이끌어보려 했지만, 제주항공에서 정리하라는 압박을 줬다는 것이 팀장급의 설명이었다”고 전했다.
다만 제주항공 측은 “딜 클로징이 되지 않은데다 경영권이 넘어온 것도 아니기 때문에, 현재의 경영 판단은 이스타항공이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와 관련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노사협의를 통해 구조조정 계획을 준비 중인 상황”이라며 “희망퇴직 보상 범위나 구조조정 관련 기준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